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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새우꺾기’를 당해도 되는 사람이 있는가

인권을 지켜야 할 법무부 외국인보호소가 오히려 공권력으로 고문 등 불법 저질러

제1383호
2021.10.12
등록 : 2021-10-12 00:01 수정 : 2021-10-12 11:16
2021년 6월10일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된 M씨가 보호소 공무원들에 의해 포승줄로 손과 발이 뒤쪽으로 묶인 채 독방에 격리돼 있다. 대리인단 제공

“피진정인들은 피해자의 발목에 수갑을 사용하고 발목과 뒷수갑을 연결하는 방식으로 피해자를 결박하고 2시간40분여 동안 유지했다. 이는 자연스러운 움직임을 불가능하게 하고, 매우 불편하게 고통을 주는 방식일 뿐 아니라 인간의 품위에까지 손상을 줄 수 있는 방법이었으며….”

3시간 넘게 손발이 포승줄에 묶여 있어
최근 알려진 화성외국인보호소 외국인 M씨 ‘새우꺾기’(두 손과 두 발을 뒤에서 결박한 자세) 고문사건에 대한 이야기일까? 마치 같은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듯 보이지만, 위 이야기는 2020년 7월14일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침해’라고 판단한 유사한 사건의 결정문 내용이다. 2019년 4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새우꺾기’ 사건이 발생했다. 그런데 불과 2년도 안 돼 같은 곳에서 똑같은 ‘새우꺾기’ 사건이 일어난 것이다. 좀 다른 것이 있다면 M씨의 경우 발목을 ‘수갑’이 아니라 ‘포승줄’로 묶은 자세를 3시간 넘게 하고 있었다는 점이다.

2019년 ‘새우꺾기’ 사건에 대해 국가인권위원회는 “피해자를 결박한 방식이 인간으로서의 품위에까지 손상을 줄 수 있는 방법으로 피해자의 신체의 자유와 인간 존엄성을 침해하였다”고 판단했고, 앞으로는 이런 방식의 계구 장비를 사용하지 않을 것을 주문했다. 이런 결정이 있은 지 1년여 만에 외국인보호소가 상습적으로 보호외국인에게 ‘새우꺾기’ 고문과 자의적 독방 구금을 해온 정황이 M씨 사건을 통해 세상에 드러났다.

‘구금’이란 인간의 가장 기본적 자유인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공권력의 행사다. 독재정권 시절 공권력이라는 이름 아래 무수했던 자의적 구금과 고문을 기억한다. 과거와 같이 부당한 국가 폭력의 희생자가 생기지 않기 위해 국가기관은 구금 대상, 기준, 기한 및 보호장비 사용 등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는 방식을 규정한 관련 법을 철저히 준수해야 한다.

대표적 구금시설인 구치소, 교도소 운영의 기준이 되는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은 그 시행규칙에서 피구금자에게 사용할 수 있는 수갑, 보호대 등 보호장비의 재질, 규격, 잠금장치는 물론 사용 방법까지 그림으로 그려 규정하고 있다. 해당 시행규칙을 준수해 보호장비를 사용하면 어떤 경우에도 ‘새우꺾기’ 자세는 불가능하다. 만약 그런 일이 일어난다면 명백한 불법으로 제재 대상이 된다.

그런데 M씨 사건이 발생한 외국인보호소는 이런 법적 제재를 받지 않는다. 강제 입소, 출입 제한, 면회 제한, 인터넷 등 정보접근 제한의 모든 면에서 사실상 구금시설이면서도 행정절차상 보호시설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바로 이 때문에 외국인보호소가 국가인권위원회의 결정도 소용없는 인권 사각지대로 운영되는 것이다.

헌법재판소는 “외국인에게도 주체성이 인정되는 일정한 기본권에 관하여 불법체류 여부에 따라 인정 여부가 달라지는 것은 아니며, 신체의 자유는 이러한 권리에 해당한다”고 판단한 바 있다. 그럼에도 국내 모든 국가 수용시설에서 금지된 고문행위가 오로지 미등록 외국인 등을 수용하는 외국인보호소에서만 공공연히 지속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새우꺾기’ 고문 외에도 외국인보호소가 M씨를 독방에 구금하는 과정에서 드러난 절차상 위법은 심각하다. M씨는 2017년 난민 신청을 위해 한국에 왔다가 체류기간을 연장할 기한이 지나, 2021년 3월 강제퇴거명령을 받고 화성외국인보호소에 수용됐다. 그는 보호소에 입소한 이후 석 달 동안 12차례, 즉 보호소에 머무른 전체 기간의 3분의 1 이상을 독방에서 보냈다. 외국인보호소 운영의 기준이 되는 ‘외국인보호규칙’에는 보호외국인을 독방에 구금하는 ‘특별계호’의 최장기간 제한, 계호 사유를 당사자가 알아들을 수 있는 언어로 설명할 의무 등을 규정하고 있으나 어느 것 하나 지켜지지 않았다. 인권단체와 변호사단체가 입수한 특별계호 관련 문서는 총 12개다. 그런데 12개의 문서 번호가 동일하고 어느 문서에도 담당자 서명과 날인이 없다. 공문서 조작까지 의심되는 상황이다.

난민 신청자로서 체류기간 연장 기한을 놓치고 미등록 상태가 되어 결국 강제퇴거명령을 받은 M씨는 다른 외국인과 달리 ‘본국으로 돌아간다’는 선택지 자체가 없기 때문에 기약 없이 외국인보호소에서 지내야만 하는 상황이었다. 그는 기존에 앓던 질병과 보호소에서 새로 생긴 질병에 대한 적절한 치료가 제공되지 않는 점을 수차례 이의제기하고 저항했다. 그 과정에서 징벌적 독방 구금과 ‘새우꺾기’ 고문이 발생했다.

9월29일 인권단체 활동가들이 서울 중구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화성외국인보호소에서 일어난 인권침해 행위를 비판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있다. 강창광 선임기자

질병 치료 요구하다 고문당해
이 사실을 제보받은 인권단체와 변호사단체 등 대리인단은 법원을 통해 M씨가 구금된 독방 폐회로텔레비전(CCTV) 영상을 확보하고 본격적인 대응에 나섰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과 화성외국인보호소면회시민모임 마중 등은 9월29일 국가인권위원회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새우꺾기’ 고문 사실을 세상에 알렸다. 법무부는 기자회견을 한 직후, M씨의 동의 없이 개인정보보호법상 민감정보에 해당하는 M씨의 과거 경범죄 전과, 독방에서 찍힌 M씨 나체 사진 등을 언론에 배포했다. 법을 수호하고 인권을 보호해야 할 법무부가 공권력을 동원해 국내법, 국제인권법을 위반한 고문을 한 뒤 그 대응 과정에서도 거리낌 없이 불법을 행하며 이 모든 것을 M씨 탓으로 돌리고 있다.

유엔의 ‘자의적 구금에 관한 워킹그룹’은 2018년 발표한 이주민 구금 상황에 대한 의견에서 ‘모든 구금된 이민자는 인도적이고 인간 존엄성에 부합하도록 적절하게 대우받아야 한다’고 선언했다. ‘국가기관에 의해 고문당할 만한 사람’은 존재하지 않는다. 어떤 사유로도 국가기관의 고문행위, 불법행위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법무부는 이 사건에 대해 통렬히 반성하고 외국인보호소 운영 전반에 대한 전면적 개선을 논의해야 한다. 현재진행형인 이 끔찍한 인권유린 사건에서 무엇 하나 얻을 수 있다면 이 사건을 계기로 보호소가 정말 ‘보호’를 제공하는 제 이름의 의미를 찾는 것, 바로 그것이다.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김지림 변호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