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 노릇, 때려치우든지 잘하든지
본 기자, 형이 없습니다. 자매들 사이에 샌드위치 계란처럼 낀 외아들입니다. 쌈 잘하는 형이면 금상첨화겠지만 영화 <우리형>에 나오는 언청이 형이라도 있으면 싶었습니다.
이놈의 형이라는 족속들은 축구시합을 하면 동생한테만 센터링을 날려주고, 동생 코에 주먹이라도 스쳤다간 그 주먹 임자의 코를 묵사발 내고, 밥 먹을 때 <우리형>의 원빈같이 싹수가 노란 동생이 “누군 입이고 내는 주둥이가!”라고 발광을 해도 묵묵히 웃어준다는 거 아닙니까. 무엇보다 슬픈 점은 ‘형’은 엄마한테 낳아달라고 조를 수도 없다는 겁니다.
그런데, 요즘 형 노릇이 좋은 것만은 아닌 것 같습니다.
기업의 형 노릇은 짜증납니다
‘하면 된다’ 그룹의 맏형은 현대건설이었습니다. 한때 건설업계 ‘지존’으로 이름을 날린 기업이 형 노릇 하다가 ‘부실기업의 대명사’로 골병 들고 말았답니다. 자기 먹고살 돈도 없는데 동생들 뒷바라지한다고 계열사에 수백억을 출자해주지 않나, 아버지 왕회장님 대통령 도전하신다고 비자금 만들어줬다는 소문도 무성했습니다. 마침내 형 노릇 그만둔 지 3년여 만에 독립경영, 투명경영으로 다시 우뚝 섰습니다. 현대건설은 재벌 체제에 골병 드는 맏형 기업들에게 이런 말을 해줘도 될 것 같습니다. “고마 해라!”
정당의 형 노릇은 더 짜증납니다
우왕좌왕 갈팡질팡 왁자지껄 열린우리당의 형 노릇도 쉬운 게 아닙니다. 총선 승리하고 ‘부자 몸조심’ 한다고 국보법 폐지 말도 안 꺼내다가 재보선 패배한 뒤 아차 싶어서 폐지안 발의하고. 또 ‘실용파’ 동생들이 “내는 주둥이가!” 짜증내자 당론 결정 유보하고 대통령이 나서자 폐지하겠다고 주먹 불끈 쥐고. 냉탕 온탕 왔다갔다하다 혈압만 오르고 말았답니다. 국보법의 수렁에 빠진 열린우리당 지도부에게 이 땅의 형들은 이런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하려면 잘해라!”
<한겨레21> 539호는 기업과 정당 맏형들의 실상을 추적했습니다. 결론은 이거 하납니다. “못하겠으면 얼른 때려치우고 할 거면 잘해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