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재희의 여인열전]
▣ 김재희/ <이프> 편집인 franzis@hanmail.net
인도 콜카타에 마더 테레사의 이름이 남았다면, 불법벌목, 토지강탈, 노예노동, 환경훼손, 인권침해로 악명 높은 브라질 파라에는 도로시 스탕 수녀의 이름이 새겨질 것이다. 다이앤 포시가 아프리카 르완다 숲에서 고릴라의 생존권을 지키다 비명에 갔다면, 도로시 수녀는 아마존 열대림의 생존권을 위해 헌신하다 개발이익에 눈이 먼 벌목꾼과 농장주가 고용한 암살범들의 총격으로 꼭 1년 전에 살해당했다.
1931년 미국 오하이오에서 태어나 1948년 노트르담수녀회에 입회한 그녀는 해방신학을 공부한 뒤 ‘불의에 맞선 항거가 하느님께 복종하는 길’임을 깨닫고, ‘가난한 사람들, 특히 여성과 아이들 곁으로 가라’는 부름에 응해 1972년 아마존 유역으로 들어가 30여 년간 빈민운동과 환경운동을 했다. 이 무렵 한국에 진출한 노트르담수녀회는 비인격적인 처우로 고통받으며 절망적인 상황에서 살고 있던 버스 안내양들을 대상으로 자긍심 회복을 위한 교육과 그녀들의 인권보호 활동을 펼치기도 했다.
자연 학대든 여성 학대든 약자를 착취해 얻는 이익에 반하는 활동은 포악하고 뻔뻔한 짓을 벌이는 이들을 적으로 만드니, 아마존에서는 벌목업자·목장업주와 농민·환경운동가들의 대립이 그치지 않았다. 1985년 이래 브라질 전역에서 1400여 명이 살인청부업자의 손에 죽었고, 도로시 수녀가 활동한 파라에서 희생된 주민 수만 해도 1988년 살해당한 아마존의 전설 치코 멘데스를 포함해 500명이 넘는다. 도로시 수녀의 얼굴에 날아든 총알은 그녀가 읽던 성서를 손에서 떨어뜨렸고 수녀복을 피로 적셨다.
“1986년 거기 갔을 때도 어떤 남자가 우리를 따라다녔다. 땅주인들은, 돈 몇 푼이면 언제라도 귀찮은 사람들을 없애버릴 수 있다고 했다.” 장례미사에서 그녀의 동생 마그리트는, 희생자들의 뒤를 이어 죽음의 길을 간 언니는 진작부터 그 순간을 각오했으며, 숨을 거두는 순간에도 가엾은 하수인들을 위해 기도하고 자기 목숨을 창조주께 감사 예물로 바쳤을 거라며 울먹였다.
습격 두 달 전 브라질 인권상을 받는 자리에서 도로시 수녀는 정부 차원의 신변 보호를 요청했으나 무시됐다. 아울러 그치지 않는 의문사의 해결을 촉구하며 우림을 지켜달라고 호소했으나 부패 권력과 결탁한 범인들의 자취는 미궁으로 사라진다. 룰라 대통령은 하위 20%의 인구가 단 2%의 부를 소유한 현실을 바꾸겠다고 공언했으나 경제적 압박이 심각한 상황에서 정치적 호언은 말잔치에 그칠 뿐이라, 도로시 수녀의 희생 뒤에도 함께 활동하던 주민 다섯 명이 더 살해됐고 이들과 함께 아마존도 죽어나간다. 지구 전체 우림의 40%에 이르고 지구 전체 산소량의 20% 이상을 공급하는 아마존 열대림은 지금도 1분마다 축구장 8개 넓이씩 사라지고 있다. 2월12일은 지구의 허파 아마존을 지키다 스러진 도로시 수녀의 거룩한 활동을 기리는 날로 기념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