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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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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평이면 충분하다

30평대 중소형 아파트가 좋다지만 우리 집은 바닥면적 절반으로 충분
등록 2017-02-10 11:28 수정 2020-05-02 19:28
단독주택이 꼭 으리으리해야 하는 건 아니다. 바닥면적 19평짜리 월급쟁이집의 2·3층 입면도. 건축중심 제공

단독주택이 꼭 으리으리해야 하는 건 아니다. 바닥면적 19평짜리 월급쟁이집의 2·3층 입면도. 건축중심 제공

‘내 마음 첫 동네에 작은 집 하나….’ 이런 느낌의 집이었으면 했다. 소박해서 정갈한 곳, 넘치지 않아 아늑한 곳, 아담해서 편안한 곳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집의 이야기란 건 어차피 가족이 채워가는 것이다. 그러나 물리적으로 최소한의 공간은 필요한 법이다. 아이가 자라고, 가족이 늘어나면 더 그렇겠다. 어느 정도가 적당할까?

아파트는 공급면적 33~34평(전용면적 기준 84m²·25평) 정도가 인기 있는 것 같다. 주택 청약과 세금에서 여러 혜택이 있는 국민주택(전용면적 85m² 이하) 가운데 가장 큰 규모다. 요즘 국민주택 규모 아파트는 베란다를 만들어 ‘서비스 공간’으로 제공한 뒤, 이를 확장하는 방식으로 전용면적을 30평대까지 끌어올리는 경우도 많다.

그러나 단독주택은 바닥(건축)면적 20평만 확보해도 충분하다. 너무 작진 않을까? 아파트와 비교해보자. (글에서 가급적 숫자를 줄이려 하지만, 이번에는 건축면적을 가늠하기 위해 꼼꼼히 숫자를 넣었다.) 지금 짓는 우리 집의 바닥면적은 19평이다. 1층은 거실과 주방을 하나로 잇는 데 15평을 썼다. 주방 3.5평, 거실이 약 11.5평이다. 국내 대기업 건설사가 2014년 서울 강남에 일반 기준을 적용해 지은 40평짜리 ㄹ아파트의 주방이 2.5평, 거실 7~8평 정도 크기다.

19평 가운데 남은 4평에 현관, 계단, 다용도실을 넣었다. 각각 1.3평 정도인데, 일반적으로 아파트에서 현관이나 메인(거실) 화장실을 만드는 넓이다. 단독주택에 적용해도 꽤 넉넉하다. 현관 좌우에 모두 신발장을 만들되, 한쪽은 아래쪽을 벤치식으로 만들었다. 기능적으로는 아이들이 걸터앉아 손쉽게 신발을 신고, 개방감도 얻을 수 있다. 계단 한쪽 밑은 샤워실을 뺀 소형 화장실, 다른 한쪽 계단 밑은 수납장을 만들었다. 다용도실에는 식료품을 넣는 팬트리장과 보일러실이 포함됐다.

2층에도 19평이 있다. 먼저 안방, 큰아이 방, 가족실에 15평을 썼다. 방 2개가 각각 4.5평이고, 가족실이 6평(복도 일부 포함)이다. 30평대 아파트들의 안방 크기가 4.5평 안팎인 것과 견주면, 우리 집 방들도 충분히 기능을 할 것이다. 다만 30평대 아파트는 대개 방이 3개, 40평대는 4개로 구성됐다. 우리는 2개다. 아이 방은 천장고를 360cm까지 올려 복층 침대를 놓았다. 이렇게 되면 2층 침대 넓이(1평)만큼 추가 공간을 확보할 수 있다. 꼬마들이 어지간히 자랄 때까지 함께 방을 쓰기에 좁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했다. 가족실은 웬만한 40평대 아파트 안방 크기다. 방 하나를 포기하고 굳이 가족실을 택했다. 2층이 온전히 잠만 자는 ‘죽은 공간’이 되는 것을 피하고 싶었다.

남은 4평에는 큰 화장실, 계단, 작은 화장실이 들어갔다. 큰 화장실은 2평으로 다소 크게 만들었다. 욕조·변기·세면대를 알맞게 배치하고, 남는 공간을 활용해 세탁기·가스빨래건조기·미니냉장고까지 넣었다. 세탁·냉장 시설이 화장실 내부에서 전혀 존재감을 느낄 수 없도록 공간을 쪼개는 것이 중요하다.

아파트에서 좀처럼 얻기 어려운 게 다락방이다. 창고형 다락이나, 허리를 구부린 채 가까스로 진입하는 옛날식 다락방과는 다르다. 계단도 1~2층을 오르내리는 것과 차이가 없도록 높이를 확보했다. 10평 공간이 하나의 방처럼 돼 있다. 둘째아이가 언니로부터 ‘독립’을 선언하면 이 공간을 내주면 된다. 이러면 네 식구의 개인 공간이 자리잡는다. 다만 천장고가 최고 210cm로 낮다. 둘째가 농구선수만큼 자랄 수 있지만, 한참 뒤 걱정할 일이다. 착공 3개월. 입주가 한 달 앞이다.

홍석재 기자 forchis@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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