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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학자 아빠의 한푼두푼

기저귀는 안전한가요?

생리대 만드는 회사가 만든 기저귀에 대한 불안감

제1180호
등록 : 2017-09-21 01:43 수정 : 2017-09-22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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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리대에 이어 유아용 기저귀로까지 안전성 논란이 확산되고 있다. 한겨레 김태형 기자

아이 둘을 키우다보니 기저귀를 엄청나게 쓴다. 처음엔 면 기저귀 쓰는 게 환경적으로 나을 듯했지만, 기저귀를 빨고 말리고 관리하는 게 힘들어 몇 번 쓰다 포기했다.

유아용품은 가능하면 싼 걸 쓰려 한다. 꼭 돈 때문만은 아니다. 아이들 피부에 좋다고 해 비싼 일제 기저귀를 써본 적도 있지만 생각만큼 만능은 아니었다. 그래서 디자인에 따른 기능 차이는 있을지 몰라도 기저귀는 다 거기서 거기라고 생각했다.

둘째가 거의 기저귀를 떼는 줄 알았는데 얼마 전부터 밤에 심하게 오줌을 싸대기 시작했다. 도저히 방법이 없어 다시 ‘밤 기저귀’ 시대로 돌아갔다. 며칠 전 다시 기저귀를 떼어냈는데 그때마다 새벽에 이불을 온통 적셔놨다. 그럴 때면 하루가 난리통으로 시작된다. 아빠·엄마 사정을 몰라주는 둘째가 원망스러워 ‘기저귀 한번 참 요란스럽게 뗀다’고 생각했다.

진짜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둘째는 며칠 전부터 기저귀 밴드 닿는 곳이 가렵다고 했다. 그래서 팬티형으로 바꿔주었다. 이번엔 덥다고 해 다시 밴드형으로 교체했다. 자세히 보니 밴드에 살이 닿는 데가 빨갛게 부어올라 있었다. 며칠 전 새벽에 보니 엉덩이나 허리 쪽만이 아니라 허벅지 다리도 두드러기처럼 엄청나게 부어 있었다. 아이는 자면서 연신 다리를 긁어댔다. 흥미로운 건 기저귀를 떼면 몇 시간 뒤 부어오른 데가 저절로 가라앉는다는 점이었다. 당장 슈퍼에 가서 새 기저귀를 사왔다. 다 큰 애라서 사이즈는 특대형이고, 모델이 별로 없어 평소 잘 안 쓰던 고가의 기저귀를 샀다. 방법이 없었다.

여성들 생리대 문제로 한참 난리가 났다. 문제는 해결되지 않고 여전히 진행 중이다. 생리대 만드는 회사나 기저귀 만드는 회사나, 다 거기서 거기다. 생산 메커니즘도 다르지 않다. 이론적으로 생리대에 문제가 생기면 기저귀에도 문제가 생길 수 있다. 처음엔 생리대 문제에 큰 관심이 없었는데, 둘째아이 소동을 겪은 뒤 생각이 바뀌었다. 만약 설문조사원이 “선생님은 기저귀가 안전하다고 생각하십니까?”라고 물으면 “그렇지 않습니다”라고 대답할 것 같다.

아기들이 사용하는 유아용품 중에는 유독 화학물질이 많다. 아이용품엔 깨지기 쉬운 유리 대신 플라스틱을 많이 쓴다. 이들 용품을 소독하는 각종 세제도 화학물질에서 자유롭지 않다. 정부에 물어보고 싶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사용하는 기저귀는 화학적으로 안전한가?

물론 정부는 “안전하다”며 하나 마나 한 해명을 할 것이다. “피해가 있으면 소비자가 입증하라”고 오히려 큰소리를 칠 것도 예상할 수 있다. 그래도 끈질기게 물어보고 싶다. 우리 아기들이 사용하는 기저귀는 화학적으로 안전한가? 매년 40만 명 가까운 아이들이 태어난다. 이 불신을 해소하지 못하면 국내 기저귀 업체는 진짜 힘들어진다. 길게 보면, 시침 뚝 떼는 정부의 행정 편의주의는 정답이 아니다. 나는 답을 듣고 싶다.


우석훈 경제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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