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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자 없는 약자복지 예산? 639조 윤석열 예산안 들여다보니..

나라살림연구소 공동기획… 윤석열 정부 첫 예산안 분석
노인빈곤율 OECD 최고인데 예산 증가율 꺾여

제1439호
등록 : 2022-11-18 03:10 수정 : 2022-11-25 11: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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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2년 11월16일 열린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김교흥 더불어민주당 의원(왼쪽)과 이만희 국민의힘 의원이 행정안전부 경찰국 예산을 두고 논쟁을 벌이고 있다. 가운데는 이채익 행안위 위원장. 한겨레 김봉규 선임기자

나라 살림을 두고 국회의 힘겨루기가 시작됐다. 예산은 정부의 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지표이자 정치적 협상의 결과물이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은 639조원으로 예산안 법정 처리 시한인 12월2일까지 2주 남짓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심사를 거친다. 예산 심사 기간 동안 나라살림연구소와 함께 예산안의 주요 쟁점을 살펴본다. _편집자
“경찰국 예산 전액 삭감? 이건 감정에 찬 예산 갑질입니다. 이런 야당 처음 봅니다. 정말 치졸하다 못해 비루합니다.”(장제원 국민의힘 의원)

“우리는 경찰국을 법적·논리적으로 인정 못합니다. 인정 못하는 조직에 어떻게 예산을 붙여줍니까.”(이성만 더불어민주당 의원)

2022년 11월16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 회의장에서 고성이 터져나왔다. 국민의힘 소속 이채익 행안위원장과 위원들이 행안위 예산심사소위원회(예산소위)에서 의결한 예산안을 전체회의에 상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앞서 더불어민주당 소속 행안위 예산소위 위원들은 단독으로 행정안전부 경찰국 관련 예산(경비 2억900만원, 인건비 3억9400만원)을 전액 삭감했다. 결국 행안위는 감액 규모를 경비 2100만원, 인건비 1억원으로 조정한 뒤에야 11월17일 해당 예산안을 의결했다.

행안부 경찰국 예산 6억원 중 1억원 줄여
같은 날 처음 열린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예산소위를 시작으로 ‘예산 정국’이 본격 개시됐다. 윤석열 정부의 첫 예산안은 639조원 규모다. 심사 앞길 곳곳에 암초가 놓여 있다. 행안부 경찰국 신설, 대통령실 용산 이전 등 윤 정부의 주요 공약 관련 예산을 두고 여야가 대치를 이어가고 있기 때문이다. 야당이 윤 정부 관련 쟁점 예산을 잇따라 삭감해도 ‘여소야대’ 구조에서 여당이 대응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

639조원 가운데 ‘정치 쟁점’이 된 윤 대통령 관련 예산 외에도 톺아볼 지점은 존재한다. 윤 정부가 내놓은 첫 예산안의 핵심어는 ‘건전재정’과 ‘약자복지’인데, 실제 편성된 예산안이 이를 뒷받침하는지 따져봐야 한다. 윤 대통령은 10월25일 국회에서 열린 예산안 시정연설에서 이렇게 말했다.

“정부는 역대 최대 규모인 24조원의 지출 구조조정을 단행한 결과 재정수지는 큰 폭으로 개선되고, 국가채무 비율도 49.8%로 지난 3년간의 가파른 증가세가 반전돼서 건전재정의 전환점이 됐습니다. 공공부문부터 솔선하여 허리띠를 바짝 졸라맸고, 이렇게 절감한 재원은 서민과 사회적 약자 보호, 민간 주도의 역동적 경제 지원, 국민 안전과 글로벌 리더 국가로서의 책임 강화에 투입하고자 합니다.”

실제 예산안에 이런 내용이 얼마나 담겼을까. 나라살림연구소는 “1% 증대에 그친 국세 수입 규모를 고려하면 (오히려) 재정적으로는 확장됐고, 사회적 수요는 (다 충족하기 어렵게) 긴축된 예산”이라고 평가한다. 정부가 제출한 2023년 예산안은 전년 대비 총수입 2.8%, 총지출은 5.2% 늘어난 규모다. 우선 사회적 거리두기가 종료되면서 2023년 예산안에는 코로나19와 관련한 일시적 재정지출이 거의 중단됐다. 정부가 말하는 ‘긴축 노력’보다 이 부분이 크다. ‘지출 재구조화’를 했다는 24조원 내역도 공개되지 않았다. 연구소는 “지출 재구조화는 지나치게 자의적인 기준으로 검증 및 비교 가능성이 전혀 없다”고 밝혔다.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이 17일 오후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에서 열린 전체회의에서 내년도 예산안 통과 뒤 인사말을 하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chang@hani.co.kr

노인 관련 지출 증가율은 예년의 절반
게다가 물가상승률, 65살 이상 노인인구 증가율 등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 복지지출이 늘었다고 보기 어렵다. 복지지출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사업이 국민연금·공무원연금·기초연금 등 ‘노인 및 공적연금 사업’ 분야인데, 이는 법적 의무지출이기 때문에 “정부의 정책적 판단이 포함됐다고 보기 어렵다”는 것이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2년 5% 넘는 물가상승률을 기록하고, 2023년 노인인구가 5.7% 늘어나는 점을 고려하면 해당 분야 지출은 10% 이상 늘어도 사실상 제자리걸음인데 5.2%대 지출 증가 규모는 사회적 수요를 따라가지 못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특히 노인빈곤율이 38.9%(2020년 기준)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평균인 13.5%(2019년 기준)의 3배에 가까운 점을 고려하면, 기초연금처럼 노인인구 증가에 따른 법적 의무지출 외에도 적극적인 예산편성이 필요하다. 나라살림연구소는 “2021~2022년 예산안에서는 기초연금을 제외하고 노인 부문 지출액이 각각 전년보다 13.1%, 11.2% 늘었으나 2023년에는 5.5% 증가하는 데 그쳤다”고 짚었다.

임대주택지원 예산은 2023년 예산안에서 가장 많이 삭감된 분야다. 예산안 전체 감액 규모(51.6조원) 가운데 가장 비중이 큰 분야는 사회복지 분야(13.2조원)이고, 이 중에서도 주택부문 감액 규모가 가장 크다. 주택부문 중 예산이 가장 많이 줄어든 항목은 ‘임대주택지원’ 프로그램 사업인데, 약 22.5조원에서 16.9조원으로 전년 대비 5.6조원이 삭감됐다. 임대주택 관련 사업의 수혜자는 다수가 저소득층과 주거취약계층인데도 관련 사업 예산을 급격히 줄인 것이다.

연구소는 “2022년 여름 침수 피해로 국토교통부 등이 반지하 (주택) 건설을 금지하고 지하층 거주 가구의 ‘주거 상향’을 지원하는 사업을 추진하겠다고 밝힌 바 있지만 이번 예산안에서 (관련 예산을) 찾아보기 어렵다”며 “반지하 거주를 금지하면서 동시에 주거취약계층 지원을 축소하는 정책은 현재 반지하 거주자를 옥탑방, 고시원 등 다른 열악한 거주공간으로 이전시키는 정책”이라고 꼬집었다.

정부가 대신 늘린 건 ‘분양주택 등 지원’ 프로그램 사업 예산이다. 2022년 기준 3257억원에서 1조4395억원으로 무려 전년 대비 342% 증가했다. 해당 예산은 ‘청년원가주택’과 ‘역세권 첫집’ 사업 등 정부의 국정과제 중심으로 구성됐다. 이는 신축 주택을 매입해 무주택 서민에게 재분양하는 공공분양 사업이지만 주거취약계층이 겪는 문제를 풀기는 어렵다. 연구소는 “주택분양 사업과 임대주택 공급이 추구하는 정책적 목표가 상이할 수밖에 없는데다 고금리, 주택경기 침체 등이 이어질 것으로 보이는 상황에서 무주택 서민의 주택 매입 가능성을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라고 비판했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예산소위 소속 민주당 의원들이 주요 임대주택 예산을 원상복구했지만, 정부의 동의 없이는 예산 증액이 어려워 진통이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

공공임대 예산 줄여 분양주택 지원
예산안 심사의 키는 일단 민주당이 쥐고 있다. 우원식 민주당 의원이 예결위원장이자 예산소위 위원장을 함께 맡고 있는데다, 예산소위 위원도 민주당 9명, 국민의힘 6명으로 야당이 우세하다. 경찰국 예산안은 우여곡절 끝에 상임위 예비심사를 통과했지만 예결위에서 또다시 삭감 규모를 두고 논쟁이 벌어질 가능성이 크다. 다른 쟁점 예산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관계자는 “경찰국 예산의 경우 상임위에서 예산안이 의결되지 않은 채 정부안 그대로 예결위에 넘어가는 것보다 일부라도 감액한 상태로 넘기는 것이 낫다고 봤다”며 “상임위 삭감 내역을 근거로 예결위에서 대응할 예정”이라고 설명했다.

증·감액 요구를 반영한 예산안 심사가 11월30일까지 끝나지 않으면 정부안이 12월1일 국회 본회의에 부의된다. 예산의 향방은 향후 2주간 여야의 줄다리기가 어떻게 진행되느냐에 달렸다.

박다해 기자 doal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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