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칼럼 > 정치의 속살 칼럼 목록 > 내용   2008년01월24일 제695호
국회의원의 책상

▣ 최성진 기자csj@hani.co.kr

1월 셋쨋주, 국회 의원회관이 어수선했다. 각 의원실마다 의원용 책상 교체 작업으로 북새통이었다. ‘책상 하나 바꾸는 데 북새통이라니 과장이 심하잖아’라는 지적을 할 수도 있겠지만, 진짜 북새통이었다. 새로 들어오는 의원용 책상은 기사 서너 명이 매달려 작업해야 할 정도로 웅장했다. 물론 재질도 고급스럽기 짝이 없었다.

이상한 것이 있다. 제17대 국회 활동 종료 시점이 석 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의원용 책상을 교체하는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의원실의 반응은 냉소적이었다. 한나라당 ㄱ의원실 보좌관은 “17대 국회가 거의 끝나가는데 어느 누가 의원용 책상을 바꿔달라고 요구했겠느냐”고 반문했다. 또 다른 보좌관은 “가뜩이나 의원실이 좁은데 이렇게 큰 책상을 들여놓으면 인테리어 자체를 모두 바꿔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했다. ㅇ의원실 비서관 역시 “기존에 쓰던 의원용 책상도 거의 새것이었는데 이게 웬 돈낭비인지 모르겠다”고 지적했다.

책상 교체를 결정한 곳은 국회 사무처다. 의원용 책상이 낡고 노후했다는 판단을 내려 교체를 결정했다는 게 사무처의 설명이다. 사무처 관계자는 “책상이 낡고 망가졌더라도 의원실에서는 집단적으로 교체 요청을 할 수 있는 통로가 없기 때문에 사무처가 교체 여부를 판단했다”며 “전체 299개 의원실 가운데 교체를 원치 않는 방을 제외한 나머지 200여 개 의원실에 새 책상을 지급했다”고 말했다.

새로 들어온 의원용 책상의 가격은 얼마나 될까. 해당 책상을 납품한 (주)코아스웰 쪽에서는 “국회 의원회관에 들어간 책상 가격을 공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며 답변을 거부했다. 국회 사무처의 답변도 비슷했다. 사무처 관계자는 “책상 교체에 들어간 예산을 공개하면 실무자가 다칠 수도 있기 때문에 알려주기 곤란하다”고 말했다.

대신 짐작은 가능하다. 마침 대통합민주신당 소속 한 보좌관이 설치를 맡은 기사를 통해 책상 가격을 문의한 적이 있다. 이 보좌관은 “새로 설치되는 책상이 너무 고급스럽고 좋아 보여서 기사에게 가격을 물어보니 개당 200만원 안팎이라는 대답을 들었다”고 전했다. 단가를 200만원이라고 했을 때, 이번 책상 교체 사업에 대략 4억원의 국민 세금이 사용된 셈이다.

김태랑 사무총장이 임명된 이후 국회 사무처가 세금을 이런 식으로 사용한 사례는 별스러울 정도로 많았다. 당장 의원실만 해도 그렇다. 이번에 의원용 책상을 바꾼 것 말고도 지난해 4월에는 대형 회의용 탁자와 의자를 한 세트씩 지급했다. 여기에 사용된 예산이 6억4500여만원이었다. 그 두 달 전에는 의원실의 컴퓨터 시스템을 업그레이드해줬다. 컬러프린터와 모니터를 추가로 지급했고, 기종도 고급 사양으로 바꿨다. 역시 수억원이 들었다. 2005년 말에는 멀쩡했던 TV를 죄다 디지털TV로 바꿨다. 여기에도 약 3억원의 세금이 쓰였다. 심지어 지난해 5월에는 의원 사무실의 조명등을 일제히 바꿨다. 투입된 예산은 역시 약 3억원.

이 밖에도 국회 사무처가 지난 2~3년간 발주한 사업은 일일이 열거하기 어려울 정도다. 대부분 불필요한 예산 집행이었다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운 것들이었다. 의원회관 흡연실은 시대 추세에 맞지 않게 생뚱맞다는 비판을 들었고, 의원회관 정문 차양(캐노피)은 흉물스럽다는 평가를 받았다. 지난해 설치한 최첨단 주차시스템은 두고두고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했다. 문득 ‘국회 사무처가 뭐하는 곳일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국회 사무처는 대체 뭐하는 곳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