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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우영우 덕분에 한 뼘 나아갔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쏘아올린 질문들

제1427호
등록 : 2022-08-19 03:50 수정 : 2022-08-19 10: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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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러스트레이션 장광석

*이 글은 드라마 마지막 회(2022년 8월18일 밤) 방영 전에 작성했습니다.

2022년 7월26일 서울 상암동에서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우영우>)의 유인식 감독, 문지원 작가가 참여한 기자간담회가 열렸다. 16부작 드라마의 절반인 8회까지 방송된 시점이었다. 절반 분량이 남았지만, 현장은 <100분 토론>을 방불케 할 정도로 뜨거웠다. 기자들의 질문은 드라마 내용을 넘어, 드라마로 촉발된 자폐 스펙트럼 장애 차별, 능력주의, 공정과 역차별 담론 등에 대한 이야기로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이 시대 정치 쟁점 정면 공략”
이날 기자간담회는 사회 전반적인 ‘우영우 신드롬’ 또는 ‘우영우 현상’의 축소판이었다. 드라마의 거센 인기몰이뿐만 아니라 드라마에 담긴 사회적 쟁점의 첨예함을 포괄적으로 드러냈기 때문이다. 문지원 작가는 이 자리에서 다음과 같은 ‘감사 인사’를 수차례 반복했다.

“만약에 우리 사회를 조금이라도 더 살 만한 곳으로 만드는 게 있다면, 그건 우리 드라마라기보다는 이 드라마를 계기로 쏟아져 나오는 여러 이야기 덕분이라고 생각합니다. 저도 드라마 대본을 쓴 작가이자 사회 구성원의 한 사람으로서, 그 이야기들을 겸허하게 경청하고 있습니다.” 드라마에 목소리를 보탠 모든 시민에게 건네는 말이었다.

물론 드라마는 드라마일 뿐이다. “<우영우>는 판타지”라는 일각의 평가도 맞다. 하지만 드라마는 언제나 동시대와 호흡하려 노력한다. 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해서다. 그 과정에서 많은 한국 드라마가 판타지를 경유해 사회 정의와 상식, 공공선 등을 상상했다. 시청자는 드라마가 펼치는 판타지 속에서 대리만족과 위안을 얻거나 지금보다 더 나은 사회와 미래를 꿈꿨다.

중요한 건 드라마가 ‘어떤’ 판타지를 지향하는가, 얼마나 많은 시청자이자 시민을 그 판타지에 개입시켜 함께 숙의할 기회를 제공했는가의 문제다. <우영우>는 그런 의미에서 한국 드라마 역사 가운데 어딘가 나름의 이정표를 남긴 작품이 될 것이다. ‘작감배’(작가·감독·배우) 조합이 뛰어나다거나, 드라마의 만듦새가 좋아서만은 아니다. 이 시대 시청자와 교감했기 때문이다.

<우영우>는 ‘밝은 힐링 드라마’라는 외피를 쓰고 장애인 차별, 동물권, 어린이 인권, 장애여성 성폭력과 성적 자기결정권, 여성노동 차별 등 사회적으로 예민한 소재를 ‘쿨’하게 풀어냈다. 황진미 대중문화평론가는 시청자가 <우영우>에 반응한 요인에 대해 “지금 이 시대에 가장 미묘한 정치적 쟁점인 장애, 젠더 등을 피하지 않고 예리하게 공략했다”고 평가했다.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는 수많은 화제와 질문을 던지며 2022년 8월18일 마지막 회를 방영했다. ENA 제공

정상과 비정상의 경계를 묻다
2013년 <굿 닥터>(KBS)를 포함해 <우영우> 이전에도 자폐인이 등장하는 영화나 드라마는 존재했다. 주로 특정 분야에서 천재성을 드러내는 서번트증후군을 다뤘다. 그래서 <우영우> 드라마 방영 전에 ‘천재 변호사’라는 설정이 진부하다는 평가가 나오기도 했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우영우>는 진부한 설정 가운데서도 진일보한 측면을 보여줬다. 우선, 관계성 재현이 남달랐다. 장애인을 ‘사회적 관계 속의 개인’으로 입체화했다. 정명석 변호사(강기영)는 우영우(박은빈)와 첫 대면 뒤 ‘아무리 천재라도 자기소개조차 제대로 못하면 의뢰인을 어떻게 만날까’ 의심하지만, 이내 우영우의 능력과 노력, 진심을 간파하고 자신의 편견을 거둔다. 반면 장승준 변호사(최대훈)는 우영우를 팀원에서 배제한다. 장애인의 직장생활이 어려운 이유가 장애 자체에 있기보다 장애를 대하는 사람들의 태도와 경험에 좌우된다는 점을 드러낸다. 한 장애인권단체 활동가는 “우영우의 가장 큰 판타지는 정명석 같은 직장 상사의 모습”이라고 말했다.

또한 우영우는 자폐장애인으로서 중증 자폐인 김정훈(문상훈), 지적장애인 신혜영(오혜수)과도 의미 있는 소통을 한다. 드라마는 우영우가 자폐 스펙트럼 장애를 ‘대표’하는 인물이 아님을, 여러 대사로 못박는다. “‘스펙트럼’이라는 단어에서 알 수 있듯 자폐인은 천차만별입니다.” “자폐가 있다고 이 세상 장애인들 마음을 다 알 것 같아요?” 우영우는 장애인의 대표가 아닌, 매개이자 촉매제로 역할한다. 로펌 한바다가 우영우를 채용한 것이 ‘역차별’이라고 주장하는 권민우 변호사(주종혁) 캐릭터는, ‘공정’이란 이름으로 행해지는 ‘권모술수’의 숨은 목적과 의미가 무엇인지 묻는다. 시청자는 ‘장애란 무엇인가’ ‘장애와 관련한 어떤 시민성이 필요한가’라는 드라마의 화두를 다양한 인물과 상황에 투영해볼 수 있다.

그러하기에 어쩌면 <우영우>의 가장 큰 성과는 ‘케이(K)-시청자의 재발견’이 아닐까. <우영우>는 사회적 약자를 재현할 때의 성실함과 윤리적 태도의 소중함을 알아봐주는 시청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보여줬다. ‘이런 드라마도 크게 성공할 수 있다’는 예상을 드라마 시작 전에는 하기 쉽지 않았다. 유인식 감독은 기자간담회에서 “이 소재가 대중성을 확보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해서는 확신이 없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우영우>를 편성한 ENA 채널 관계자는 “장애인 변호사라는 설정 탓에 PPL(간접광고)을 구하기가 쉽지 않았다”고 했다. 제작 초기 제작사에서 <굿 닥터>가 미국에 리메이크 판권으로 수익을 낸 선례 등을 언급한 걸 보면, <우영우>도 국외 시장을 더 염두에 두고 제작됐을 가능성도 있다.

경남 창원시에 있는 ‘우영우 팽나무’. 김진수 선임기자

더 성장한 드라마로 다시 만나기를
시청자는 <우영우>를 받아들일 준비가 돼 있었다. 시청자가 자발적으로 낯선 채널 번호를 외우고 ‘본방 사수’하며 끌어올린 시청률, 각종 ‘최고’ 기록을 경신한 화제성, 온·오프라인 어디에서나 쉽게 찾아볼 수 있는 드라마에 대한 평가와 숙의가 그 증거다. 2020년 국가인권위원회의 ‘차별에 대한 국민인식 조사’(만 19살 이상 성인 1천 명 조사)를 보면, ‘누군가를 혐오하는 시선·행위가 결국은 (나 자신에게) 부메랑이 되어 돌아온다’는 생각을 해봤다는 응답이 91.1%에 달했다. 응답자의 72.4%는 한국 사회가 지금 같은 수준으로 차별에 대응하면 사회적 갈등이 심해질 것으로 내다봤다. 차별금지를 법제화하는 데 찬성하는 응답은 88.5%였다. 사회적 인권 감수성이 높아짐에 따라, 방송 콘텐츠에 대한 기대 수준도 높아졌다.

물론 처음부터 완벽할 수는 없다. 미국 드라마이긴 하지만 10대 자폐인을 주인공으로 삼은 넷플릭스 오리지널 <별나도 괜찮아>는 2017년 나온 시즌1에서 ‘자폐 당사자 입장이 부족하다’는 비판을 받은 뒤, 자폐 당사자 자문과 출연진을 보강해 이듬해 시즌2를 선보였다. 2022년의 <우영우>가 이전 드라마들보다 딱 한 뼘만큼 성장해 큰 사랑을 받은 것처럼, 여기에서 또 한 뼘 나아간 드라마를 곧 다시 만나볼 수 있기를 바란다.

김효실 <한겨레> 엔터팀 기자 tran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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