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성 부족과 기형적 구조로 ‘조선시대만도 못한’ 21세기 검시제도
‘죽은 자의 인권’위한 독립적 검시기관 설치 등 개혁 움직임 고개들어
▣ 김창석 기자 kimcs@hani.co.kr
영화 <혈의 누>를 보면 조선시대 검시제도가 잠깐 소개된다. 인상적인 것은 이 과정에서 보이는 당시 관리들의 꼼꼼함이다. 주검의 신체기관별 상태를 종이에 모두 세세히 기록한 뒤 주검의 색깔과 상태에 따라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추정해내는 솜씨가 일품이다. 이런 일이 가능했던 것은 ‘법의학 지침서’였던 <신주무원록>이 있었기 때문이다. <신주무원록>은 세계 최초의 법의학 교과서로 불리는 중국의 <세원록>(1247), 그리고 그것을 확대 발전시킨 <무원록>(1303)을 세종대왕이 한글 주석까지 달아놓음으로써 조선 최초의 법의학 매뉴얼이 된 책이다.
검시제도는 문명 수준을 재는 척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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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 박승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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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시대 검시 시스템은 △300년 이상 교과서로 쓰인 검시 지침서의 존재 △검시 관련 법규에 따라 ‘복검’(覆檢·살인 사건 또는 살인이 의심되는 사건이 생기면 일단 해당 고을의 수령이 주검을 검사하는 초검(初檢)을 하고, 그 결과와 무관하게 이웃한 고을의 수령이 다시 한번 검시함)을 일상적으로 집행한 점 △검시 전담 전문 인력이 있었던 점 등이 특징이다. 주검의 존엄을 인정하는 인권 의식에 바탕을 둔 정확성과 엄격함은 놀라울 정도다. 친자 감정을 하는 방법, 남자가 지나치게 성교해 사망한 경우 등 비교적 세부적인 부분도 언급된다. 예를 들어 주검이 태워졌을 때의 처리방법은 이렇다. 주검을 다 치운 뒤에 강한 식초를 현장에 뿌린다. 만약 죽기 전에 칼로 찔린 뒤 불에 그을린 사건인 경우에는 죽기 전에 흘렸던 피가 색깔을 달리해 선명하게 드러난다는 식이다. 과학적이다.
이런 점들 때문에 검시 전문가들은 “21세기 대한민국의 검시제도 수준이 조선시대만도 못하다”고 말한다. 현행 검시제도는 현장 경험을 토대로 해 만들어진 지침서가 없을 뿐 아니라 전문가들이 협업하는 시스템이 전혀 갖춰지지 못한 어정쩡한 체계이기 때문이다. 법의학계에서는 “죽음을 대하고 주검을 관리하는 제도인 검시제도는 한 사회의 문명 수준을 재는 척도”라는 말이 있다. 최근엔 한국이 검시제도에서만큼은 후진국 중의 후진국이라는 점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사건도 있었다. 지난 6월 초순께 서울 은평구 김아무개씨 가족들은 한강에서 발견된 변사체를 가출한 아버지로 착각하고 장례식까지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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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의 검시제도는 누구에게도 책임을 지울 수 없는 구조를 갖고 있다. 국과수 중부분소 법의 의사들이 부검을 하고 있다. (사진/ 류우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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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들이 맨눈으로만 확인한 주검이 가출한 아버지 김씨가 확실하다고 하면서 대성통곡을 한데다 담당 경찰관이 지문 감식 등을 하지 않고 주검을 넘겨주는 바람에 아무런 의심 없이 장례식을 치른 것이다. 정작 김씨는 가출한 뒤 절도 혐의로 구속돼 경찰서 유치장에 있다가 장례식까지 마친 가족들 앞에 나타났다. 이번엔 가족들이 초죽음이 됐다. 사망자의 신원이 바뀌는 경우는 이전에도 가끔씩 있었다는 게 법의학자들의 증언이다. 서울대 의대 법의학교실 이윤성 교수는 6월21일 연구실을 찾은 <한겨레21> 취재진에게 기억을 더듬었다.
“잘못된 초기 현장 대응이나 전문성 부족 때문에 그런 일이 많이 생겨나죠. 1993년에 예비군 훈련을 하면서 포사격을 했는데 주변에 있던 예비군 8명이 숨진 사건이 있었어요. 수습하면서 알아보니까 주변에 9명이 있었다고 해요. 그러니까 흩어진 주검들을 모아서 이름 순서대로 9구를 만들어놨는데 저녁 때쯤 포사격 훈련할 때 땡땡이 치고 술 먹고 다른 데 가서 놀다가 나타난 사람이 생긴 거예요. 9구로 만들어놓은 주검들을 다시 8구로 꿰어맞췄다고 합니다. 또 청주 우암상가 사건 때도 주검이 바뀐 예가 있었죠. 베트남 항공이 캄보디아에서 추락했을 때 한국 사람들이 10명 남짓 사망했는데, 그 사건 때도 뒤늦게 주검 한 구가 발견돼서 이미 유족들에게 인도된 주검들이 도미노식으로 옮겨다닌 경우도 있었죠.”
‘4인5각’ 경기, 부실의 악순환
한국 검시제도의 후진성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건들은 이것 말고도 많다. 이른바 ‘김 순경 사건’은 연인과 함께 여관에 투숙했던 김 순경이 다음날 아침 먼저 여관을 빠져나왔다가 다시 여관에 돌아가 숨진 연인을 확인하면서 살인범으로 몰렸다가 대법원 판결을 기다리던 중 진범이 잡혔던 사건이다. 진범이 잡히지 않았다면 그는 사형 또는 무기징역을 선고받았을 가능성이 높다. 이 사건에서는 수사기관과 법의학자들이 피해자의 사망 시각 측정에 실패한 것이다.
사망 시각 측정과 관련해 빠트릴 수 없는 사건으로는 ‘치과의사 모녀 살해 사건’이 있다. 이 사건은 재판 진행에서 한국 검시제도와 법의학 수준이 적나라하게 드러난 것으로도 오래도록 기억되고 있다. 수사기관은 사건 현장에서 점검해야 할 기본을 빠트렸고, 법의학자들은 수십년이 지난 외국의 법의학 교과서에 나오는 공식대로 사망 시각을 추정해 증거로 제출했고, 검사는 이를 근거로 피고인의 유죄를 주장했다. 그러나 법원은 외국의 법의학 연구 결과를 연구하고 외국 법의학자들까지 증언대에 내세우며 고군분투한 한 변호사의 손을 들어줬다. 이 밖에도 오대양 사건, 원효로 노파 살인 사건, 덕성여대 메이퀸 사건, 가수 듀스 사건 등이 검시제도의 총체적 부실 상태를 보여줬다.
그러나 한국 검시제도의 부실에 대해 제도를 집행하는 어느 한쪽 당사자의 책임으로 몰아가는 것은 온당치 못하다. 사법검시 분야에 국한해볼 때 대한민국 검시제도는 ‘4인5각’ 경기다(상자기사와 그래픽 참조). 게임에 나서는 이들은 형사(경찰), 검사(검찰), 판사(법원), 의사(의료계)들이다. 법률적으로는 검사의 업무이면서 집행은 경찰이 하고, 실무는 의사가 한다. 또 부검 여부 판단에서는 판사가 끼어든다. 그러니까 지휘·집행·실행·부검 여부 판단의 주체가 다른 기형적 구조인 셈이다. 진짜 경기를 주도해야 할 병리·법의학 전문가들은 선수층이 너무 얇아서 진짜 경기에는 못 뛰고 대표선수 몇명이 후반전에만 잠깐 뛰고 만다.

△ 한국 검시제도의 전문성 결여로 엉뚱한 사건들이 터져나오고 있다. 한 법의 전문가가 심하게 훼손된 주검을 검안하고 있다. (사진/ 국립과학수사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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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은 개괄적으로 한 검시 결과를 검찰에 넘기고, 검안의나 부검의 역시 비전문적이나마 주검을 검안·부검해 여기에서 발견한 소견을 검찰·경찰에 제시한다. 검시 책임자인 검사는 전문성이 결여된 자료로 검시 결론을 내려야 하고, 법원은 이 자료를 근거로 마지막 사법적 판단을 해야 한다. 최악의 경우이지만, 부실한 기초자료가 살인자에게 면죄부를 줄 수도 있고, 억울한 희생자가 만들어질 수도 있다.
검시관을 ‘단임제 관청’으로
이 구조는 서로에게 책임을 떠넘기는 체제이기도 하다. “검안·부검 소견이 뒷받침이 안 됐기 때문에”(경찰), “수사가 어떻게 되는지도 모르는데 가능성만으로 쓸데없는 책임을 질 필요가 없어서”(검안의·부검의), “경찰이나 의사한테서 넘겨받은 자료로는 근거가 부족해서”(검사), “입증할 근거가 부실해서”(판사) 누구도 책임을 안 지려고 한다. 좀더 정확히 말하면 책임을 지울 수도 없는 구조다.
이런 상황에서 정치권에서 검시제도를 근본적으로 뜯어고치자고 나서 수십년 만에 검시제도 개혁이 이뤄질 가능성에 관련 분야 전문가들이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지난 6월10일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이 연 검시제도 개선을 위한 입법공청회는 그 시작을 알리는 자리였다. 이날은 공교롭게도 고 박종철씨의 고문치사 사건이 도화선이 된 6·10 항쟁 17주년이었다. 당시 한 법의학자의 검안 증언이 없었다면 사건은 쉽게 드러나지 않았을 것이다.

△ 법의 전공 의사들의 현장 경험은 법의학 발전에 밑거름이 된다. 쓰나미가 지나간 뒤 타이에서 주검을 검안하는 이탈리아 법의학팀 전문가들. (사진/ EPA)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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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 의원이 마련한 입법안의 뼈대는 체계성과 정교성이 눈에 띄게 떨어지는 현행 검시제도를 뿌리부터 바꾸기 위해 중·장기적으로는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검시관’이 주축이 되는 독립적인 검시기관을 만들되, 이를 위해 우선 검시관 양성 계획 수립 등을 심의·의결하는 국무총리 소속 검시위원회를 두도록 하고 있다. 독립성 확보를 위해 검시관은 법률적으로 ‘단임제 관청’ 성격을 띠도록 하고, 범죄가 의심되는 주검에 대해서는 수사기관과 검시관 양쪽 모두 절대적으로 대등하게 협조할 의무도 규정했다.
이날 주제 발제를 한 김희수 변호사는 “검시를 거쳐야 할 주검임에도 검시가 이뤄지지 않거나, 검시가 이뤄졌더라도 독립성과 전문성을 갖춘 법의학 전문가가 참여하지 못해 그 결과를 신뢰하지 못하는 사태가 발생해 의문사 논란이 끊이지 않는 게 우리의 현실”이라며 “이번 법률안이 시행되면 검시제도 후진국의 오명에서 벗어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윤성 교수도 “독립적인 검시기관이 없어 변사자의 검시가 사법경찰관의 초동수사와 전문가가 아닌 일반 의사의 검안 소견만을 바탕으로 일선 검사가 결정함으로써 최소한의 검사에 그치고 있고 국립과학수사연구소 역시 단순히 검사의 결정에 따른 부검만을 수행해 문제가 심각하다”며 “이 법안은 이런 현실을 개혁하는 방안을 담고 있다”고 강조했다. 사망 원인 통계가 부정확한 것도 검시 시스템의 부재와 무관하지 않다는 게 이 교수의 주장이다. 실제 2000년 자살자 수를 놓고 보면 통계청 자료(14.6명/10만명)와 경찰청 자료(28.6명/10만명)가 2배 정도 차이가 났다.
‘주검에 대한 예의’는 민주공화국의 조건
입법 과정이 순탄한 것만은 아니다. 지금까지 검시의 권한과 기능을 담당하던 기관 사이에 의견 대립이 벌써부터 불거져나오고 있다. △검시 과정에서 검사와 사법경찰 관리의 관계 △행정자치부 산하로 돼 있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향후 전망 △검시관 자격과 관련해 병리전문의와 법의학전문의 사이의 의견 조율 △현재 턱없이 부족한 검시관 자격자의 조달과 교육·훈련 △이들에 대한 사회적 대우나 보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이 주요 쟁점 사항이다. 법안은 토론을 거쳐 올해 정기국회에 상정될 가능성이 높다.
살아 있는 이의 인권만큼 죽은 이의 인권을 생각하는 것은 현대 복지국가의 징표다. 사인을 정확히 밝히는 것은 정의와 인권을 보장해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는 일이다. 강화된 검시제도는 국가적 차원의 보건정책 수립에도 결정적 도움을 준다. ‘주검에 대한 예의’는 민주공화국의 또 다른 조건인지도 모른다.

△ 영화 <혈의 누>에 나오는 조선시대 검시 장면. 검시 지침서에 따라 전문 관리들이 검시 업무를 집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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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시에도 ‘사법’과 ‘행정’이 있다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검시 관련 용어들의 의미는 무엇일까
검시 관련 개념과 용어들은 일반인들에게 생소한 것들이 많다. 주검에 대한 접근 자체가 어려운데다 일상생활에서는 관심을 두는 영역이 아니기 때문이다. 보통 검시라고 할 때는 죽음에 대한 의학적 판단을 위해 주검에 시행하는 검사를 가리키는 ‘검시’(檢屍)와 죽음의 법률적 판단을 위해 주검과 그 주변 현장을 포함해 종합적으로 조사하는 ‘검시’(檢視)가 구분된다. 후자가 전자를 포괄한다. 검시(檢屍)는 다시 ‘검안’(檢案·사망 확인 절차로 시행되는 주검 검사로 주검을 훼손해서는 안 됨)과 검안만으로 사인이나 사망의 종류를 추정할 수 없을 때 하는 ‘부검’으로 나뉜다.
검시(檢視)에서 의사는 사망 선고, 주검의 신원 확인, 사망 시각 추정, 사망 원인(의학적인 죽음의 원인) 결정, 사망의 종류(법률적인 사인) 결정 등 중요한 일을 해야 하지만, 법의학 전공자가 아닐 경우 주검에 대한 전문성이 떨어지기 때문에 이런 구실을 할 수 없게 된다. 일부 법의학자들은 “일부 일반 의사들은 사망 원인과 사망의 종류를 구분하지 못하고 호흡정지나 심장정지와 같은 증세를 사망 원인으로 버젓이 쓰기도 한다”고 꼬집는다.
법의학의 목표는 이를 통해 사망 상황을 객관적이고 과학적으로 재구성하는 것이다. 검시는 죽음의 원인이 범죄와는 관계없는 변사체에 대해 사인 규명·신원 확인·전염병 예방·주검 처리 등을 위해 하는 ‘행정검시’와 범죄와의 관련성을 밝히기 위해 하는 ‘사법검시’로 나뉜다. 우리나라에서는 사법검시 위주로 검시제도가 운용되는데, 지나친 사법검시 편향성도 비판의 대상이다. 행정검시의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지만, 거의 이뤄지지 않기 때문이다.
어떤 인간 공동체라도 1년에 평균 전체 구성원의 0.5~1%는 죽게 된다. 한국은 24만명 안팎이 1년에 사망한다. 이 가운데 15%가 검시를 받아야 하는데 5% 정도인 1만2천명 정도는 적극적인 부검까지 받아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한해에 평균 6천~7천건 정도의 부검만 이뤄지고 있다. 나머지는 부검까지는 하지 않고 일반 의사가 검안을 하지만, 수사기관의 초동 수사 내용에 맞춰주는 ‘맞춤형 검안’인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부검해야 할 주검이 부검되지 않거나 부검하지 않아도 되는 주검이 부검되는 경우가 생겨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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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 인프라 확충이 절실 [인터뷰 / ‘기본법 입법 추진’ 유시민 의원]
기본법은 제대로 된 검시제도를 배양하기 위해 필수적
이 법안에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가 있나.
과거사 진상 규명 관련해서도 의문의 죽음들이 많고, 특히 국가 공권력에 의한 의문사도 있었다. 문명국가에서 누군가 죽었는데 죽음의 경위가 이상하다고 하면 국가가 해명해줘야 한다. 그런 게 없다면 인권 차원에서 문제 있다. 초동 단계에서 현장 보존, 주검 검안 같은 게 생략되다 보니 증거 없이 기소돼서 유죄 실형 선고를 받아도 나중에 진범이 잡히는 기막힌 사건도 있지 않나. 국가가 나서서 정부 입법을 해야 하는 게 마땅한데 안 하고 있어서 의원 입법으로 추진하게 됐다. 의문사진상규명위 활동을 보더라도 변사체에 대한 검안·검시 절차 없이 주검을 치워버린 경우가 많았다. 자료가 있으면 조사할 텐데 관련자들 진술만 있는 상태다.
검시관이나 독립적인 검시기관이라는 취지는 좋지만 과연 현실성이 있는지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10대 무역국가다. 이런 제도 없는 게 부끄러운 일이다. 사회가 생명이나 죽음을 중하게 여기려면 경제적 힘과 성숙한 민주주의가 있어야 하는데 우리는 그 두 가지를 갖췄다. 하지 않는다면 국가의 직무유기다. 문제는 고도의 전문 인력이 필요하다는 점인데 법의학 전문가와 시설이 부족한 것은 사실이다. 당장 내일부터 하자고 대통령이 결단하더라도 인프라가 부족하다. 그래서 기본법 성격의 입법이 있어야 한다. 그 다음에 전문가를 양성해야 한다. 그래서 법안에 나오는 검시위원회가 필요하다. 검시제도를 배양하기 위한 기본법 성격이다.
병리의학 전공자와 법의학 전공자들 사이에 검시관 제도에 관한 이견이 존재한다. 법의학 전공자들은 병리의학자들이 부검이나 범죄 현장에 나가는 일을 하지 않으려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이런 이견을 해소시킬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법의학 전공자가 너무 적다. 한손으로 꼽아도 남을지 말지다. 법의학자만으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두 가지 분야가 상충되지는 않는다고 본다. 현 단계에서는 큰 의미가 없는 구분법이다. 앞으로도 많은 절충이 필요하다. 현실적 제약 조건 아래서 이상을 추구하는 것이기 때문에 사소한 이해관계 상충은 전문가들이 이해해주셔야 한다.
법안 설립 움직임에 따라 현재 존재하는 국립과학수사연구소의 위상을 고수하려는 경찰, 변사체에 대한 수사권을 포기하지 않으려는 검찰 등 기관 사이의 갈등이 생겨나는 양상이다. 이를 적절히 해소하면서 독립적인 검시기관을 만들 수 있는 방안이 있는가.
부검 여부를 결정하는 전문가는 수사기관으로부터 독립된 전문기관의 전문가가 해야 한다고 본다. 국립과학수사연구소나 검찰의 변사체 수사권 문제는 천천히 논의해도 충분할 것이다. 검시제도와 관련한 인적·물적 인프라 구축과 인력을 양성할 교육 소프트웨어 마련 등이 훨씬 시급하다.
업무로 볼 때 수사기관과도 관련이 있는데 보건복지부 산하 기관으로 두는 게 가능한가. 오히려 방송위원회나 국가인권위원회처럼 독립적인 국가기구 형태로 두는 것은 어떤가. 장기적으로는 검토해볼 만하다. 어디에 두든 전문성에 따라 운용해야 한다. 정치적으로는 독립기관이어야 한다. 인큐베이팅 기간에는 보건복지부 산하에 두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보건복지부에서도 반대 의견이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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