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가의 강간
당신은 외화를 벌어들이는 애국자입니다.
미군에게 친절하십시오. 몸을 깨끗이 하십시오.
인종차별 하면 혼납니다. 성병 걸리면 수용소 갑니다.
‘하면 된다’던 시절, 누군가가 아가씨들에게 속삭였습니다.
그는 관리하고 감시하는 천 개의 눈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마취제를 먹고 미군을 받던 윤복례 할머니.
열한 번째 아이를 지우고 공사장 막일에 뛰어들었습니다.
애를 못 낳는다고 소박맞고 기지촌에 온 김귀자 할머니.
미군의 아이를 낳아 입양보내고 수면제 28알을 먹었습니다.
잘 곳도 없는 지금, 그들에겐 속삭임이 들려오지 않습니다.
<한겨레21> 695호는 기지촌 할머니 51명의 증언을 통해 미군의 ‘포주’ 역할을 한 국가를 고발합니다. 이득만 있다면, 경제를 위해서라면 무슨 짓도 하는 국가. 오늘따라 가슴이 서늘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