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ome > 표지이야기 > 표지이야기 기사목록 > 기사내용   2006년07월06일 제617호
재벌은 왜 급식에 뛰어들었나

수익성 크지 않은 학교급식은 식자재 유통업으로 가는 ‘발판’ 역할 …시장 규모는 대략 2400억원 정도로 추정, CJ푸드시스템이 시장 1위

▣ 김영배 기자 kimyb@hani.co.kr

‘급식 사고’로 홍역을 치르고 있는 CJ그룹 계열 CJ푸드시스템은 1988년 부산에서 설립된 삼일농수산에 뿌리를 두고 있다. 삼일농수산은 CJ(당시 제일제당)에 제품 원료를 공급하거나 CJ제품 일부를 생산하는 업체였다. 농수산물 가공업도 사업 영역의 하나였다.

위탁급식 진출 배경은 88올림픽

삼일농수산이 제일제당 계열로 편입된 건 1996년이었으며, 1999년 식자재 유통업까지 아우르면서 회사 이름을 CJFD시스템으로 바꿨다.


△ 대기업의 위탁급식 사업은 식자재 발주, 납품, 검품·검수, 배송, 조리·배식 등 복잡한 유통경로를 거친다. 급식 사고로 곤욕을 치른 CJ푸드시스템의 수원물류센터(왼쪽).

이 회사가 2001년 CJ그룹의 급식사업부와 합쳐지면서 위탁급식 사업도 회사의 주요 사업 부문으로 떠올랐다. 사명이 지금의 CJ푸드시스템으로 바뀐 게 이때였다.

회사가 학교급식업에 처음 진출한 것은 1995년. 당시 사업 주체는 나중에 CJ푸드시스템으로 합쳐지는 제일제당 급식사업부였다. CJ푸드시스템은 1995년 8월 인하공업전문대학을 시작으로 위탁급식업에 뛰어들었으며, 이듬해 중·고등학교로 영역을 넓혔다. 대규모 인원이 상주하는 학교 조직은 위탁급식 사업을 하기에 좋은 대상이었다.

CJ푸드시스템처럼 코스닥 등록 기업인 신세계푸드시스템이 학교급식업에 진출한 시기도 CJ와 비슷한 1996년 7월이었다. 이에 앞서거니 뒤서거니 삼성에버랜드, LG아워홈, 현대푸드시스템(현대백화점 계열), 한화푸디스트, 풀무원ECMD 등 대기업들이 학교급식업에 잇따라 나섰다.

황수철 농정연구센터 부소장은 대자본이 위탁급식업에 나선 배경을 ‘88서울올림픽’으로 꼽는다. “88올림픽 이전의 단체급식은 조그만 회사 단위의 구내식당 수준으로 이뤄졌는데, 대규모 국제 행사를 치르면서 형태가 달라졌다. 대량 급식의 필요성이 높아졌고, 대기업들이 이 분야로 눈을 돌렸다.” 대기업들이 실제 학교급식업에 나선 게 1990년대 중반이었지만, 신세계백화점이 식자재 납품업에 나선 게 아시안게임을 치른 1986년, CJ푸드시스템의 모태인 삼일농수산의 설립 시기가 1988년이었다는 점은 관심을 끈다.

눈여겨볼 대목은 학교급식업이 이들 대기업의 핵심 사업은 아니라는 점이다. 식자재 유통업에 견줘 규모가 작을뿐더러 수익성도 낮은 편이다. CJ푸드시스템의 올해 1분기 매출 구조를 보면, 식자재 유통사업은 721억, 단체급식은 563억원이었다. 전체 매출(1537억원)에 견준 비중은 각각 47%, 37%로 식자재 유통사업 쪽이 높다. 매출에서 재료비, 인건비 같은 매출원가를 뺀 매출총이익은 식자재 유통 93억, 단체급식 54억원으로 전체 매출총이익에 견준 비중은 각각 63%, 37%였다. 질적인 잣대로 본 수익성에서 단체급식 사업이 식자재 유통업에 크게 못 미친다. 단체급식 중에서도 학교급식은 특히 수익성이 낮은 분야로 꼽힌다.

이인자 전국학교조리사회 회장은 “대기업의 학교급식업은 슈퍼마켓의 ‘미끼상품’ 같은 것”이라고 말한다. 학교급식을 맡고 있다는 사실을 바탕으로 회사의 신뢰도와 이미지를 높일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 식자재 유통을 비롯한 다른 사업 분야로 뻗어나가는 데 좋은 배경이 된다. 당장 큰 이익을 올리기는 어려웠음에도 대자본이 학교급식 시장에 너도나도 뛰어든 것은 식자재 유통업이라는 핵심 영역에 뛰어드는 ‘발판’으로 삼기 위해서란 분석이다.

현재 국내 위탁급식 시장의 규모와 판도는 명확하게 드러나지 않았다. 대기업 외에 많은 중소업체들이 나서고 있는데다 대기업들의 경우에도 대부분 식자재 유통업 같은 다른 영역을 아우르고 있어 위탁급식업만 따로 떼낸 통계치를 뽑아내기 어렵다. 그나마 공개기업인 CJ푸드시스템과 신세계푸드시스템의 수치가 비교적 투명하게 드러나 있다. 그렇지만 두 회사에서 제시해놓은 시장 규모와 판도는 추정치인데다 편차가 크다.

CJ 철수와 직영 의무화로 지각 변동

금융감독원의 전자공시시스템에 실려 있는 신세계푸드시스템의 사업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단체급식 시장 규모는 1조8천억원으로 추정돼 있다. 시장점유율은 삼성에버랜드가 23.4%로 1위이며, LG아워홈 20.6%, CJ푸드시스템 13.1%, 신세계푸드시스템 9.2%로 돼 있다. CJ푸드시스템의 사업보고서에선 단체급식 시장 규모가 5조9천억원으로 추정돼 있어 신세계 쪽의 자료와 큰 차이를 보인다. CJ 쪽은 단체급식 시장의 점유율 순위를 삼성에버랜드, LG아워홈, 현대푸드시스템, CJ푸드시스템, 신세계푸드시스템 차례로 추정하고 있다. 시장 규모에 대한 추정치는 달라도 점유율 순위(추정)는 비슷하게 보고 있다.


△ 급식 사고 뒤 사과 기자회견을 하고 있는 CJ푸드시스템 이창근 대표.

단체급식 가운데 학교급식(위탁)만 놓고 볼 때 시장 규모는 대략 2400억원 정도라고 업계에선 추정한다. 학교급식 시장에서는 CJ푸드시스템이 1위를 차지하고 있으며, LG아워홈과 삼성에버랜드가 그 뒤를 따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시장점유율 1위인 CJ가 학교급식 시장에서 철수한다는 선언을 한 터여서 이 시장은 큰 변화를 겪을 수밖에 없다.

더욱이 내년부터 전국 학교의 급식을 직영으로 사실상 의무화하는 쪽으로 학교급식법이 개정돼 학교급식 시장은 직영 중심으로 급격히 재편될 전망이다. 개정된 법대로라면 대자본들은 1990년대 중반 학교급식업에 진출한 지 10년 만에 모두 손을 털어야 하는 셈이다. 대기업들이 위탁급식업에서 물러나더라도 식자재 유통업을 통해 학교급식업과 계속 관련을 맺을 것으로 보이지만, 직영급식 체제에선 식자재에 대한 학교 쪽의 검사 기능이 상대적으로 강해질 것이기 때문에 사업성은 더 떨어질 전망이다. 여기에는 학교 쪽의 검사가 제대로 이뤄진다는 전제가 깔려 있음은 물론이다.


언제든 터질 화약고

납기 촉박해 재하청 주는 경우 다반사인 위탁급식 과정

CJ푸드시스템의 사례를 통해 대기업의 학교급식 사업 흐름을 들여다보면, 언제든 사고가 터질 수밖에 없는 화약고 같다는 생각이 든다.

위탁급식업은 대체로 발주, 납품, 검품·검수, 배송, 조리·배식 단계로 이뤄진다. 발주는 93개 초·중·고등학교의 영양사(CJ 직원)가 이튿날 메뉴를 감안해 식자재 주문을 내는 단계다. 회사 전산망에 올려진 이 주문은 식자재를 납품하는 협력업체들로 곧바로 전달된다. CJ푸드시스템의 1차 협력업체는 325개이며, 2·3차 협력업체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납기가 촉박한 탓에 1차 하청업체가 밑으로 재하청을 주는 경우가 많아 위생 사고 개연성을 늘 안고 있다는 지적을 받는 부분이다.

협력업체들이 납품한 식자재는 일단 전국 4곳(수원, 인천, 광주, 경남 양산)에 있는 물류센터로 모인다. 여기서 이뤄지는 일이 검품·검수다. 검품은 포장 상태 등 질적인 면을 살피는 일이고, 검수는 수량을 점검하는 과정이다. 이번에 문제를 일으킨 인천물류센터에는 검수·전산을 포함한 일반적인 관리업무를 담당하는 직원 19명, 배송기사 56명이 일하고 있으며 검품 담당 직원은 2명뿐이다. 인천물류센터에서 다루는 물품 수가 3천 개 안팎에 이르는 데 비춰 식자재의 질적 상태를 판단할 인력은 너무 적어 보인다.

각 지역 물류센터에선 전날 납품받은 식자재를 새벽에 각 학교로 실어나른다. 이 과정에서 두 가지 허점이 드러난다. 물류센터를 떠난 트럭이 대여섯 개 학교를 거치기 때문에 식자재 변질의 가능성을 늘 안고 있다는 점이 그 하나다. 또 다른 문제는 학교 쪽의 검품 과정이다. 영양사가 CJ 직원이어서 학생 편에 서서 제대로 감시·견제 구실을 하기 어렵다는 지적을 받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