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성영 의원은 ‘적’이 참 많다.

대구 동갑을 지역구로 17대 국회에 등원한 그의 가장 큰 적은 ‘간첩’이었다. 국가보안법 존폐를 놓고 정국이 뜨겁게 달아올라 전혀 춥지 않던 지난해 12월, 그는 ‘느닷없이’ 매카시를 연출했다. “이철우 열린우리당 의원이 현재까지 간첩으로 암약하고 있다.” 사실 느닷없다는 것은 그가 간첩을 잡아온 공안검사 출신이라는 이력을 깜빡한 것이다. 아무런 증거도 대지 못했지만 간첩 암약 발언으로 그는 졸지에 스타가 됐다. 물론 유명세를 톡톡히 치러야 했다. 열린우리당은 그를 국회 윤리특위에 제소했고, 동료 의원들은 그를 2004년 최악의 국회의원으로 뽑았다.

주 의원은 ‘노가리’ ‘기생층(충)’ ‘베짱이’ ‘딴겨레’ ‘쓰레기’와도 끊임없이 싸웠다.

역시 탈 많은 지난해 12월이었다. 나는 결국 주 의원과 싸우고 말았다. 어릴 적 이후 싸워본 기억이 없는 나에겐 아직까지 씁쓸한 기억으로 남아 있다. 법사위 회의장에서 마주친 그는 같은 당의 김정훈 의원에게 나를 소개했다. “여기 딴겨레 류이근 기자가 능력은 아주 뛰어난데, 자질이 없어.” 머리가 띵해졌다. 자질이 없다는 표현은 실제 그럴 수 있으니 무시하고 넘어갈 수 있지만, <한겨레>를 비아냥 거린 것은 참기 어려웠다. “아니, 주성영 의원! 어떻게 그렇게 말할 수 있어요. 뭐하자는 겁니까!” 순간 얼굴이 붉어진 그는 김 의원에 이끌려 서둘러 회의장을 빠져나갔다. 사실, 그날 그와의 ‘싸움’은 좀 싱거웠다.

예고편은 여러 번 있었다. 그는 앞서 나와 처음 조우했을 때, “류 기자가 당신이구만. 안다리를 후리고 들어오는데 무섭더라고”라고 말했다. 조만간 ‘되치기’에 나설 것을 예고했지만 알아차리지 못했다.

그 전에 그는 <한겨레>를 ‘협박’하기도 했다. 그는 감사원 국감장에서 한겨레신문 1면을 흔들어대면서 “과거에 국가 안보에 관심이 없던 신문이 이제 와서 기밀이네 뭐네 하면서 안보를 들고 나온다. 이게 말이 되냐. 기사도 내용이 하나도 없다”고 비난했다. 그 뒤 그는 비정부기구(NGO)를 세금을 낭비하는 기생층에 비유한 이유를 묻자 “지난번 제가 감사원에서 한겨레신문 인용했을 때 안 계셨나요? 오늘 또 한겨레신문을 제가 헌법재판소(국감장)에서 인용해드릴까요? 해드릴 수 있어요. …우리 한번 잘 지내봅시다”라고 말했다. 그리고 한달 뒤쯤 그가 낸 보도자료를 확인하기 위해 다시 통화했다. “지난번 기생층 기사 잘 봤어요. 그런데 기자 자질이 의심스럽네. 왜 자꾸 내 ‘과거’를 묻고 그래~.” “아니 공인이 아니십니까?” “자질이 안 됐구만. 그런데 류 기자 몇 학번이야!” 사실 나는 간혹 주 의원이 논란을 불러일으킬 때마다 총선시민연대가 낙선자 대상으로 선정하면서 밝힌 그의 경력을 기사 끝에 붙였다. 그와 그렇게 통화만 2~3차례 하다가, 12월에 불편하게 맞닥뜨린 것이다.

그는 참여정부의 경제 실정을 비판하는 풍자극 <환생경제>에서 노무현 대통령의 극중 인물인 노가리로 열연했으며, 열린우리당 386 의원들을 베짱이에 빗대 조롱하기도 했다. 최근에는 ‘대구 술자리 폭언’을 최초 보도한 <오마이뉴스>를 쓰레기에 빗대 물의를 빚었다. 그가 그토록 많은 적들과 싸우기엔 여의도 국회가 너무 좁고 고상해 보인다. 다음엔 그가 여의도 밖, 보다 넓은 곳에서 마음껏 세상의 모든 것들과 싸울 수 있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