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품 공장에 이른바 ‘위생검사’라는 것이 있다. 감독관청이 정기적으로 순회하며 탈법행위를 감시하는 활동을 말한다. 이 위생검사를 받을 때면 공장의 모든 곳은 ‘차렷’ 상태가 돼야 한다. 단속 공무원의 어떤 손길도 거부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한데 이때 단 한 군데 예외 장소가 있다. 다름 아닌 ‘수출용 제품 생산 현장’이다. 이곳에는 공무원이 절대로 접근하지 않는다. 어떤 간섭도 없다. 소비자가 자국민이 아니니 감독자로서도 밤 놔라 대추 놔라 할 이유가 없다. 그야말로 식품 공장의 ‘치외법권 지대’라 이름 붙일 만한 곳이다.

△ (일러스트레이션 / 이우만)

이 사실은 우리에게 중요한 시사점 한 가지를 던져준다. 수출용 식품은 ‘감독의 사각지대’에서 만들어진다는 사실이 그것이다. 이곳에서의 생산 활동은 전적으로 생산자의 재량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행여 그 생산자의 양심에 흠이 있다면 당연히 제품에도 그대로 투영될 것이다. “수출용 식품은 내수 제품에 비해 관리 규정이 사뭇 느슨하다”는 미국의 한 검역 관계자의 발언도 이 사실과 무관하지 않다.

국경을 넘는 식품에 어떤 흠이 있다면 수입검사 과정에서 적발되지 않을까. 물론 그럴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그 가능성이 극히 희박하다는 사실이다. 가끔 언론을 통해 불거지는 수입식품 문제는 빙산의 일각이라고 보면 된다. 도둑 하나를 경관 열이 못 잡는다고, 불량식품을 검사 방법으로 알아낸다는 것이 생각처럼 쉬운 일이 아니다. “미국으로 수입되는 식품들 중 정식 검역 절차를 거치는 품목은 1.3%에 불과.” 이 전하는 최근의 기사 한 토막이다. 검사 시스템이 가장 앞서 있다는 미국의 경우에도 수입식품 98.7%는 국경을 무사통과한다는 이야기다.

이 사실을 인정하고 나면 우리 주변에 넘치는 수많은 국적 불명의 식품들이 예사롭게 보이지 않는다. 가장 크게 문제되는 점이 불투명한 원료 사용에 대한 의혹이다. 허가되지 않은 첨가물들이 사용됐을 가능성, 또는 허가된 물질이라 해도 불필요하게 남용됐을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 인도·필리핀·캐나다 등지의 과자·빵, 벨기에의 두류가공품, 과테말라의 블랙베리, 페루의 할라피뇨…. 최근 미국식품의약국(FDA)이 공개한 통관 보류제품 리스트다. 유해물질이 검출됐다는 게 그 이유다. 요즘 FDA는 멜라민이라는 독성물질을 놓고 중국의 식품당국과도 각을 세우고 있다.

이런 잡음이 미국만의 문제일까. 그렇지 않다는 것은 삼척동자도 안다. 우리나라의 국경을 넘어 들어오는 식품들도 크게 다르지 않다. 그 식품들 역시 사각지대에서 만들어질 가능성이 크다. 우리나라의 경우 특히 문제되는 것이 저개발국의 저가 제품이다. 유감스럽게도 이런 제품들은 주로 어린아이들이 접근하기 쉬운 매장으로 흘러들어간다. 어린 소비자들은 그 식품들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잘 모른다. 그 식품들의 유해성은 그들에게 더 치명적인데 말이다. 불량 수입식품, 그것은 오늘날 식단의 황폐화를 부르는 또 다른 주범이다. 그 시장이 커질수록 국민건강지수는 낮아진다. 보건당국은 그 식품들의 상륙을 막기 위해, 소비자는 그 시장의 확대를 막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