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의 ‘오래된 습관’이 녹아 있는 황우석 파문, 그것은 우리 모두의 거짓말…실수에서 배우지 못한 자는 바보라는 진리를 되새기며 ‘복잡한 반성’을 시작하자
▣ 신윤동욱 기자 syuk@hani.co.kr
어쨌든 그것은 ‘새드 무비’였다. 한국의 서글픈 자화상이었다. 황우석 교수를 둘러싼 파문에는 한국의 오늘이 투영돼 있다. 황우석 파문은 한국적인, 너무나 한국적인 진실게임이었다. 황우석 파문에는 한국 사회의 ‘오래된 습관’이 녹아 있고, ‘오래된 습관’이 낳은 거짓말의 스펙터클은 ‘복잡한 반성’을 불러온다.
‘빨리빨리’, 서열주의, 애국주의…
왜 그랬을까? 황 교수는 왜 무리하면서 2005년 논문을 서둘러 발표했을까? 혹시 한국식 ‘빨리빨리’가 낳은 ‘속도 위반’ 아니었을까? 무슨 수를 써서라도 남들보다 앞서야 한다는 일등주의의 강박이 황 교수를 거짓말의 수렁으로 몰아가지 않았을까? 승자가 성과를 독식하는 풍토, 너무나 익숙한 경쟁지상주의가 거대한 거짓말을 낳은 토대는 아니었을까? 그래서 황 교수의 거짓말은 한 사람의 거짓말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거짓말인지도 모른다.
왜 그랬을까? 김선종 박사는 왜 논문의 사진을 조작했을까? 과학자의 양심에 어긋나는 일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사진 조작을 선선히 받아들인 이유는 무엇일까? 과연 그가 상사의 지시에 “아니요”라고 말할 수 있는 사회에 살았다면, “아니요”라고 말하는 사람을 보호하는 사회에 살았다면, 그가 논문을 조작했을까? ‘시키면 박아야 하는’ 한국식 서열주의가 그를 무장해제하고 상사의 뜻에 저항하지 못하도록 하지 않았을까? 설사 그가 ‘알아서 기었다’고 하더라도, ‘알아서 기도록’ 만드는 힘은 위계의 문화에서 나온 것이 아니었을까? 김선종 박사뿐 아니다. 황우석 팀의 그 많은 연구자들은 과연 진실을 전혀 몰랐을까? 논문 조작을 전혀 눈치채지 못했을까? 그들은 의혹이 불거진 뒤에도 침묵에 잠겨 있었을까? 움직일 수 없는 증거인 ‘비디오테이프’가 이미 확보돼 있었는데도, 그들은 왜 그토록 처절하게 발버둥쳤을까? 어떻게 그토록 거대한 거짓말의 공모는 가능했을까? 거짓말의 공동체가 유지됐을까?
왜 그랬을까? 국민은 왜 진실을 알려 하지 않았을까? 황우석을 둘러싼 파문의 해법은 간단했다. 의혹이 제기된 논문을 검증하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애국의 열정은 진실의 눈을 가려버렸다. 다수의 네티즌들은 국익의 이름으로 논문의 의혹에 눈감아 버렸다. 논문의 검증을 요구하는 사람들은 국익을 해치는 사람들로 몰렸다. 정치권이 부화뇌동했고, 언론이 가세했다. 그리하여 진실은 어둠에 묻힐 위기에 처했다. 경험에 바탕을 둔 국민의 믿음은 강했다. 인터넷 강국, 반도체 신화는 첨단기술에 대한 맹신을 불러왔다. ‘돈 되는’ 첨단기술에 대한 맹신은 진실을 가리는 눈가리개였다. ‘한국을 먹여살릴 기술’을 위해서라면 어떠한 흠집도 용서됐다. 난자 논란도 쓸데없는 흠집잡기에 불과했다. 홍성태 상지대 교수는 “박정희는 죽었지만, 박정희 체제 속에 살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박정희교는 또한 과학교였다”며 “공업입국과 함께 과학입국의 신화가 아직도 대중을 사로잡고 있다”고 덧붙였다.
‘새드 무비’의 주인공도 과학자였지만, ‘반전 드라마’의 주인공도 과학자였다. 매국노라는 매도 속에서도 진실을 밝히려는 사람들이 있었다. 젊은 과학자들은 논문의 검증을 요구했고, 이름 없는 네티즌들은 논문의 오류를 찾아냈다. 그들의 끈질긴 문제제기가 없었다면, 진실은 영원히 어둠에 묻혔을지도 모른다. 바다 건너에서도 진실의 파도는 밀려왔다. 황우석 논문의 진실은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지구촌의 관심사였다. 논문의 의혹을 검증하라는 외부의 압력은 때로 ‘애국’의 열정에 기름을 붓기도 했지만, 진실을 밝히는 힘이 되기도 했다. 우리는 황우석 파동을 통해 한반도를 둘러싼 지구화의 빛과 그림자를 모두 보았다.
그래도 진실은 살아 있었다
그래도 민주주의가 작동하고 있었다. 다행히 한국이 명백한 진실이 영원한 어둠에 묻히는 미몽의 사회는 아니었다. 어쨌든 여론은 진실을 향해 기울어갔다. 논문을 재검증하라는 요구는 거세졌고, 마침내 노성일 이사장의 ‘폭탄선언’이 나왔다. 그의 폭탄선언은 반전 드라마의 대미를 장식했다. 드디어 논문은 철회됐다. 그리고 우리는 망연자실했다. 진실 앞에 망연자실했다. 돌아보면, 정말 믿기지 않는 거짓말의 스펙터클이었다. 아니, 황우석 교수와 연구진의 처절한 몸부림을 생각하면, 한국 사회가 드러낸 무의식을 돌아보면, ‘황우석, 거짓말 그리고 비디오테이프’는 존재의 밑바닥까지 드러낸 슬픈 공포영화였다.
습관이 오래된 만큼 반성도 복잡하다. 황우석 파동은 끝내 자신을 돌아보게 한다. 오래된 습관이 낳은 거대한 거짓말에 전율하면서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그리고 “누구에게나 더러운 빨랫감은 있다”는 <위기의 주부들>의 경구가 떠오른다. 어쨌든 지금은 슬프다. 황우석이 슬프고, 대한민국이 서글프다. 처절한 상념만이 밀려든다. 지금은 다만, 실수로부터 배우지 못하는 자는 바보라는 평범한 진리만이 떠오른다. 우리는 여기까지 왔다. 여기까지 밖에 오지 못했다.

△ 체세포 핵이식을 통한 배아 줄기세포의 개념과 용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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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참고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이라는 표현은 이재원이 1996년 학생운동에 대해 쓴 <오래된 습관, 복잡한 반성>이라는 책의 제목에서 따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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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기세포 11개, 있니 없니?
황교수 논문과 관련된 궁금증을 쉽게 풀어주는 Q&A
▣ 류이근 기자 ryuyigeun@hani.co.kr
거짓의 끝은 어디일까? 12월16일 <사이언스> 2005년 논문 ‘환자 맞춤형 체세포 복제 배아 줄기세포’의 공동저자인 황우석 서울대 교수와 노성일 미즈메디병원 이사장이 차례로 기자회견을 했다. 회견은 상반된 주장이라 누가 진실을 얘기한 것인지 더욱 혼란스럽게 보인다. 하지만 전날 문화방송 〈PD수첩〉의 보도에 보태 더욱 많은 진실의 파편들이 드러났다.
논문은 조작됐나?
=조작됐다. 크게 두 가지다. 하나는 논문에 실린 사진이고, 다른 하나는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실체다. 사진은 2·3번 두 개의 줄기세포만 실제로 찍은 것이고, 나머지는 체세포 사진이나 2·3번 줄기세포의 사진을 다른 각도에서 조작한 것이다. 가장 황당한 것은 논문의 뼈대인 배아 줄기세포가 논문을 쓸 당시 없었다는 점이다. 황 교수는 서울대 수의대팀이 배양한 1차 계대배양(줄기세포주로 키우기 전의 배아 복제 세포) 단계에서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누군가에 의해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줄기세포로 바뀌었을 수 있다고 주장했다. 황 교수는 <사이언스>에 논문 철회를 요청한 상태여서, 논문을 통한 그의 학문적 업적은 폐기될 위기에 처한 것으로 보인다.
확립된 11개의 줄기세포가 있었나?
=불투명하다. 황 교수는 11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배양 과정을 6명의 연구원들이 관찰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노성일 이사장은 8개만 있었을 뿐 3개가 부풀려졌다고 했다. 황 교수는 다시 2·3번을 미즈메디병원에서 재분양받고, 추가로 6개 줄기세포를 수립한 뒤 (모두 8개로) 논문을 작성했다고 밝혔다. 부풀리기 의혹을 시인했고, 두 사람 다 8개 줄기세포의 존재만을 인정했다. 그러나 이 8개의 체세포가, 황 교수가 처음부터 만들었다고 하는 11개의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의 일부인지 아니면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인지는 불확실하다. 황 교수의 말대로 11개 모두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와 바뀐 것이라면, 8개의 줄기세포도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에 불과할 수도 있다. 더 나아가 바뀌었다는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가 아예 존재치 않는 가공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냉동된 5개의 줄기세포는 황우석을 살릴 것인가?
=황 교수는 “논문 제출 전에 이미 배아 줄기세포를 배양해 추출하고 확립하는 원천기술을 가지고 있는 것은 확실하다. 냉동된 1차 계대배양된 5개 줄기세포를 녹여 줄기세포주를 확립해 원천기술을 증명하겠다”고 밝혔다. 어쨌든 냉동 줄기세포는 그가 자신의 능력과 과학적 업적은 유효하다는 것을 보여줄 수 있는 마지막 카드 가운데 하나인 셈이다. 그러나 5개의 줄기세포들은 황 교수가 원천기술을 가진 것을 증명하지는 못한다는 주장이 있다. 줄기세포를 만든 뒤 1차 계대배양한 상태는 황 교수 논문의 배아 줄기세포 확립 이전 단계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더구나 5개가 환자 맞춤형 줄기세포가 아닌 미즈메디병원의 수정란 배아 줄기세포로 판정나면 또다시 많은 설명이 필요한 복잡한 상황이 전개될 수 있다.
황우석 교수의 과거 논문들은 믿을 만한가?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체세포 배아 줄기세포의 배양에 성공한 2004년 <사이언스> 논문도 조작됐을 가능성이 있다는 의혹이 나오고 있다. 과학 전문지인 <뉴사이언티스트>와 <뉴욕타임스>가 본격적으로 제기했다. 논문에 실린 기증자의 체세포와 줄기세포의 DNA 지문이 일치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또 2005년 섀튼 교수와 함께 <네이처>에 기고한 세계 최초 복제 개 스너피 관련 논문도 조사가 이뤄질 전망이다. 하지만 2005년 이전 황 교수의 업적을 부정할 만한 명확한 증거들은 아직 나오지 않았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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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우석 교수팀 줄기세포 논란 일지 2004. 2.12. 인간배아 줄기세포 추출 발표: 서울대 황우석ㆍ문신용 교수팀이 사람의 체세포와 난자만으로 인간배아 줄기세포를 만드는 데 성공. 한양대 기관윤리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윤리 방침대로 수행할 것을 발표.
2004. 5.6. <네이처> 난자 수급 의혹 제기: 난자 수급 과정에서 황 교수팀 연구원 2명이 난자를 기증했다는 취재 결과를 보도. 이에 대해 황 교수팀은 연구원이 영어로 인터뷰하는 과정에서 잘못 전달된 내용이라 해명.
2005. 5.20. 환자 맞춤형 배아 줄기세포 발표: 황 교수팀의 환자 유래 배아 줄기세포 추출 사실을 <사이언스>에 발표하면서 섀튼 교수가 공동저자로 등재됨. 이를 계기로 각국의 연구팀에서 공동연구 제안 폭주.
2005. 10.19. 세계줄기세포허브 개소식: 인간 줄기세포와 관련한 연구와 교육, 줄기세포주 축적 등의 중심 구실을 맡는 기구로 서울대병원에 설치. 우리나라가 세계 줄기세포 연구의 중심 국가로 떠오름.
2005. 11.13. 섀튼 교수, 황 교수와 결별 선언: 줄기세포 형제로 알려진 두 사람의 결별로 황 교수팀의 윤리 의혹이 전면에 떠오름. 이즈음 문화방송 팀이 난자 수급 자료를 입수해 노성일 이사장 등 관련 사실 시인.
2005. 11.22. 문화방송 〈PD수첩〉 방영: 황우석 신화의 난자 수급 의혹을 방영해 생명윤리론과 국익론이 첨예하게 맞서면서 에 광고 중단이 불거지고 방송 잠정 중단, 문화방송 사과문 방영 등으로 이어짐.
2005. 11.24. 황우석 교수 대국민 사과: 난자 수급과 관련된 조사가 이뤄지면서 난자 매매, 연구원 기증 등이 사실로 드러남.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황 교수가 세계줄기세포 허브 소장 등에서 물러나 ‘백의종군’ 결심.
2005. 12.5. 올해 <사이언스> 논문 진위 논란: 젊은 과학자들의 생명과학 정보 공유 사이트 ‘브릭’을 통해 논문 부록에 사진이 중복 게재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논문의 진실성을 의심하는 분위기 형성됨.
2005. 12.11. 서울대 조사위원회 활동 결정: 12월7일 미국 피츠버그대에서 논문 조사를 착수하고 국내외에서 논문의 오류가 잇따라 발견됨. 황 교수의 요청에 따라 연구결과를 조사하기로 함.
2005. 12.15. 노성일 이사장 충격적 사실 공개: 황 교수의 연구 파트너였던 노 이사장이 “황 교수팀에 줄기세포가 없다”고 주장. 이날 문화방송은 ‘PD수첩은 왜 재검증을 요구했는가’ 방영.
2005. 12.16. 황 교수와 노 이사장 기자회견: 황 교수는 “줄기세포 없이 논문을 썼다”고 밝혔으며, 줄기세포 유실 관련 수사 촉구. 곧이어 노 이사장은 “황 교수 연구실에서 논문을 조작했다”고 주장.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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