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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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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검’받던 날

설계대로 시공됐는지 검사받는 절차

단독주택 짓는 이들의 ‘마지막 관문’
등록 2017-03-26 03:00 수정 2020-05-02 19:28
4개월 만에 집은 완공을 눈앞에 뒀다. ‘특검’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 가족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4개월 만에 집은 완공을 눈앞에 뒀다. ‘특검’을 무사히 마치고, 우리 가족은 입주를 기다리고 있다.

전설적인 메이저리거 요기 베라는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다”라는 금쪽같은 말을 남겼다. 9회 2사 뒤 리드 상황에서도 마음을 놓아서는 안 된다. 집짓기가 그랬다.

집은 3월 중순 접어들면서 내부 마감을 포함해 대부분 공정을 끝냈다. 지난해 10월26일 이후 4개월 남짓 걸렸다. 건물 외벽은 ‘스터코플렉스’라는 외장재로 칠하되, 일부 벽은 옅은 검은색 벽돌로 포인트를 줬다. 외벽에는 앞서 구청에서 발급한 도로명주소 표지판도 붙었다. 알콩달콩 붙은 듀플렉스 하우스다보니, 밖에서 보면 두 집이 경사진 ‘박공지붕’을 각각 하나씩 가졌다. 그 사이로 평면으로 된 공용 옥상이 자리를 잡았다. 대궐처럼 크지 않아도 좋았다. 네 식구 살기에 딱 걸맞은 아담함을 줄 것이다. 협소하나마 마당도 생겼다. 일정 규모 이상 조경을 하도록 한 규정에 따라 바닥에는 잔디와 매화나무 같은 것들을 심었다.

내부도 살이 채워졌다. 마룻바닥을 깔고, 벽은 페인트와 벽지를 섞어 하얀색으로 마무리했다. 2층 꼬마들 방에는 예쁜 꽃무늬 시트지를 붙였다. 늦은 밤 아이들 방 천창을 통해 달무리가 건너왔다. 아이들 방과 같은 크기의 안방에는 소형 드레스룸과 화장대, 침대 놓을 곳까지 자리를 잡았다. 한눈에도 작아 보이지만, 살면서 적응하면 충분한 공간이 될 것이다. 1층은 어른을 위한 공간이 됐다. 아내는 우리 형편에 견줘 비교적 넉넉히 배려한 주방을 반가워했다. 나는 천장에서 라디오 음악방송이 나오는 싸구려 스피커에 감격했다.

지금 사는 집도 비교적 손쉽게 매매가 됐다. 비수기인 한겨울에 집을 내놓은데다, 박근혜·최순실 게이트의 여파로 부동산 거래가 위축된 상황이라 걱정이 컸다. 애초 예상한 가격이 있었지만, 부동산에서도 10% 이상 값을 깎거나 매매 대신 전세로 내놓을 것을 권했다. 그러나 ‘집주인은 따로 있다’는 말이 맞는지, 뜻밖에 부동산에 내놓은 지 나흘 만에 매매 계약이 이뤄졌다.

당장이라도 입주할 것 같았다. 그러나 끝날 때까지 끝난 게 아니었다. 단독주택을 짓는 이들이 사실상 마지막 관문으로 여기는 게 ‘특검’이다. 건축 쪽에서 특검은 관공서에서 허가한 설계 기준대로 집이 지어졌는지 검사하는 ‘특별검사원’을 줄여서 일컫는 말이다. 이들이 ‘설계대로 시공이 됐다’는 사실을 관공서에 확인해줘야 준공 절차가 무사히 끝난다.

정해진 규정을 넘어 불법적으로 집의 꼭대기층을 높이거나 바닥 면적을 넓히면 최악의 경우 집을 부수고 새로 지어야 할 수도 있다. 특검을 받던 날은 긴장 백배였다. 건축사, 시공사 쪽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나 특검은 나쁜 짓을 한 사람한테만 무서운 것이었다. 다행히 특별한 지적 사항 없이 특검은 “축하한다”는 덕담을 남기고 돌아갔다.

그래도 집짓기가 워낙 여러 공정을 필요로 하는 까닭에 이후에도 사소한 문제가 발생했다. 준공 허가 과정에서 정원 바닥재 일부가 물 빠지는 기능을 하지 못해 교체하는 비용이 들거나, 세탁 공간이 세탁기가 들어가기 까다롭게 설계된 부분 같은 것들이다. 수납 공간이 부족한 반면, 2층 가족실은 필요 이상으로 넓은 것도 문제였다. 아이들이 계단 높이에 적응하지 못해 넘어지거나, 예상과 달리 안전하지 않은 요소가 눈에 띄는 것도 그랬다. 시공사와 협의해 일부는 고치고, 일부는 이곳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이 적응해야 한다.

입주를 앞둔 우리보다 분주한 건 뜻밖에 인근 부동산이었다. 아직 집이 지어지지 않았는데도, 이들은 부지런히 ‘손님’들을 데려왔다. 우리 가족에겐 집 짓는 과정 못지않게 중요한 고민거리다. 한집처럼 부대끼며 살아야 할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봄밤, 우리 가족과 둘러앉아 우연 같은 ‘인연’을 얘기할 이들은 누구일까?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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