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허 아래 암흑의 진실을 보는 ‘동시대인’이번 학기 재난피해자권리센터와 함께 기획·진행하는 ‘참사, 애도와 서사’ 수업에 참여한 학생들에게 숙제처럼 남겨진 말이 있다. 또래인 한 희생자 동생의 이야기였다. 세월호 참사로 언니를 잃은 동생은 어느 날 사랑하는 딸을 잃은 어머니에게 문득 “엄마, 뭐 하러 열심히 ...2024-04-13 14:47
쇼츠 중독? 기다림이 설레는 사람은 ‘긴 이야기’ 읽는다대중교통에서 사람들이 소비하는 콘텐츠의 변화 양상이 꽤 흥미롭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사람들이 많이 보던 미디어 중 하나가 웹툰이었다. 그런데 요즘 들어 웹툰 보는 사람이 눈에 띄게 줄었다고 관찰자들이 입을 모은다. 대신 쇼츠(짧은 동영상)를 중심으로 한 짧은 볼거...2024-03-31 07:46
애도는 어떻게 우리를 진실에 이르게 하는가이번 학기 학생들과 이야기 만드는 사람의 동시대적 소명을 ‘애도와 서사’를 주제로 공부해보기로 했다. 동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에게 사회적 죽음과 애도는 가장 뜨거운 정치적/사회적 주제이다. 세월호부터 이태원, 천안함에서 채 상병 사건에 이르기까지 거의 매년 반복되는 예...2024-03-16 13:08
‘거세되지 않은 입’들의 시대, 읽기로 버티자이야기를 만드는 창작자를 가르치는 입장에서 한국의 정치인들을 보면 절망적일 때가 많다. 말을 잘 못하거나 조롱, 비아냥처럼 못된 말을 하기 때문만이 아니다. 저 말로 어떤 이야기가 만들어지는지, 만들어질 수는 있는지를 생각할 때마다 암담하다. 나라라는 정치공동체란 역사...2024-03-02 07:23
삶의 최전선, 그것이 불행을 자초할지라도“꼭 좋은 대학 안 가도 돼. 사람이 좋은 대학에 가야지만 행복한 게 아니야. 네가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사는 게 제일 좋아. 그래서 너는 뭐가 하고 싶어?”‘좋은’ 부모들이 자녀에게 곧잘 하는 말이다. 경제가 어려워지면서 이런 말을 하는 부모가 줄긴 했지만, 여전히...2024-02-18 01:59
한동훈의 동료시민? 보스만 있고 동료는 없다“동료라는 생각 자체가 없어. 그냥 위아래만 있어. 그러니 같이 일할 수가 없어.”오래전 한 친구가 ‘동료 관념’이 없던 한 직장 동료의 ‘최후’에 대해 이야기해줬다. 그 동료는 회사 체계를 수평적인 팀 체제로 재편한 지도 오래됐는데 오래전 직급체계에 익숙한 탓인지 여...2024-01-27 12:59
지은 죄만큼만 처벌받는 것이 그렇게 어렵나 배우 이선균의 사망 소식을 듣고 끝이 없는 절망과 사방이 막힌 것 같은 답답함이 함께 몰려와 한동안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안 되는구나. 깊이에서는 달랐지만 절망감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서거했을 때의 느낌이었다. 어떤 거대한 성벽이 있고 그 벽은 엄청난 기득...2024-01-14 03:51
당신이 누구든 누구를 사랑하든 ‘축복’하노라2023년 12월18일(현지시각) 로마 교황청이 역사적 선언을 발표했다. ‘간청하는 믿음’이라는 제목을 붙인 이 문헌은, 결혼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을 수정하거나 변경하지 않는 더 넓은 범주에서 동성 커플이나 정규적이지 않은 상황에 있는 커플을 축복할 수 있다고 밝혔다....2023-12-31 06:29
등장인물을 얕잡아 보지 마세요“그러니까 제가 제 등장인물을 얕잡아본 거네요.” 학생이 기획한 이야기에 피드백하던 시간이었다. 중요한 등장인물 중 한 명의 행동이 조금 평면적이었다. 학생에게 이 사람이 그전에 무슨 일이 있었기에 이런 행동을 한다고 넣었는지 물었다. 학생은 이야기의 그 장면에 필요해...2023-12-03 04:59
모두 사회를 포기한 때, 사회를 만드는 사람들어디나 혼란스럽기만 하고 희망이 없어 보이는 2023년이다. 어디나 인간(적 가치)의 ‘가능성’을 고양하는 새로운 것이 태어나며 사람들에게 ‘해보자’는 의욕을 고취하기보다는, 무력감과 무기력 그리고 피곤함만 팽배해지고 있다. 따라서 창작자들의 고군분투에도 사람들이 연합...2023-11-19 02:44
재난 피해자의 희생을 최후의 희생이 되게 하려면이태원 참사 추모 행사를 정부가 방치해 자신의 기본권이 침해당했다고 제기한 헌법소원이 헌법재판소에서 각하 결정이 내려졌다. 헌법소원을 제기한 시민은 “서울광장 인근을 통행할 때 영정 사진을 보고 싶지 않더라도 이를 볼 수밖에 없는 것이 부당하다”며 소를 제기했다고 한다...2023-11-04 09:12
‘진정성’ 나르시시즘 넘어, 타자라는 세계로 들어가는 ‘모험’“미워하는 사람이 없어지니 웃을 수 있게 됐습니다.” 그제야 그전에는 보고 싶지 않던 사람들의 삶이 보이더라고 말했다. 의 정지아 작가가 지리산 현장학습에서 학생들을 만나 ‘자기 이야기를 어떻게 작품으로 만들 것인가?’에 대해 나눈 이야기다. 작가는 이야기에서 인물을 ...2023-10-21 13:50
스님, 그건 ‘괜찮은 사람’ 아니라 ‘호구’ 아닌가요“따져봅시다. 분노하는 ‘나’와 용서하는 ‘나’ 중에 어느 쪽의 ‘나’가 괜찮은 사람입니까?”학생들과 함께 ‘사람책’(Human Book·사람이 책처럼 자신의 지식과 삶의 경험을 나눔)을 진행하기 위해 지리산 실상사를 찾아 도법 스님과 대화를 나누는 자리였다. 도법 스...2023-10-08 05:10
이야기 만드는 일, 말에 풍경을 만들어주는 일학생들과 함께 올가을 문화탐방의 사전답사를 위해 오랜만에 전북 완주 화암사를 찾았다. 이 절에 오르는 길은 절집으로 가는 길 중 좋아하는 곳 세 손가락 안에 꼽는다. 그리 험하지 않지만, 누구도 손대지 않은 오래된 풍경이 펼쳐진다. 절집에 오르면 “조용히 다녀가시기 바...2023-09-17 02:13
“망했네요” 소멸보다 먼저, ‘소멸 감각의 소멸’이 찾아왔다자신의 고민을 동시대와 맞닿은 이야기로 만들고 싶어 하는 학생들이 참조할 만한 글이나 책을 소개해달라고 부탁하면 주저 없이 추천하는 글이 있다. 건국대 이관후 교수가 에 연재하는 ‘소멸 직전의 정치’다.가족·친구·사랑이 고민인데 정치 글을 읽으라고?이 글을 추천하면 많...2023-09-02 12: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