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공 그날의 노래’에 참여한 음악인 노영심의 생각
“7월6일날 시간 있어?”
친구처럼 지내는 원일(국립극장 국립무용단 음악감독)에게서 어느 날 전화가 왔습니다. 대뜸 그날 시간이 되겠느냐는 거였죠. 자세한 설명은 해주지 않았습니다. “나도 잘 모르는 얘긴데, 함께 하면 좋은 공연인 것 같다”는 얘기였던 걸로 기억합니다. 단지, 그것 하나만으로도 충분했어요. 지난 5월 길상사에서 ‘맑고 향기롭게’ 콘서트 때 나를 도와준 원일이었습니다. 내가 신뢰하는 친구 원일이었습니다.
사실 저는 몰랐습니다. 베트남에서 한국군이 안 좋은 일을 했다는 것, 아니 그런 일들이 <한겨레21>을 통해서 보도된다는 사실에 대해서도 저는 깜깜했습니다. 원일이 ‘베트남 어쩌고저쩌고’ 하면서 뭔가를 말하려 했지만 잘 이해를 못 시켰습니다. 녹음 작업을 할 때서야 박치음 선생님이 지금까지 진행된 상황들에 대해 자세하게 정리를 해주시더군요. 설득력이 있었습니다. 사실 저는 박치음 선생과 초면이었습니다. 저는 그를 보면서 요즘 시대에도 가슴으로 뛰어드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알았습니다. 그를 이해해가는 과정에서 저도 동화되는 느낌이었습니다. 이 공연을 준비한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진실위원회’분들도 마찬가지였지요. 근래 보기드문 사람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주 꽉 차 있고, 절대 어정쩡하게 일하는 분들이 아니었어요. 그들을 보면서 저도 나중엔 아주 자발적이고 적극적인 자세로 참여하게 된 거죠.
공연은 어땠냐고요? 솔직히 말해 박치음 선생이 작곡한 베트남 헌정가 <미안해요, 베트남>에 나오는 ‘가해자’와 ‘피해자’라는 노골적인 단어는 귀에 거슬렸습니다. 은근한 듯 따뜻하게 다가서다가 이 단어들 때문에 역행할 수 있다는 생각도 들었지요. 그러나 피해자와 가해자라는 단어를 직접 쓰기까지는 많은 고민이 있었을 겁니다. ‘당위’라는 것도 있잖아요. <미안해요, 베트남>이, 각오를 하고 큰 호흡으로 만든 작품이라는 건 분명합니다. 딱 두번 연습했는데… 반복해서 불러보니까 헌정가로서는 아주 적절한 것 같아요.
이번에 제일로 감동을 받은 것은 공연 맨 처음에 등장한 문명금 할머니였어요. 진짜 많은 것을 생각하게 했죠. 그분도 정신대에 끌려가 많은 고통을 겪으셨는데, 베트남을 위해서 그 보상금 4200만원을 내놓으셨다죠. 과거 우리도 피해를 당한 적이 있지만, 정작 우리가 갖는 미안함을 베풀었을 때 사이클처럼 돌아가는 감동이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정치도 “너 못한다”만 있지, “나 못했다”는 없잖아요. 그런 면에서 참 좋았어요. 미안하다는 말을 우리가 먼저 할 수 있는 당당함. 그건 과거에 집착하는 게 아니라 미래를 향해 열린 비전이겠죠. “진상규명 안 된 게 베트남뿐이냐… 광주도 있고 다른 학살도 많다”고 말씀하시는 분도 많지만, 저는 이렇게 생각하기로 했어요. 베트남이 대표선수라는 거예요. 전체 평화운동에서 우리가 선발한 대표선수….
참, ‘헌정가 동맹단’이라고 들어보셨어요? 공연 마지막에 <미안해요, 베트남>을 연주하고 노래한 사람들 있잖아요. 저와 어어부밴드, 공명, 원일, 아름나라합창단, 김영남, 박치음 선생. 그 사람들을 ‘헌정가 동맹단’이라고 부르기로 했답니다. 이 동맹단이 이제 해체되는 건 아니냐고요? 그건 아니지요. 베트남에서 공연해볼 큰 꿈도 꾸고 있어요. 그땐 진짜 월남국수를 먹어보겠죠? 저는 월남국수를 정말 좋아한답니다. 이번 공연 직전에도 부랴부랴 행사장 앞에서 월남국수를 먹었어요. 고엽제 전우회 아저씨들이 봉고차를 몰고 무섭게 쓸고 지나간 직후였죠. 되게 어수선한 상황에서… 저 참 뻔뻔스럽죠? 그건 그렇고… <한겨레21>에서 베트남에 병원을 짓는다면서요. 참 빛나는 계획이에요. 기공식 때 베트남에서 기념공연을 하는 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