삽질 대신 냉이만 캐던 밭장의 봄선물2024년 3월16일 토요일, 텃밭에 봄이 왔다. 아침 일찍부터 동무 4명이 밭으로 모였다. 가을 농사 마친 뒤에도 한 달에 한 번씩 꼬박꼬박 만나 밥과 술을 나누며 겨울이 지나가기를 기다렸던 터다. 봄 봄 봄 봄, 봄이 왔다.지난 초겨울 갑자기 추워져 반쯤 언 무와 ...2024-03-23 13:06
퇴비 만들기가 제일 쉬웠어요가을 농사가 끝나면 빈 틀밭(상자 텃밭)을 하나 만든다. 틀밭 아래 몇 달 동안 모아둔 상자를 두껍게 깔고 그때부터 겨우내 ‘보카시 컴포스팅’으로 발효시킨 음식물 쓰레기를 부지런히 날라다 쌓는다. 음식물 쓰레기를 넣기 전에는 동네 카페에 들러 커피박이나 커피콩을 볶을 ...2024-03-16 12:28
겨울에 춥지 않으면 벌레가 죽지 않는다봄이 왔다. 냉이는 벌써 꽃대를 올렸고, 어린 쑥도 잎을 내밀었다. 광대나물은 이미 겨울부터 뿌리를 내리다 날이 따뜻해지니 본격적으로 몸을 키운다. 2023년 병아리였던 애들이 이제 벌써 중닭이 되어 알을 낳는다. 엄지손가락만 한 알(초란)을 낳기 시작하더니, 이제는 ...2024-03-09 12:55
김치, 야 나도 담글 수 있다주부들의 ‘스몰 토크’ 주제 중에 ‘김치 토크’가 있다. 올해 김장이 잘됐네, 안됐네 하는 자기 집 김치 근황부터 남편은 묵은지만 찾는데 아이는 생김치만 먹는다든가 하는 가족 이야기, 어떻게 담그면 맛있네 하는 자기만의 레시피, 배추와 고춧가루 값이 올랐네 하는 경제 ...2024-03-02 07:01
봄신령이 지핀다, 마늘 양파에게도 인사를 해야지2024년 2월14일 서울에선 해가 오전 7시22분에 떴다. 기상청은 “오전 7시30분 현재 기온은 10.8℃로, 전날보다 7℃ 높다”고 발표했다. 따뜻한 남서풍이 유입되면서 평년보다 기온이 높아졌는데, 전국적으로 낮 최고기온은 13~19℃까지 오른단다. 봄 내음이 진...2024-02-17 12:04
농사에서 땅과 집보다 소중한 것은?2022년 경기도 양평군의 ‘종합재미농장’은 농가에서 여는 사진전을 기획했다. 한 아이를 키우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한 것처럼 한 농가를 키우는 데도 동료들이 필요하다는 주제를 담아 관계도를 그렸다. 사람들은 때로 먹거리를 두고 작물을 기르는 사람과 먹는 사람을 이분적으...2024-02-03 14:59
가장 추울 때 싹 낼 준비하는 토종씨가장 춥다는 대한이 지났는데 벌써 봄이 온 것 같다. 토종씨드림에 이 시기는 봄에 심을 씨앗을 나누는 중요한 때이기 때문이다. 토종씨드림에 씨앗 나눔은 한 해의 시작을 알리는 의식이자 축제다. 2월이면 육묘 농가에선 비닐하우스 모종 포트에 고추 씨앗을 넣는다. 일찍 씨...2024-01-27 10:47
‘1천만원짜리 6평 농막’ 우리는 가성비 추구했다얼마 전 초등학생 아이 둘을 키우는 사촌 동생을 만났다. 주말마다 비슷한 또래 아이들이 있는 친구들과 캠핑을 다니는데, 짐을 꾸리고 장소를 예약하는 것도 슬슬 지쳐서 돈을 모아 작은 땅을 사서 농막을 지으면 어떨까 고민한다고 했다. 내가 몇 년 전부터 강원도 평창에서 ...2024-01-21 08:48
야생적 ‘멧돼지찰’, 낫 한 자루로 모 심고 수확까지 밭농사를 짓는 사람들의 ‘로망’ 중 하나는 논농사를 지어보는 것 아닐까. 한국인의 주식인 쌀을 내 손으로 키워 먹는다는 특별함은 물론이고, 무엇보다 논은 접근이 어렵기 때문이다. 나처럼 지역 농촌이나 농사에 깊숙이 들어가지 않은 뜨내기에게 논이란 임자가 있어...2024-01-07 05:08
주말엔 뭐하지? 도시 농부의 ‘겨울 블루’ 달랠 비책은…저무는 해가 아까워 텃밭 동무들이 모였다. 2023년 한 해 농사를 정리하고, 내년 농사 얘기를 나누는 자리다. 2023년 12월23일 한껏 추워진 날씨를 뚫고 모인 6명이 대낮부터 오겹살을 굽고 막걸리를 부었다. 거나해지면서 서툰 정치 토론을 작파하고 농사 얘기로 옮...2023-12-31 06:09
김치, 이젠 땅속 항아리에 묻으세요김장을 마쳤다. 청방배추로 김치를 담갔다. 2023년에는 유난히 배추 모종이 자라지 않았다. 벌레가 갉아먹거나 죽거나 아예 크지 않았다. 더워진 기후 때문일까. 서늘한 곳에서 자라는 배추라 2024년엔 시기를 더 늦춰야 하나 싶기도 하다. 배추를 사서 먹을까 절망하는 ...2023-12-23 08:42
150㎞ 달려 ‘음쓰’ 버리자, 퇴비에 지렁이가 바글바글배추 수확을 마치고 나니 굳이 밭에 갈 일이 사라졌다. 날이 추워지기도 했고 바쁜 일이 겹치기도 해서 3주간 진부에 가지 않았다. 본격적으로 추워지기 전에 물탱크의 물도 비우고 배추밭의 비닐도 벗겨버리고 나름 겨울날 준비를 해놓고 오기도 했다. 올여름엔 거의 매주, 못...2023-12-16 10:15
얼어버린 날씨, 얼어버린 배춧잎, 얼어버린 분위기도시 농부의 한 해는 김장으로 마무리된다. 더위가 채 가시기 전 모종을 내어 애지중지 키운 배추와 무를 수확해, 절이고 버무려 김치통을 채우고 나면 그해 농사가 끝난다. 흰 눈 소복이 쌓인 겨울 텃밭은 미리 넣어둔 양파와 마늘 모종이 지킨다.2023년 11월7일 날씨가...2023-12-10 07:35
그 마트의 첫 딸기, 나는 먹지 않겠다농민단체에서 일하는 친구와 식당에서 저녁을 먹었다. 친구는 후식으로 나온 오렌지를 먹지 않았다. 나는 그가 남긴 오렌지를 먹으며 오렌지를 먹지 않는 특별한 이유가 있는지 물었다. 그는 자신이 농민단체에서 일하는 만큼 적어도 국산 농산물 가격을 교란하는 수입 농산물은 먹...2023-12-02 08:39
아름다운 쿠데타, 바로 진압하지 않으면…“무 얼면 안 돼!”밤사이 내린 첫눈을 이어령 선생은 ‘아름다운 쿠데타’라고 했다. 하룻밤 사이 아무도 모르게 온 대지를 하얗게 만들어버리는 눈. 며칠 전 아름다운 쿠데타가 내렸다. 예전 같으면 내리는 눈을 소복소복 바라보다 잠이 들었을 텐데, 안 된다. 번뜩 밭에 있는 무가 떠올랐다. ...2023-11-26 05: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