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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주 본능 야생마의 주루사

이기적인 플레이로 동료·구단 눈 밖에 난 미국 메이저리그 LA 다저스 야시엘 푸이그
등록 2016-09-25 04:02 수정 2020-05-02 19:28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가 질주를 시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가 질주를 시작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야구는 특이한 운동이다. 분명 팀 스포츠인데 개인들 간의 승부로 이루어져 있다. 일단 투수와 타자의 대결이 주를 이루기 때문이다. 축구, 농구 등과 같이 포메이션은 필요치 않다. 수비 시프트(타자 성향에 따른 수비 위치 조정)가 있지만, 그것도 타자의 특징에 맞게 잠깐 위치 이동만 할 뿐이다.

그렇다면 다른 단체 스포츠에 비해 야구는 ‘팀워크’의 중요성이 덜할까? 당연히 그렇지 않다. 모든 팀 프로스포츠 가운데 한 시즌 가장 많은 경기(메이저리그의 경우 162경기)를 치른다.

시즌 시작 전 몸을 만드는 ‘스프링트레이닝’이 2월 중순에 시작된다. 이때부터 선수들은 10월 초까지 가족보다 함께 보내는 시간이 많을 정도로 서로와 마주쳐야 한다. 최소한 연간 절반의 시간을 함께 지내다보니 이들 간의 끈끈함은 중요할 수밖에 없다. 이를 메이저리그에선 ‘클럽하우스 케미스트리’라고 부른다. 클럽하우스는 경기 전후 선수들이 휴식을 취하는 장소다.

3년 전 LA 다저스가 쿠바 출신의 ‘야생마’ 야시엘 푸이그를 데뷔시킬 때만 하더라도 그에 대한 팬들의 환호는 엄청났다. 당시 22살이던 쿠바산 야생마는 188cm의 신장에 120kg의 탄탄한 체격의 소유자로 바람같이 빠른 스피드와 대포알을 연상시키는 강한 어깨, 고무공을 연상시키는 탄력으로 단숨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데뷔와 동시에 바로 스타 대접을 받았다. 문자 그대로 ‘아침에 눈을 떴더니 부와 명성을 얻은 것’이다.

하지만 밝음이 있으면 어두움이 있기 마련이다. 데뷔 시절 3루 주루 코치의 사인을 무시하고 자신의 스피드만을 믿으며 질주하다 주루사를 당하는 일이 흔했다. 강견을 과시하듯이 무조건 선두 주자를 잡기 위해 무모하게 송구하다가 결국 후발 주자가 한 베이스를 더 가게 만들기도 했다. 자신의 태도 탓에 팀의 승리를 희생시키는 경우도 심심치 않게 나왔다. 팀 선배나 동료들로부터 이런 모습에 대한 지적을 끊임없이 받았고, 아직 어린 선수라는 배려도 있었지만, 시간이 흘러도 버릇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게다가 어린 나이에 갑자기 찾아온 부와 명예는 그에게 오히려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었다. 자신만 아는 이기적인 행동으로 동료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지난 스프링트레이닝에는 헬리콥터를 타고 트레이닝장에 나타나 다른 선수들과 코칭 스태프를 아연실색하게 만들었다. 끊임없는 파티로 자기 관리를 못해, 크고 작은 부상을 달고 살았다.

결국 팀은 결단을 내렸다. 푸이그는 마이너로 강등됐다. 팀은 그를 트레이드하려는 시도를 모색하기에 이른다. 다저스는 그를 일단 마이너리그로 내려보낸 뒤, 한 달간 나름대로 모범적인 생활을 하자 다시 메이저리그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아직도 그에 대한 시각은 곱지 않다. 팀에서는 “무엇보다 팀원들에게 받아들여지는 선수가 되는 것이 첫 번째 과제”라는 말도 했다. 당장은 넘어갔지만 올겨울쯤 트레이드가 될 것이라는 소문도 있다. 제아무리 날고 기는 기량의 소유자라도 자신만을 챙기는 이기적인 선수에게 관심을 갖는 팀은 소수이다.

송재우 MBC스포츠플러스 야구 해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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