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엔 ‘국회 금품로비’ 실토하고도 <한겨레21> 보도 부인하는 국세청… 지역구 청탁과 국세청 간부의 경력관리가 뒤얽힌 ‘공생관계’를 깨버려라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기사가 쓰여지고 있는 10월8일 현재에도 국세청 인터넷 홈페이지(www.nts.go.kr)의 ‘그건 이렇습니다’를 둘러보는 방문객들은 <한겨레21>이 대단한 오보를 낸 것으로 안다. 지난 9월20일 국세청 정책홍보담당관의 이름으로 “국세청은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국회의원 보좌진들을 상대로 조직적으로 로비를 하거나 금품을 제공한 사실이 없습니다”라고 밝힌 제목의 글이 자구 하나 바뀌지 않고 그대로 게재돼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21>은 지난 628호(9월18일 발행)와 629호(9월25일 〃)의 ‘국세청, 국회에 검은돈 뿌렸다’와 ‘보도 그 뒤’를 통해 기사의 내용이 사실과 다르지 않음을 거듭 밝혀왔다. 둘의 입장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세청이든지 <한겨레21>이든지 어느 한쪽이 거짓말을 하고 있는 셈이다.
“청장이 과장놈을 불러 호통 쳤어”
<한겨레21>이나 국세청이나 가만히 앉아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서로의 명예가 걸린 탓이다. 때문에 국세청은 일찍이 “사실과 다른 보도로 국세청의 명예를 훼손한 부분이 있을 경우 엄정하게 대응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아직 법적 대응과 같은 엄정한 대응을 해오진 않았다. 또 “자체 조사결과 일부라도 사실로 확인될 경우 (해당 직원을) 엄중 문책할 것”이라고 밝혔지만 이 역시 감감무소식이다. <한겨레21>이 다시 나서서 설명할 수밖에 없게 된 상황이다. 진실다툼이 불가피해졌다.
국세청의 거짓은 스스로의 입을 빌려서도 확인할 수 있다. <한겨레21>은 보도 뒤 국세청 한 간부의 입을 통해 국세청이 자체 조사결과 보도 내용의 일부를 확인했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다. 그가 제보자는 아니었다.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한겨레21>에 집요하게 ‘로비’하는 과정에서 무심코 흘린 것이다. 그의 말을 그대로 옮긴다. “청장이 화가 나셔서 (돈을 뿌린) 과장놈을 불러서 호통을 쳤어. 지가 스스로 알아서 한 일이야. 과잉 충성하려다 그런 거야. 그 과장도 인간적으로 안됐잖아.” 과장이 새 청장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 청장한테 잘 보이려고 혼자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재경위) 보좌진들에게 돈을 돌렸다는 말이다. 이 얘기로는 몇 명한테 돈을 돌렸는지 알 수 없지만 어쨌든 보도 내용의 일부를 확인한 것이다. 국세청은 공식적으로 이마저도 인정하지 않고 있다. 애초 보도 내용은 최소한 두 차례에 걸쳐 4~5명 이상의 보좌진들에게 각각 50만원씩의 현금을 돌렸다는 것이다.
 |

△ 지난 7월13일 전군표 국세청장이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 앞서 선서를 하고 있다. 국회에 돈을 돌리고 로비를 한 것이 국세청 직원 한두 명의 충성 경쟁에 불과했던 것일까?
|
아직까지도 국세청의 공식적인 입장은 바뀌지 않고 있다. 원정희 정책홍보담당관은 <한겨레21>이 기사에 대한 국세청의 공식적인 입장을 묻자 “해명자료에 얘기한 것처럼 보도 내용은 사실이 아니다. 혹 청장의 인사청문회를 앞두고서 자료를 제출하기 어렵다면서 (보좌진을) 만나서 (함께) 밥을 먹었다거나 술을 마셨다거나 할 수는 있다. 아직 밝혀진 것은 없다. 돈봉투를 돌렸다거나 줬다가 돌려받았다는 것에 대한 확인 작업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 간부의 증언과 달리 공식적으로는 보도 내용의 전면 부인이다.
정확히 말하자면 국세청은 이중적인 태도를 보이고 있다. <한겨레21>과 다른 언론에 기사가 오보라고 밝혀왔지만 청와대에 올린 보고는 이와 다르다. 첫 보도 직후 청와대가 진상 파악에 나섰다. 국세청은 청와대에 보도 내용의 일부를 실토했다. 청와대 관계자의 말은 이렇다. “국세청이 자체적으로 알아본 것 같다. (보좌진들을) 두 팀으로 나누어 밥을 먹는데, 한 의원실 보좌관이 밥 먹는 자리에 안 와서 밥 먹으라고 50만원을 줬다가 나중에 그 보좌관이 돌려줬다고 얘기하고 있다.” 물론 딱 한 건만을 인정했을 뿐이다. 국세청은 청와대에 밥을 먹었던 다른 보좌진들에게도 돈을 돌렸다는 것은 “말도 안 된다”며 분명하게 선을 그어놨다. 한 직원이 아닌 여러 직원이 얽혀, 그것도 한 보좌진이 아닌 여러 보좌진에게 한 차례 이상 돈을 돌렸다는 것이 확인된다면 국세청으로서는 상황을 통제하기 어려울 만큼 곤란에 빠질 수 있기 때문이다. <한겨레21> 보도를 계속적으로 부인하고 있는 바탕에도 이런 이유가 깔려 있다. 어쨌든 국세청은 일부나마 내부적으로 파악하고, 청와대에 보고한 내용마저도 ‘대외비’로서 일절 공개하지 않고 있다.
여당 의원도 돈 받은 사실 확인
여기까지만 보더라도 다툼의 여지 없이 국세청 스스로 자신의 거짓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진실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보도 뒤 추가 취재를 통해서도 국세청이 거짓은 더욱 분명해진다. <한겨레21>은 첫 보도(628호 중)를 뒷받침해주는 추가 증언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이름을 밝힐 수 없는 열린우리당의 한 의원은 자신의 보좌진이 국세청으로부터 돈을 받았다고 <한겨레21>에 확인해줬다. 돈을 국세청 직원에게 돌려줬는지는 언급하지 않았다. 이로써 <한겨레21>은 돈을 직접 받았다가 돌려준 재경위 소속 한 의원실의 보좌관과 또 다른 의원실의 비서관, 그리고 돈을 받은 제3의 다른 의원실의 의원 등 모두 세 명으로부터 국세청이 돈봉투를 돌린 사실을 직접 확인한 셈이다. 돈을 받은 의원실은 이들만 해도 최소한 세 곳이다. 이 또한 <한겨레21>로서는 다툼의 여지가 없는 틀림없는 ‘진실’이다.
돈을 받은 쪽에서 거짓을 말할 수 있다고 트집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이들 의원실은 국회 재경위 소속으로 앞으로 국세청과의 관계가 불편해서 좋을 게 하나 없는 처지다. 국세청에 무슨 악감정이 있어 이참에 한풀이를 하겠다고 나선 것도 아니다. 작정하고 거짓말을 할 동기가 없었다는 말이다. 오히려 언론에 어렵게 입을 떼면서 자신의 신분이 드러날 수도 있다는 불이익을 감수해야 했다. <한겨레21>이 어느 어느 의원실에서 돈을 받았는지 또 받았다가 돌려줬는지 공개하지 못하는 까닭도 여기에 있다.
 |

△ 사채업자 사무실에서 탈세 관련 서류를 찾고 있는 국세청 직원들의 모습(아래)은 정의로운 ‘세무경찰’을 떠올리게 하지만, 국정감사장에 총동원되다시피 한 국세청의 모습(맨 아래)은 구시대적 조직 문화를 떠올리게 한다.(사진/ 한겨레 김종수 기자), (사진/ 한겨레21)
|
국세청과 <한겨레21>의 진실싸움은 지난 7월 새 청장의 인사청문회를 앞둔 예민한 시점에 국세청이 국회 재경위 소속 열린우리당 의원 보좌진들에게 돈봉투를 건넸는가에 쏠려 있다. 이것이 쟁점인 것은 맞다. 하지만 첫 보도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번 말고도 최근까지 국세청이 재경위 소속 보좌진들에게 돈을 돌렸다는 것에 대해서도 공식적인 해명이 필요하다. 이번에 돈을 뿌린 것이 몇몇 개인의 우발적 행위가 아니라 오랫동안 관행으로 이어져 내려왔다는 것을 엿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세청의 다른 ‘나쁜 관행’들도 그냥 넘어가선 안 된다. 새 청장의 인사청문회 등을 앞두고 의원실과 학연·지연이 닿는 많은 간부와 직원이 떼로 동원돼 “청문회를 살살 해달라” “청장님을 잘 봐달라”고 말하고 다니는 문화도 의원실엔 ‘압력’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사라져야 한다. 특히 의원실과의 원활한 관계와 업무 협조를 빌미로 국회의원이나 보좌진들에게 골프 접대와 단순한 술·밥자리를 넘어선 향응을 제공하는 것은 더 큰 문제다. 입법부와 행정부 사이에 있어야 할 건전한 긴장관계마저 비틀어놓는 것은 말할 것도 없고 부적절한 공생관계로 발전하기 때문이다. 대표적인 경우가 지역구를 가진 국회의원과 의원실의 보좌진이 이러한 관계를 바탕으로 지역구민이나 주변인의 세금 관련 청탁 창구로서 국세청을 활용하고, 인사 적체에 시달리는 국세청 간부로서는 경력관리용이자 조직을 예방적으로 보호하기 위해 국회를 접대하고 민원 해결에 나서는 오랜 관행이다.
거짓과 침묵의 끝은 어디인가
재경위 소속 ㄱ보좌관은 지난 6월 의원 지역구에 있는 ○○세무서의 서장실을 찾았다. 지역구민 중 한 부자가 세무조사가 잘못된 것 같으니 “잘 좀 얘기해달라”며 의원실에 ‘민원’(?)을 넣은 것이다. 그런데 서장은 ‘의외’로 단호했다. “곤란하다. 이렇게 하는 것이 오히려 의원에게 누가 될 수 있다”는 말이 돌아왔다. ㄱ보좌관은 속으로 ‘예전보다 나아졌다’고 생각했다.
민원이 무산된 예이지만 이전에는 좀 달랐다고 한다. 지역구 의원실로 뻔뻔스럽게 세금을 깎아달라는 요구에서부터 세무조사를 연기해달라거나 너무 세지 않게 해달라는 온갖 요구가 민원으로 포장돼 들어왔다. ㄱ보좌관은 “우리로선 가능한 안 들어줄 수 없다. 통상 이번엔 좀 (세무조사를) 미뤄달라는 전화를 세무서에 하기 마련이다. 또 감면은 국회의원이 얘기해도 안 먹히지만 얘기하면 법적인 범위에서 융통성 있게 재량껏 봐주기도 한다”며 “국회의원이 지방의 청장이나 세무서와 잘 지낼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그는 반대로 의원실이 지방청의 간부로부터 자주 연락을 받고 금품과 향응 접대를 받기도 했다고 고백했다. 이를 기본적으로 국세청 간부들의 경력관리의 한 방식이라고 보좌관들은 이해했다. 국세청이 의원들의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고 의원들은 지역구민들의 민원으로부터 자유로울 수 없는 구조의 한 단면을 보여준다. 이 또한 끊어져야 할 고리다.
누구도 스스로의 잘못을 인정하기란 쉽지 않다. 먼저 나서서 잘못을 털어놓기란 더욱 어려운 법이다. 더구나 국가기관으로서는 이미지 훼손을 우려해 더욱 내켜하지 않기 마련이다. 그냥 조용히 덮고 넘어갈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유혹도 작용한다. 국세청이 공식적으로 보도 사실을 부인하면서도 물밑에서 <한겨레21>의 후속 보도를 막기 위해 열을 올렸던 까닭이 여기에 있다. 첫 보도가 나간 지 어느덧 한 달이 돼간다. 하지만 국세청의 거짓과 침묵은 계속되고 있다. 그 끝이 어디일지 궁금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