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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베트남은 시한폭탄 같다 언젠가는 입장 바꿀 것… 호미로 막을 일 가래로 막지 말아야 베트남전 민간인학살 사죄운동에 대한 한나라당 김원웅의원의 생각
연변 동포들이 고국에서 얼마나 실망스런 일들을 겪었던가. 우리 경제의 성장이 천민자본주의에 기반한 것이라는 것을 잘 드러낸 일이었다. 우리는 미국과 일본에 과거청산을 요구하면서 우리에게 당한 피해자들에 대해서는 인색하게 굴어왔다. 재일교포에 대해서는 참정권 문제를 강도높게 이야기했지만 우리는 화교들에게 참정권을 주었던가. 그들을 어떻게 대우했던가. 또 우리나라에 와 있는 개도국 노동자들의 인권은 어떻게 대했는가. 이런 것들을 전반적으로 돌아볼 때가 되었다. 그 가장 상징적이고 대표적인 사건이 바로 베트남전 민간인 학살이다. 이걸 “전쟁에서 불가피한 일이었다”고 하면 우리는 고립된다. 국제사회에서 문화민족으로 대접받지 못한다. 이건 비틀린 쇼비니즘이다. 특히 우리는 지금 한국전쟁 때의 미군에 대한 학살건을 조사하고 있다. 국방부에서 확인한 자료만 61건이다. 노근리 같은, 눈에 띄는 대규모 사건만 20건이다. 지금 시민단체 차원에서 진상조사와 배상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소송 움직임까지 있다. 미국쪽에서 보면 혈맹으로서 이 나라를 도와주러 왔다가도 실수한 게 문제가 되는 판인데, 우리는 패망한 월남의 꼭둑각시 정권이자 외세에 의존한 반민족적 세력을 도와주러 갔다. 베트남 사람들에게는 우리도 미군도 같은 침략군으로 보였을 것이다. 그러나 현재 베트남 정부는 그 문제에 대해 아주 넉넉한 자세를 보이고 있다. 심지어 그쪽 고위관료들은 “우리는 한국을 이해한다”고 말한다. 한국전쟁 때 전폭적으로 도와준 미국의 요구를 어떻게 뿌리쳤겠느냐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고마운 말이지만 또 한편으로는 무서운 생각도 든다. 지금은 그들이 경제 문제가 절실하기 때문에 눈을 안 뜨고 있는 것이다. 어찌보면 시한폭탄 같은 느낌도 든다. 나는 그들이 언제든지 입장을 바꿀 수 있다고 생각한다. 그들과 우리는 한-일조약 같은 것을 맺지도 않았다. 베트남도 1인당 소득수준이 1만달러 이상 되는 때가 오면, 정부입장과는 달리 민간단체로부터 ‘학살’문제를 제기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도 힘들고 어려울 때는 한국전쟁 때의 민간인 학살 이야기를 꿈조차 꿔봤던가. 정신이 드니까 그런 문제를 이야기하는 것이다. 어쨌든 베트남에서의 민간인 학살은 변명의 여지가 없다고 본다. 필요하다면 정부차원의 진상조사와 사과·배상이 뒤따라야 한다고 생각한다. 지금 관심을 갖지 않으면 ‘호미로 막을 일을 가래로 막는 일’이 생길 것이다. 한나라당에 있는 개혁성향의 소장파 의원들도 나와 뜻을 같이하고 있음을 이 자리에서 밝힌다. 나는 11월30일 열린 국회 통일외교통상위에서 이정빈 외교통상부 장관에게 “베트남에 대해서 특단의 대책을 세우라”고 요구했다. 한국국제협력단(KOICA) 예산 중 상당수를 베트남에 할당해야 한다고 주장한 것이다. 나는 어쩌면 정부예산을 깎아야 하는 야당의원의 입장에서 엉뚱한 일을 했는지도 모른다. 외교통상부는 베트남 민간인 학살이 빈번했던 중부지방에 학교 40여곳을 짓기 위해 200만달러를 증액하겠다고 밝혔고, 나는 흔쾌히 승인했다. 정파를 떠나 민주당의 김성호, 이낙연, 장성민 의원이 함께했다. 물론 이런 문제에 적극 나서는 건 내 표를 깎아먹는 일일 수도 있다. 이럴 때 나는 “왜 정치를 해야 하는가”라는 명제를 다시금 생각한다. 정치인은 유권자들의 의견을 수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이 길이 바른 길”이라는 것을 설득할 줄 알아야 한다고 믿는다. 정리 고경태 기자k21@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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