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독자마당 > 캠페인 목록 > 내용   2000년07월14일 제317호
정말 미안해요, 베트남!

1200명의 가슴을 뭉클하게 한 ‘사이공, 그날의 노래’

“딴따라 생활 10년 만에 경찰 엄호받으며 공연해보긴 처음이네요. 생각보다 괜찮은 기분인데요.” 정치색을 띤 공연을 할 때면 주로 경찰의 저지선을 뚫으면서 무대로 올라가야 했던 ‘운동권’ 가수들은 격세지감(?)을 느끼는 모양이었다.

지난 7월6일 서울 상도동 숭실대 한경직기념관에서 열린 ‘사이공, 그날의 노래’. 지난 30년간의 침묵과 방관을 반성하는 이날 공연에는 장사익, 권진원, 이정열, 천지인, 어어부 프로젝트 등 12개팀의 가수들과 1천2백명의 관객이 모였다. 공연장 밖에서는 고엽제전우회 차량에 의한 불상사가 일어났지만 공연은 시작시간에서 5분이 지난 7시5분, 타악그룹 공명의 흥겨운 연주로 시작됐다.

“베트남전쟁은 베트남의 인민이나 우리나라 병사들에게 모두 잊혀지지 않는 악몽일 겁니다. 이번 공연과 같이 우리의 작은 목소리들이 쌓여나가면 두 나라 사이에 화해와 용서의 장이 저절로 열리지 않을까요?” 문화방송노조 노래패의 공연 뒤 등장한 권진원씨는 인기곡 <살다보면>을 불러 무대를 달궜다. 포크 가수 이지상씨는 베트남인 톤 롱 히엔이 전쟁에서 죽은 부인 레 티 응옥을 위해 썼던 사모곡(<한겨레21> 305호 보도)에 노래를 붙인 <베트남에서 온 편지>로 관객의 가슴을 뭉클하게 했다. 역시 베트남의 비극을 주제로 만든 새로운 음악을 선보인 어어부 프로젝트의 연주는 책상과 스탠드, 타자기를 무대로 옮겨놓고 향을 피우면서 진행되어 한편의 퍼포먼스를 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회상의 길목’, ‘야만의 역사’, ‘화해와 공존’이라는 테마로 진행된 이날 공연에서는 영상과 함께 문성근씨의 내레이션으로 몰랐던 혹은 잊고 있었던 베트남전의 가슴 아픈 진실이 소개되기도 했다.

이날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전 출연진과 노영심씨, 아름나라 어린이합창단이 협연한 마지막 곡 <미안해요, 베트남>이었다. 이 노래는 80년대 이름을 날린 운동가요 작곡자이자 가수인 박치음 교수(순천공대)가 만든 곡으로, 단순하고 쉬운 멜로디이면서도 가볍지 않은 분위기를 자아냈다. 노래의 후반부에는 박 교수가 무대 한켠에서 직접 노래해 박수를 받기도 했다.

부인, 네살된 아들과 함께 공연을 보러온 백건우(39)씨는 공연장을 나오면서 “이런 문화공연이 일회성 이벤트로 끝나지 않기”를 당부했다. “<한겨레21>의 기사를 보면서 베트남전 양민학살의 참혹함에 대해서 처음 알았고 베트남에 사과해야 한다는 생각에 동감했습니다. 그렇지만 아직까지 많은 사람들이 저와 같은 생각을 갖고 있지 않은 것같아요. 이런 공연들이 늘어나면 뜻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훨씬 많아지지 않겠습니까?”

김은형 기자dmsgud@hani.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