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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희수 하사 “전역처분은 위법” 뒤늦게 바로 잡다

법원 “성전환 고 변희수 하사는 여성… 군의 남성 기준 전역처분을 취소하라”

제1383호
2021.10.08
등록 : 2021-10-08 12:17
2020년 1월22일 변희수 하사가 서울 마포구 군인권센터에서 기자회견을 열어 “군인으로 계속 남고 싶다”고 밝히고 있다. 김경호 한겨레 선임기자

성전환 수술 뒤 군에서 강제 전역당한 고 변희수 전 하사가 육군을 상대로 낸 전역처분취소 소송에서 10월7일 승소했다. 강제 전역된 지 624일 만이다.

대전지법 행정2부(재판장 오영표)는 2020년 1월 변 전 하사에 대한 육군의 전역처분이 위법하다며 이를 취소하라고 판결했다. 재판부는 “전역처분 당시 변 전 하사의 성별은 여성이며, 따라서 남성의 성징을 기준으로 한 신체 일부 훼손을 군 인사법상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한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성전환 여성’ 군 복무 가능 여부는 판단 안 해
하지만 재판부는 변 전 하사처럼 복무 중 성전환을 한 ‘트랜스 여성’의 경우에 군 복무가 가능한지에 대한 판단까지 내리지는 않았다. 재판부는 “남군으로 입대해 군 복무 중 성전환 수술을 받아 여성이 되는 경우, 여성으로서 다른 심신장애 사유에 해당하는지 여부, 현역 복무에 적합한지 아닌지, 현역 복무를 허용할지 여부 등은 이 판결에서 판단할 것이 아니고 국가 차원에서 입법적·정책적으로 결정할 문제”라고 선을 그었다. 이번 판결이 변 전 하사를 ‘남성’으로 보고 전역심사를 한 군의 처분이 잘못됐다고 결론 내린 것이지, 변 전 하사를 ‘트랜스 여성’으로 봤을 때 군 복무를 계속할 수 있을지를 판단한 것은 아니라는 이야기다.

변희수 전 하사는 2017년 ‘성정체성 장애’ 진단에 이어 2019년에도 군의관에게서 비슷한 진단을 받았다. ‘젠더 디스포리아’(성별 위화감)로 인한 우울증 증세가 깊어진 그는 군단장의 허락을 얻어 2019년 11월 타이의 한 병원에서 성전환 수술을 했다. 당시 군에 제출한 국외여행 계획서에는 성전환 수술이라고 명시돼 있었다. 귀국한 직후에는 법원에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바꿔달라고 신청했고 2020년 2월 성별 정정 허가를 받았다.

그러나 성전환 수술 직후 군은 변 전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리고 전역심사위원회에 회부했다. 그는 전역심사 연기를 요청했다. 그의 긴급 구제신청을 받아들인 국가인권위원회도 전역심사를 3개월 연기할 것을 권고했다. 하지만 군은 2020년 1월22일 전역심사위를 열었다. 폭력에 가까운 군의 결정에도 변 전 하사는 군인으로 살겠다는 의지를 꺾지 않았다. 그는 전역심사위가 열린 날 기자회견에서 “성별 정체성을 떠나 이 나라를 지키는 훌륭한 군인 중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며 눈물로 호소했다. 그러나 전역심사위는 강제 전역처분을 내렸다. 성전환 수술로 인한 신체적 변화를 ‘남성의 신체 일부 훼손’으로 보고 심신장애에 해당한다고 했다. 변 전 하사는 ‘전역 결정을 다시 심사해달라’고 육군본부에 인사소청을 제기했지만 기각당했다. 이후 계룡대 관할법원인 대전지법에 강제 전역처분 취소를 위한 행정소송을 냈다.

법원이 그를 여성으로 평가한 5가지 이유
법원의 판단은 군과는 달랐다. 변 전 하사의 심신장애를 판단할 때 법원은 전역심사 당시 변 전 하사의 주민등록상 성별(남성)이 아니라 실질적 성별 정체성(여성)을 기준으로 삼았다. 그를 여성으로 평가한 이유로 법원은 다섯 가지를 꼽았다. ①성정체성 장애를 상당 기간 겪어오다 성전환 수술에 이르게 된 점 ②의학적으로 검증된 방법으로 성전환 수술을 받고 별다른 후유증 없이 회복된 것으로 보이는 점 ③수술 후 신체적 기능장애가 없고 여성으로서 만족감을 느꼈던 점 ④여성으로 보는 것이 사회규범적으로 허용될 수 있으며 법원도 이후 남성에서 여성으로 성별을 정정하도록 허가한 점 ⑤군에 성별 정정 신청을 보고한 상태였기에 전역처분 당시 군에서도 이를 잘 알고 있었던 점을 들었다.

박한희 변호사(희망을만드는법 대표)는 “한 개인의 실질적 성별 정체성은 주민등록상 번호라는 ‘형식’이 아니라 ‘실질’을 보고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판결의 의미를 짚었다. 김형남 군인권센터 사무국장은 “애써 군이 부인해온 변 전 하사가 ‘여성’이라는 당연한 사실을 법원이 교정해준 판결”이라고 평가했다.

그토록 바란 ‘강제 전역이 부당하다’는 판결이 나왔지만 변 전 하사는 군으로 돌아가지 못한다. 그는 2021년 3월 자택에서 숨진 채 발견됐다. 임태훈 군인권센터 소장은 10월7일 선고가 끝난 뒤 대전지법 앞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일말의 양심이 있다면 육군은 항소를 포기하고 지금 당장 진심 어린 반성과 함께 변 전 하사의 영전에 무릎 꿇고 사죄해야 한다”며 “소수자에 대한 혐오와 차별, 배제를 군에서 배격하기 위한 국방부의 책임 있는 노력도 뒤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군, 트랜스젠더 복무 연구용역 예정
이번 판결을 통해 ‘트랜스젠더 군인’의 존재를 누락해온 현행 징집제도와 군 복무제도의 ‘맹점’을 직시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행 군인 선발 기준인 ‘질병, 심신장애의 정도 및 평가 기준’은 트랜스젠더 정체성을 ‘성주체성 장애’로 분류한다. 하지만 이미 복무 중이거나 복무를 희망하는 트랜스젠더 군인에 대한 지침이나 규정은 존재하지 않는다. 변 전 하사처럼 복무 중 성전환을 택한 군인에 대한 규정도 없다. 군이 변 전 하사의 전역을 결정하면서 군인사법 시행규칙의 ‘음경 상실·고환 결손’ 등 심신장애를 끌어들인 이유다. 박한희 변호사는 “트랜스젠더가 어떻게 군 복무를 해야 하는지, 자신의 성별 정체성을 가진 상태에서 군 복무를 할 수 있는 것인지에 대한 제도 차원의 논의가 필요하다”고 했다.

국방부는 2021년 안에 트랜스젠더 군 복무 관련 연구용역에 착수할 계획으로 알려졌다. 2016년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한 미국의 사례는 참고할 만하다. 당시 버락 오바마 행정부는 군과 민간 전문가로 구성된 실무검토 그룹을 구성해 6개월간 연구한 끝에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가 군대의 효율성과 기동성에 별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결론을 내렸다. 이후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은 트랜스젠더의 군 신규 입대를 다시 중단시켰지만, 후임인 조 바이든 대통령이 2021년 초 재차 트랜스젠더의 군 복무를 허용하는 행정명령에 서명했다. 김형남 사무국장은 “한국도 향후 연구용역에서 미국이 진행한 실무 연구 사례를 참고해 트랜스젠더 군인들의 복무 문제에 대해 체계적인 판단을 내릴 때가 됐다”고 말했다.

정은주 <한겨레> 기자 ejung@hani.co.kr

임재우 <한겨레> 기자 abbado@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