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13일 오후 8시, 한겨레신문사 사장실을 찾은 대한민국고엽제후유의증전우회 양상규 회장은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사장에게 사과의 말부터 꺼냈다.

지난달 27일 신문사 난입이라는 언론사상 초유의 불상사를 빚었던 가해자와 피해자의 만남이었다. 이날 모임은 당시 난입으로 인해 발생한 물질적 피해와 법적처리 문제를 매듭짓는 자리였다. 그러나 이날 만남에는 격앙된 목소리나 싸늘한 신경전은 없었다. 이번 사건을 통해 서로를 더욱 잘 이해하게 된 두 당사자가 허심탄회하게 이야기를 나누는 자리이기도 했다.

양상규 회장과 김성욱 사무총장, 류삼종 경제고문 등 세 사람을 맞은 최학래 한겨레신문사 사장은 난입사건에 대한 아쉬움을 털어놓았다. “이렇게 신문사에 난입하는 사건은 언론사상 없었습니다. 폭력적인 방법으로 의사를 표시하는 것을 이해할 사람은 없을 겁니다. 사실 고엽제 피해자분들은 우리의 형제입니다. 우리 신문은 고엽제 문제를 가장 먼저 보도했고 가장 잘 알고 있는 신문입니다. 그런데 우리가 서로 맞서는 관계가 된다면 바람직하겠습니까. 이 문제를 터는 마당이므로 저희는 대승적인 차원에서 손해배상 소송을 하지 않기로 했습니다.”

전우회의 세 간부 역시 공식적으로 사과하면서 불미스런 사건을 뛰어넘자는 말을 보탰다. 그렇게 대화를 이어가면서 양쪽은 난입사건 문제를 하나하나 풀어나갔다. 전우회 임원들은 다시는 이런 사태가 일어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또한 한겨레쪽 입장을 경청하고 이해했음을 분명히 했다. 이에 대해 한겨레신문사는 전우회의 사과를 받아들이며, 재산피해에 대한 손해배상을 요구하지 않기로 했다. 또 이번 사건과 관련해 구속·수배된 전우회 회원들에 대해 사법당국에 선처를 요청하겠다고 덧붙였다.

“그날 일에 대해선 비록 늦었지만 깊이 사과드립니다. 서로가 이해하면 전화위복이 될 겁니다. 우리 회원들은 그동안 너무나 한이 맺혀 살아왔습니다. 언론에서도 그런 어려움에 대해 문제를 제기할 때 귀담아 들을 만한 조언과 대안을 제시해주시면 좋겠습니다.”

“돈 있고 권력있는 이들을 위하는 언론은 많습니다. 우리 신문은 돈 없고, 힘 없고, 부당한 대우를 받는 사람들의 편에 서기 위해 만들어진 신문입니다. 고엽제 문제도 그렇고 양민학살 문제도 그렇습니다. 양민학살 문제는 우리가 눈감아버린다고 해서 사라지는 문제가 아닙니다. 빨리 지난 역사를 정리하고 넘어가야 합니다. 고엽제 문제에 대해서도 우리는 그동안 꾸준히 보도해왔습니다. 앞으로도 고엽제 피해자들의 고통과 보상 필요성에 대해 국민적 공감대를 넓히는 데 앞장설 것입니다.”

40여분 동안 계속된 만남은 “비 온 뒤에 더 땅이 굳어진다”는 덕담과 함께 새로운 출발에 대한 다짐으로 마무리됐다.

구본준 기자bonbon@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