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비밀문건에 드러난 미군기지 반환 협상의 문제점
①명백한 근거 없는데도 미군이 오염 정화 책임진다고 보고
②새 협정 통해 환경 치유 부담 규정할 절호의 기회 놓쳐
③정부내 이견· 미국과의 갈등 초래하고 결국 압박에 굴복
④과장 보고와 대국민 거짓말, 그리고 천문학적 치유 비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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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회 환노위 소속 의원들이 6월14일 반환된 미군기지를 처음으로 방문했다. 오염된 기지의 지하수엔 1m 두께의 기름이 둥둥 떠 있다. 기름을 뽑아올려 불을 붙이자, 활활 타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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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린 환호했습니다. 100년 넘게 청나라를 시작으로 일본, 미국 군대에 내준 용산 땅을 돌려받는다는 소식에 들떴습니다. 미군의 이사 비용을 우리가 댄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잘 들리지 않았습니다. ‘그 정도는 해줄 수 있는 거 아니냐’며 대충 넘어갔습니다. 더구나 미군기지의 오염을 주목하는 이들은 거의 없었습니다.
3년이 지났습니다. 그사이 ‘평택의 아픔’이 있었습니다. 미군기지는 사라지는 게 아니라 다만 어딘가로 옮겨질 뿐이었습니다. 6월25~26일엔 헌정 사상 처음으로 미군기지 문제를 놓고 국회에서 청문회가 열립니다. 미군이 50년 넘게 쓰다 버리고 간 기지의 토양과 지하수는 기름 등 온갖 오염물질로 뒤범벅이 돼 있습니다. 왜 그렇게 됐을까요?
미군기지 오염을 치유하는 비용을 누가 거저 주지 않습니다. 우리의 주머니에서 나옵니다. 정부는 오랫동안 ‘아닌 것’처럼 말해왔습니다. 미군은 ‘약속’을 지키지 않았습니다. <한겨레21>은 단독 입수한 정부의 비밀 문건을 통해 그 거짓말의 스펙터클을 보여드립니다. 편집자
▣ 류이근 기자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한강에 ‘괴물’이 나타났다. 2000년 2월7일 용산 미군기지 내 영안실에서 시체 방부용으로 사용되던 포름알데히드 20박스(1박스당 475ml, 병 24개, 총 480병)가 한강으로 흘러들었다. 이 치명적 오염 물질은 영안소 부소장 맥팔랜드의 명령에 의해 아무 정화 없이 싱크대에 버려졌다.
주한미군의 포름알데히드 한강 방류 사건이 발생한 다음해 ‘대한민국에서 합중국 군대의 지위에 관한 협정’(SOFA)에 환경 조항(상자기사 참조)이 신설된다. 들끓는 여론의 반영이었다. 이때 미군기지 반환에 관한 연합토지관리계획(LPP)이 발표된다. 주한미군 기지의 반환을 알리는 신호탄이었다.
외교부, 나중에 지적 나오자 발뺌
2003년 5월엔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 절차 부속서A’가 체결된다. 이후 미군으로부터 반환받을 기지의 오염 치유는 미군이 한다는 정부의 홍보가 시작됐다. 12월30일 용산 아리랑택시 부지 반환은 LPP에 따라 미군이 정화해 반환한 첫 사례로 발표됐다. 국방부는 “반환기지의 환경 문제는 한-미 합의하에 마련된 환경오염 조사 및 치유 절차에 의거해 환경 기초자료 제공 및 검토, 환경오염 조사 및 조사 결과 협의 등 3단계로 환경조사를 실시하고 오염 지역을 정화한 후 반환하도록 제도화되었으며, 이는 용산기지 이전과 LPP 및 재배치 반환 기지에 모두 적용될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미국 쪽과 ‘합의된’ 제도화가 결코 아니었다. 정작 미군은 이후 한국 쪽 기준을 인정한 사례가 아니라고 강하게 부인해왔다.
2004년엔 용산기지 이전 협정 및 LPP 수정안이 발표되고, 국회의 비준이 이어진다. 당시 2011년까지 34개 기지, 2008년까지 용산기지의 평택 이전 계획이 나왔다. 하지만 정부는 두 협정 어디에도 환경오염 치유 비용을 포함시키지 않았다. 미군이 부담한다고 봤기 때문이다. 국방부는 2006년 6월28일 환경복구 비용으로 5천억원을 추정해놨다. 한 푼도 책정해놓지 않았던 예산이 ‘5천억원+@’로 늘어날 가능성이 높은 상황에서 그 부담은 온전히 국민들이 져야 한다. 청와대 국정상황실은 2005년 “반환 기지 지하수 치유 및 용산기지 환경 치유 비용 감안시 정확한 비용 추산 불능”이라고 밝혔다. 그나마 환경부의 계산을 근거로 2005년 말 반환 기지 중 13개 토양 오염 치유 소요 예상 경비는 227억~912억원이 들 거라는 얘기들이 추청치로 떠돌고 있다. 조사의 어려움이 있다지만, 대형 국책사업에 천문학적인 혈세를 쓰는데 아직 비용 추산도 안 되고 있다는 것도 문제다.

△ 녹색연합 활동가들이 2002년 10월 기자회견을 열어, 용산 미군기지 ‘사우스포스트’의 기름에 오염된 토양이 방치되고 있다고 폭로했다. (사진/ 한겨레 김진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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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년 3월10일 총리실 산하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은 협상 결과가 왜곡·과장 발표됐다는 청와대 안팎의 주장을 반박하면서 청와대 보고 문건에 이렇게 기술하고 있다. “반환 공여 대상 시설 및 구역에 대한 환경 공동 조사 및 오염 치유 관련 협의 절차에 따라 환경오염 원인 제공자의 비용으로 치유하도록(반환지의 경우 미국 쪽) 명시하고 있다.” 외교통상부도 용산기지이전협정 해설집과 공청회를 통해서 ‘오염 원인 제공자의 치유 부담 원칙’을 홍보했다. 외교부는 2004년 용산기지 이전 협정이 최종 타결되기 전 ‘오염자 부담 원칙이란 명백한 근거가 없는데도 정부가 환경 치유는 오염자 부담 원칙이라고 하는 것은 정부 스스로 발목을 잡는 것’이라는 청와대 질의에, “신의성실의 원칙에 따라 미국이 오염자 부담 원칙을 지킬 것”이라고 확신하는 답변을 내놨다.
오판을 해서 그런 건지, 아니면 의도적이었는지 확인할 수 없으나 결과적으로 정부가 국민을 속인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외교부 등은 이후 언론과 시민사회단체의 지적이 나오자, “치유 책임의 원칙을 밝힌 것 뿐이다. 미국 쪽이 우리 국내 환경 기준에 따른 오염 치유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동의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고 발뺌했다. 책임을 지는 이는 아무도 없었다.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문제점 제기
몰라서 그런 거라고 볼 수도 있겠지만, 이미 청와대 내부에서조차 기지 이전 시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 치유 비용에 대한 과장 발표 및 홍보에 대한 문제점들이 제기되고 있었다. 2003년 11월18일 민정수석실 산하 공직기강 비서관실에서는 용산기지 이전 협정의 문제점을 이렇게 지적했다. “기존 SOFA 및 관련 합의에 의해 환경 문제를 처리한다는 방안은 개선된 점으로 보기 어렵다. 환경오염 치유 절차 합의서에도 환경 치유가 미측에 의해서 계획되고 행하여지도록 권고되어 있으며, 오염 치유의 기준과 기한이 정해지지 않았을 뿐 더러 법적 구속력이 없어, 미군 당국의 정치적 노력 또는 정책( Policy)을 확인함에 그친다는 점에서 명백한 한계가 있다.”
몇 년 지난 지금에서야 확인할 수 있게 됐지만, 공직기강 비서관실의 판단은 정확했다. 공직기강 비서관실은 이렇게 지적했다. “새로운 협정을 통해 미측에 실질적인 환경 치유 부담을 갖도록 규정할 절호의 기회를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비판을 면하기 어렵다. 실제 용산기지 이전시 우리 측이 막대한 환경 치유 부담을 떠안게 됨으로써 심각한 논란이 제기될 가능성이 크다.” 오히려 용산기지 이전 협정에 한-미 간 진작부터 논란이 싹튼 SOFA 규정을 적용해 되레 미국의 덫에 걸렸다는 지적이다. 지금까지도 정부는 그 덫에서 빠져 나오지 못하고 있다.
환경부도 비교적 일찍 문제를 인식했다. 환경부는 “오염에 대한 한-미 협의 결과 양국의 기준이 상이하여 합의가 되지 않을 경우, 미측이 주장하는 치유 범위에 해당하지 아니한 환경오염에 대해서는 한국 정부가 비용을 부담하여 치유할 것인지 여부를 검토해야 한다”는 의견을 외교안보 라인 쪽에 제안했다. 하지만 2003년 5월27일 외교부는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제96차 실무조정회의에서 환경부가 제기한 의견은 SOFA 개선 범위를 넘어 SOFA 개정 사항에 해당되므로 현재의 SOFA 개선 과정에서는 반영될 수 없는 사항이라고 지적했다. 환경부 의견은 묵살됐다.
NSC도 국방부, 외교부와 마찬가지로 오염자 환경 치유 비용 부담 원칙을 거듭 확인했다. 2004년 3월8일 국정상황실은 용산기지 이전 협상 관련 주요 점검 사항을 작성해 NSC에 통보한다. 그러나 NSC는 국정상황실의 문제 제기에 대해 “환경오염 치유 문제는 오염 원인 제공자가 비용을 부담해 치유하도록 새로운 합의서에 수록했다. 즉, 용산기지 반환시 환경 공동 조사를 하고, 오염 발견시에는 미측이 미측 비용으로 치유하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NSC는 환경단체와 언론, 정부 내의 비판적 문제 제기에도 굽히지 않았다. NSC는 그러한 비판을 “(국정상황실의) 보고서상 시민단체의 주장(한국측 환경 치유 비용 부담)은 오직 협상 결과를 폄하하기 위해 부정확한 내용을 제기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무시했다.
정부 내 갈등 상상 외로 커
같은 해 5월부터 시민사회수석실과 총리실 주한미군대책기획단은 미군기지 평택이전 사업을 점검·관리하면서 반환 기지 환경오염 조사와 치유 협의 문제도 지속적으로 점검한다. 2004년 10월 기지 이전 협상은 마무리 단계에 이른다. 다음달 2004년 11월16일 환경부는 용산기지의 환경오염 치유 비용이 932억원에 달할 것이라는 보고서를 NSC에 제출한다.
2004년 12월6일 SOFA 환경분과위원회 미군 위원장 윌슨 대니얼 대령은 한 신문과의 인터뷰에서 “한-미 SOFA 제4조에 언급된 것처럼 미군은 원상복원과 비용부담 의무가 없다. …대신 지하 유류 저장시설은 모두 제거할 것이고, 인간에게 해가 되는 급박하고 실질적인 오염도 반환 전에 모두 치유할 것이다.” 미군의 ‘양보 없는’ 원칙은 단호했다.
여전히 한국 정부 내 미측의 환경오염 비용 부담에 대한 이견이 존재했고, 또 한 축으로 미국과의 갈등 양상도 심각하게 나타났다. 갈등은 아이러니하게도 미국이 비용을 부담해줄 거라고 낙관했던 쪽이 더욱 키웠다.
미군의 압박은 노골적이었다. 2005년 10월21일 한-미 연례안보협의회 참석차 방한한 도널드 럼즈펠드 미 국방장관이 노무현 대통령을 예방한다. 럼즈펠드는 “우리는 텅 빈 기지들을 지키기 위해 매월 18만달러를 계속 지출해야 하느냐, 아니면 그냥 두고 가느냐의 딜레마에 처해 있다”고 말한다.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 치유 기준에 관한 한-미 양국의 의견 대립으로 반환이 지연되자, ‘협박’에 가까운 우려를 표명한 것이다. 환경부는 이즈음 애초 2005년 말까지 반환할 계획인 22개 기지에서 환경 조사가 완료된 15개 기지 중 14개 기지의 오염을 확인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은 2005년 10월24일 곧바로 반환 미군기지 환경오염 관련 현황을 대통령에게 보고한다. 보고의 결론은 “협상 전반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걸로 제시됐다. 대통령의 지시가 떨어졌다. “NSC 상임위원장 주재 관계 장관 회의에서 해결책을 논의하되, 우선 비서실장 주재 관계 수석회의를 개최하라.” 노 대통령은 아울러 “과거 한-미 간의 합의에 대해 면밀히 검토 바란다. 단, 내부 의견 대립으로 갈등이 증폭되지 않도록 유의하라”고 덧붙였다. 당시 정부 내 갈등은 상상 외로 컸다. 11월3일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비서실장 주재로 관계 수석회의가 열렸다.

△ 반환 미군기지의 환경복구 비용은 최소 5천억원 이상이 될 것으로 보인다. 당초 미군이 돈을 댈 것처럼 자랑하고 국민을 속여온 관료들은 정확히 누구고, 누가 책임을 져야 할까? (사진/ 청와대사진기자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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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FA가 근본적 걸림돌로 작용
11월11일 노무현 대통령도 답답했던지,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양자회담 보고시 미군기지에 대한 말을 꺼낸다. “내가 원문을 안 봤으니까 모르겠는데, 얼핏 처음에 문제 제기가 무슨 협정… 협약 자체에 문제가 있었던 것처럼 전제하고 들어가기 때문에… 내 판단이 자료나 모든 것이 정확지 않아서 그 부분을 분석해보라고 지시를 한 것입니다. 조항이 잘못된 건지 아니면 해석을 잘못하고 있는 건지 명료하게 한번….”
외교안보 라인의 오판 또는 과잉 홍보에 따른 손실은 컸다. 11월16일 국정상황실은 2년여 동안 협상팀이 일방적인 주장을 계속하는 상황을 방치함으로써 한-미 간 협상이 갈등 단계에 도달했고 △미측의 우리 실무 협상단 불신 △미측의 동맹 회의론 확산 △불필요한 외교적 노력 경주 등을 야기했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조용히 넘어가는 쪽을 택했다. 국정상황실은 “협상 결과와 관련해 NSC와 외교부, 국방부 등이 핵심 사항인 치유 기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으면서, ‘미측이 미측의 비용으로 치유한다’고 보고하고, ‘미측의 환경 치유 책임과 범위가 모호하다’는 국정상황실의 지적이 있었음에도 정확한 사실을 보고하지도 대책을 강구하지도 않은 것은 문제”라면서도 “NSC, 외교부, 국방부 등의 실책을 다시 들추어내기보다는 문제의 해결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상황을 정리했다. 국정상황실은 문제 발생의 근본적 원인 중 하나로 “협상 결과에 대한 과장 보고 관행 등이 중첩된 결과”를 지적했다. 과장 보고는 행정부 내의 문제로 그치지 않고 대국민 ‘과장 홍보’, 즉 거짓말로 이어진 데 문제가 더 컸다.
미군기지 반환 협상은 아직 끝난 ‘게임’은 아니다. 지난 3월 말 기준으로 반환된 미군기지는 66개다. 환경조사가 완료된 기지는 38개다. 기존 협상과 달리 미측의 양보를 얻어낼 수 있는 가능성을 완전히 배제할 순 없다.
하지만 근본적 걸림돌로 작용하는 게 있다. 바로 SOFA다. 송민순 현 외교부 장관은 2001년 SOFA 개정 협상의 한국 쪽 대표 시절 “한-미 SOFA가 그동안 불편한 소파(sofa·앉는 소파에 빗댐)여서 앉아 있기 어렵다고 했는데, 이번 개정을 통해 큰 불편 없이 오랫동안 앉아 있을 수 있는 소파가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지금의 소파도 한-미가 편하게 앉아 있을 수 없다. 4년 뒤 외교부 북미국의 SOFA운영실은 반환 예정 미군기지 환경오염 치유 문제를 다루면서 “국내 환경 기준에 따른 환경 치유 의무를 부과하는 것은 기존의 SOFA의 책임 범위를 넘어 SOFA 개정이 요구되는 사안으로 용산기지 이전 협상에 포함시키는 것은 무리”라고 밝혔다. 미군기지 반환에 국내 환경 기준을 적용하려면 SOFA를 개정해야 한다는 말이다. 물론, 앞으로 언제든 반환 미군기지에 국내 환경 기준을 고집하지 않겠다면, 현 SOFA를 그대로 두면 그만이다.
차라리 기존 조항 개선하는 게 낫다
청와대는 현 SOFA의 문제점을 잘 알고 있다. 국정상황실은 2005년 11월16일 반환 미군기지 환경 치유 기준에 대해 법적 검토를 하면서 “‘미측이 미측 비용으로 치유한다’는 원칙에는 한-미 양쪽의 이견이 없으나, SOFA와 여타 관련 합의서에는 치유 기준에 대한 명백한 규정이 없다”고 지적했다. SOFA 합의록 3조 2항 “미국 정부는 한국 정부의 환경 관련 법령과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는 조항은 선언적 의미에 그치고 있는 게 현실이다. 법리상 우리 국내법 적용의 직접적 근거라는 주장은 무리한 해석일 수도 있다. 더구나 미국의 ‘신의·성실’을 기대하는 것은 국가 간 협상과 거래에선 순진한 생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과 같은 사태는 필연적이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라리 ‘불평등한’ 현 SOFA 관련 기존 환경 조항이 법적 구속력과 기준, 기한 등 여러 면에서 미비하다는 것을 인정하고 개선하려고 노력하는 게 낫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실은 2005년 10월25일 “한-미 간 이견이 해소되지 않을 경우, SOFA 및 부속서의 환경 조항을 개정해 추진하는 방안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앞서 환경부는 10월6일 외교부에 SOFA 개정 추진을 요청했다. 외교부는 부정적으로 판단했다.
대한민국은 평택 800만 평을 미군에 내줬다. 언젠가 다시 돌려받는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다면 ‘잘못된 역사’는 또 되풀이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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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정과 합의서의 서로 다른 해석
미국은 KISE만 들이밀고 한국은 미국 쪽이 오염 정화한다고 선전
1945년 이 땅에 처음 들어온 주한미군에겐 62년 동안 한국의 땅과 물, 공기는 환경보호의 대상이 아니었다.
2001년 1월18일이 돼서야 한-미 주둔군지위협정(SOFA)에 환경 조항이 들어갈 자리가 생겼다. SOFA 3조 2항은 “(미)합중국 정부는 자연환경 및 인간 건강의 보호에 부합되는 방식으로 이 협정을 이행할 것을 공약하고, 대한민국 정부의 관련 환경 법령 및 기준을 존중하는 정책을 확인한다.” 그제야 비로소 환경보호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인정하겠다는 거였다. 정부가 지난 4년 동안 미군에 끊임없이 제시한 원칙이다. 즉, 이 조항에 따라 치유의 기준으로 대한민국의 환경 법령인 환경보존법을 적용해야 한다는 주장이었다.
한날한시에 환경보호에 관한 특별 양해각서도 체결됐다. 미군은 A4용지 3쪽 분량의 양해각서에 사인했다. 환경관리 기준, 정보 공유 및 접근, 환경 이행, 환경 문제 협의 등 네 가지 합의 사항이었다. 환경관리 기준은 “합중국의 기준 및 정책과 주한미군을 해함이 없이 대한민국 안에서 일반적으로 집행되고 적용되는 대한민국의 법령 중에서 보다 보호적인 기준을 참조한다”고 쓰여 있다. 이 역시 대한민국 정부 쪽 논리를 뒷받침할 수 있는 근거다.
하지만 양해각서상 환경 이행 조항에서 한-미 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다. 환경 이행 조항은 이렇다. “대한민국 정부는 주한미군에 의해 야기되는 ‘인간 건강에 대한 공지의 급박하고 실질적인 위험을 초래하는 오염’(KISE)의 치유를 신속하게 수행하며, 그리고 인간 건강을 보호하기 위하여 필요한 추가적 치유 조치를 검토한다.” 미군은 KISE만을 고집했다. 해외 주둔 미군의 공통 지침이라는 이 KISE의 구체적 근거는 어디에서도 찾아 볼 수 없다. 미군은 KISE에 대한 주관적·자의적 해석권을 행사했다. 환경부가 2005년 반환받을 기지 15곳 중 14곳이 우리 환경보존법상 토양오염 기준치를 초과했다고 주장했지만, 미군은 KISE상 치유할 곳은 하나도 없다고 맞섰다. 이를 근거로 미군은 한발 더 나아가 대한민국 정부가 KISE, 즉 SOFA를 넘어선 요구를 한다고 끊임없이 불만을 제기했다.
한-미 양쪽은 2003년 5월30일 환경정보 공유 및 접근절차 부속서A(미군 반환/ 공여지 환경 조사와 오염 치유 협의를 위한 절차 합의서)를 맺었다. 부속서A는 105일 동안 3단계에 걸친 환경조사 절차와 조사 뒤 정보 교환과 치유 관련 협의를 상세히 명시했다. 부속서 6항엔 “(한국에) 반환되는 시설과 부지에 대하여는 미측의 비용으로 미측이, 공여되는 시설과 부지에 대하여는 한측의 비용으로 한측이 SOFA와 관련 합의서에 부합하게 치유 조치를 계획하여 실시한다”고 못박았다. 이 조항은 한국 정부의 대국민 홍보에 쓰였다. 이를 직접적인 근거로 한국 정부는 국민들에게 ‘반환되는 시설과 부지에 대하여는 미측의 비용’으로 환경오염을 치유한다고 선전해왔다.
하지만 미국은 같은 문장의 ‘SOFA와 관련 합의서에 부합하게’란 근거를 들어 다시 KISE를 들이밀었다. 한-미 양국의 이견은 아직까지도 전혀 좁혀지지 않았다. 공동 사인한 협정과 합의서의 해석은 너무 다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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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중요한 건 협상 과정”
‘주한미군 반환기지 환경치유에 관한 청문회’ 성사시킨 주역 우원식 의원

△ 우원식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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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원식 의원은 지난해에 한 약속을 지켰다. “반드시 국정조사나 청문회를 통해 진실을 밝히겠습니다.” 6월25일 청문회가 열린다. 열린우리당에 있다가 탈당한 그는 지난해 7월 우리 정부가 미군기지를 반환받으면서 오염된 기지의 환경 치유 기준으로 국내법을 적용하지 못하고, 미군의 요구를 그대로 수용했을 때 이미 단단히 마음을 먹었다. “정말이지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해서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 문제에 발을 들여놓게 됐다. 그는 청문회를 성사시킨 주역이다.
청문회는 왜 하나?
=반환받은 미군기지에 대한 미군의 환경오염 치유 약속이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다. 6월14일 반환 기지들을 가봤더니 ‘청소하는 수준’에 불과한 8개 항목의 약속마저 제대로 지키지 않은 걸 볼 수 있었다. 정부는 이런 걸 확인도 않은 채 반환 기지를 덥석 받았다.
미군이 약속을 지키지 않은 것에 대해서도 문제를 제기할 생각이다. 미군이 바이오슬러핑을 6개월 동안 했다고 하는데, 여전히 지하수에 1m 이상 기름이 떠 있다. 이런데도 미군은 오염 상태가 실질적이고 급박한 위험이 아니라고 말한다. 이해할 수 없다. 환경오염 기준은 미군 맘대로다. 남의 땅이라고 이렇게 함부로 썼나라는 생각마저 들었다.
아직도 협상해서 반환받아야 할 기지들이 남아 있다. 나머지 협상을 잘하기 위해서라도 국회가 진실을 밝히는 게 중요하다.
정부의 가장 큰 거짓말은 뭔가?
=정부가 국민들에게 마치 미군이 환경 치유에 관한 모든 비용을 댈 것처럼 얘기하지 않았나. 국민들의 경계심을 풀어놨다. 그러나 실질적인 협상 과정에서 아무런 노력도 안 했다. 미국의 요구를 일방적으로 받아들였다. 과정을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지도 않았다. 국민들이 그 부담을 고스란히 떠안게 됐다. 더 황당한 건 국가 간에 한 합의가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는데도, 국방부에선 별거 아닌 것처럼 얘기한다. 수백, 수천억원이 더 들어가는데도 말이다.
청문회에서 뭘 밝혀낼 생각인가?
=가장 중요한 건 협상 과정이다. 협상 과정에서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과 국방부, 외교부가 어떻게 했는지 확인할 거다. 반환 미군기지의 오염 실태에 대한 정확한 조사가 이뤄졌는지도 따져보겠다.
정부는 성실히 자료를 내놓지 않고 있다. 안보에 문제가 있을 수 있으니 안 주겠다는 거다. 반환받은 미군기지의 오염이 안보와 무슨 상관이 있나. 국정조사가 미흡하면 감사원에 정책 감사를 청구할 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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