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련산업 종사자와 여성단체 대표, 국회의원까지 함께 한 불꽃 튀는 전격대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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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싸고 시민단체는 '여성인권을 위한 진일보한 조치'로 반기고 있다. 그러나 성매매 산업종사자들은 '생존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사상 초유의 사태 속에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한 성매매 문제를 놓고 성산업 종사자들과 여성단체 대표, 국회의원이 처음으로 한자리에 앉아 뜨거운 논쟁을 벌였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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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리 이춘재 기자 cjlee@hani.co.kr ·김보협 기자 bhkim@hani.co.kr
▣ 사진 류우종 기자 wjryu@hani.co.kr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논쟁이 뜨겁다. 여성단체 등 시민사회가 ‘여성 인권을 위한 진일보한 조치’로 반기고 있는 반면, 성매매 관련 산업 업주와 종사자들은 ‘생존권 침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논쟁은 지난 10월7일 ‘성매매 종사자 대낮 가두집회’라는 사상 초유의 사태를 계기로 사회적 갈등으로 비화되고 있다.
<한겨레21>은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의 해법을 찾기 위해 지난 10월10일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 조진경 ‘다시함께센터’ 소장과 강현준 ‘한터’ 사무국 대표, 집창촌 종사자 김문희(가명)씨가 참석한 대담을 마련했다. 조 소장이 일하고 있는 ‘다시함께센터’는 성매매 종사자의 재활을 지원하는 곳이고, ‘한터’는 전국집창촌업주대표모임이다. 김문희씨는 지난 가두집회 때 신분이 노출될 ‘위험’을 무릅쓰고 사회를 봐 언론의 주목을 받았다. 이들은 현격한 입장 차이 때문인지 시종일관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 지난 9월23일 시행된 성매매특별법은 성매매 관련 산업에 큰 타격을 주고 있다. 인천 숭의동 '옐로하우스'의 한 업소 앞에서 경관이 단속을 벌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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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현준 대표(이하 강현준): 성매매특별법은 업주와 종사자의 현실을 제대로 확인하지 않고 만들었다는 게 가장 큰 문제다. 여성단체들을 찾아가 양심선언을 하고 업주들을 고소·고발하는 불합리한 세력들의 의견을 토대로 만들어진 법이다. 우리는 여성단체나 종교단체들이 정치권에 강력한 로비를 했다고 본다. 특히 기독교계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 기독교적 성 금욕주의가 개입된 것이다. 이번 법은 성 구매자도 형사처벌을 받고 자율적 성매매 종업원과 정당하게 알선을 한 업주도 처벌받도록 돼 있다. 이것은 완전한 성매매 금지다. 엄연히 수요와 공급이 있는 시장경제 원리에 의해 움직이는 ‘산업’을, 옛날 중세 때의 마녀사냥식으로 때려잡고 있다.
이 법은 또 모순점도 갖고 있다. 종사원들의 인권을 강조하고 있는데, 그러면 왜 강제보호처분을 두는가. 보호시설은 사실상 감옥이다. 이것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또 보호시설에 수용되면 일단 강요된 성매매를 한 것으로 낙인찍혀 나쁜 이미지로 매도당할 수밖에 없다.

△ 평소 만나기 어려운 사람들이 지난 10월10일 한자리에 모여 격렬한 논쟁을 벌였다. 왼쪽부터 강현준 '한터'대표, 김문희(가명)씨, 사회를 본 김보협<한겨레21>기자, 조진경 '다시함께센터'소장, 유승희 열린우리당 의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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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창촌의 실상에 관한 논쟁
조진경 소장(이하 조진경): 여성단체들도 이 법에 불만이 많다. 우리는 이 법이 더 엄격하고 제대로 적용돼야 한다고 본다. 업주들은 시장원리에 안 맞는다고 하는데, 이해가 안 간다. 지난해 ‘다시함께센터’가 만들어진 이후 지금까지 상담 건수는 6천건이 넘는다. 룸살롱, 집결지(우리는 집창촌을 이렇게 부른다), 보도방 등 여러 곳에서 우리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그들의 설명에 따르면 성매매에 일정한 패턴이 있다. 처음에는 강남 룸살롱에 있다가 빚이 자기 몸값보다 많아지면 안마시술소 등으로 가고 결국 집결지로 모인다. 집결지는 선불금을 주니까 처음에는 괜찮은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곳 여성들의 빚은 점점 커지기만 한다. 하루에 10∼15차례 ‘일’을 하지만, 숙식비와 화장품값, 옷값 등 자기 몸에 투자하는 비용이 많이 든다. 거기에 선불금에 대한 고액의 이자가 붙어 빚은 계속 늘어난다. 결국 성매매의 노예로 전락해버리고 만다. 이런 비참한 실상 때문에 이 법이 제정될 수밖에 없었다.
업주들은 자율적인 성매매라고 주장하는데, 물론 성매매 집결지에서 돈 많이 벌어 나가는 사람도 있다. 그러나 그 사례는 극히 드물다. 90% 이상이 인권을 유린당하고 있다고 본다. 알선업자들에 의해 강제적으로 종사하는 여성이 다수다. 이런 상황을 근거로 법이 만들어진 것이다.
김문희(가명): 나는 이른바 ‘화류계’ 생활을 10년 넘게 해오고 있고 지금 30대 초반이다. 이른바 집창촌에서 일을 하고 있다. 여성단체나 여성부, 정치인들은 집창촌의 실상을 잘 모르는 것 같다. 조 소장이 말씀하신 것은 물론 맞는 부분도 있다. 부인하지 않겠다. 하지만 다른 것도 있다. 우리가 강제적으로 몸을 판다고 하는데, 모든 종사자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상당수는 자율적인 상황에서 일을 한다. 아까 다시함께센터에 접수된 신고가 6천건이라고 했는데, 이 수치에는 모든 업소들이 포함됐을 것이다. 집창촌은 얼마 안 된다.
조진경: 그렇다. 집창촌은 20% 정도다.
김문희: 또 인권보호라고 했는데, 이렇게 처벌 위주의 법을, 생계에 막대한 영향을 주는 법을 일방적으로 만들어서 공포한 것은 인권침해가 아닌가.
유승희 의원(이하 유승희): 업주들은 이 법이 시장원리에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종사자들은 생존권 탄압이라는 불만이 있는 것 같다. 이 법에 대한 사회적 공감대를 형성하려면 한번 토론해볼 필요가 있는 지적이다. 성매매가 급속하게 산업화된 게 현실이기 때문이다. 성매매 시장은 어마어마하게 성장했다. 사치향락성 업소에서 사용된 법인카드 금액이 한해 1조6100억원이고, 이 중에서 룸살롱에 뿌려진 돈이 약 1조100억원이다. 어마어마한 액수다. 기업 접대비의 절대액이 성매매와 관련된 곳에 집중되고 있다. 이런 현상은 국가와 기업에 큰 책임이 있다.
성매매, 무엇이 인권침해인가
조진경: 업주들은 여성을 데리고 올 때 큰돈을 주지만, 여성에게 그 돈을 건네주지는 않는다. 돈이 거래되는 것도 못 본다. 여성의 주체적 개입이 없는 것이다. 또 성 구매자가 ‘구매’할 때도 쭉 앉아 있는 여성들을 일방적으로 고른 다음 방으로 올라간다. 마치 오늘은 라면 먹고, 내일은 자장면 먹는 것처럼 자기 입맛에 맞게 일방적으로 고른다. 여기에 여성의 선택은 전혀 없다. 자유의사가 전혀 없는 것이다. 성 구매자는 마담이나 업주에게 돈을 준다. 여성에게 직접 돈을 주지 않는다. 이래서 강제적이고 인권침해라는 것이다. 이런 구조 속에서 그 여성을 과연 ‘인간’으로 볼 수 있을까.
이번 성매매특별법은 여성단체가 주도적으로 한 것이 아니다. 여성단체들은 지난 2002년 군산 개복동 화제사건 이후 입법 청원했지만, 의원들은 계속 거부했다. 이런 법을 우리가 왜 만지나, 뭐 이런 반응이었다. 그러다 조배숙 의원이 우리가 낸 법을 수정해서 제안한 것이다. 우리는 이번에도 통과 안 될 줄 알았다.
김문희: 선불금 얘기는 맞다. 얼굴과 용모를 보고 등급을 나눈다. 20대 때는 나도 A급이었다(웃음). 선불금이 처음에는 700만원이었다가 3천만원으로 불었다. 조 소장은 우리가 이 돈을 손에 못 만져본다고 했는데, 그건 사실과 좀 다르다. 가게를 옮길 때 휴식 기간 동안 쓸 돈을 얹어서 선불금을 요구한다. 그러면 업주들은 줄 수밖에 없다. 일 시켜야 되니까. 80년대는 기둥서방도 있었고, 자기 돈인데 만져보지도 못하고 그랬다. 폭행당하고, 나오고 싶어도 못 나오고. 하지만 지금은 그런 업주는 도태된다. 아가씨들이 오히려 주인한테 큰소리를 치기도 한다.
조진경: 여성단체들이 그동안 열심히 문제제기를 해왔기 때문에 그렇게 된 것이라고 생각한다.
강현준: 업주들도 그 점을 인정한다.
김문희: 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의 증언은 과장된 측면도 있다. 물론 아직도 악덕 포주는 있다. 이번에 법이 발효되면서 많은 업주들이 ‘갈 사람들은 가라’ 했는데 흔쾌히 떠난 아가씨들도 있다. 주로 선불금 빚이 있는 사람들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아가씨들, 자발적으로 몸 파는 아가씨들은 궁지에 몰렸다. 생계가 막막해진 것이다. 포주들 중에는 엄마처럼 자상한 사람도 있다.
강현준: 자유민주주의 사회의 특징은 다원화다. 성매매산업도 다원화돼 있다. 그런데 이 법은 이런 현실을 고려하지 않은 것이다. 윤락행위방지법이 만들어진 지 40년이 됐지만 성매매가 팽창한 것은 음성적으로 하면 돈을 많이 벌 수 있다는 기대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집창촌은 해방 이후 그대로다. 절대 팽창하지 않았다. 성매매 시장은 개방형과 음성형으로 나눠져 있는데, 집창촌은 개방형 시장으로 여기에는 공개된 경쟁이 있다. 여기서 도태된 아가씨들은 군산 개복동 같은 곳으로 간다. 그곳은 집창촌이 아니다. 술과 여자를 동시에 제공하는 곳이다. 집창촌처럼 성만 제공하는 게 아니다. 그곳은 변종 업체다. 우리가 생각해도 매우 문제가 많은 곳이다. 일이 힘들기 때문에 업주들이 아가씨들을 감금한다. 이런 음성적인 것은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 음성형과 개방형을 철저히 구분해야 한다. 하지만 법은 이런 현실을 반영하지 않았다. 등록제를 도입해서 엄격하게 관리하면 음성형을 근절할 수 있다. 우리는 성매매특별법 폐지를 주장하지 않는다. 이 법은 존치해야 한다. 다만, 정책적으로 선량한 업주와 여성들을 보호해야 한다. 법을 개정해서 이런 조치를 마련해야 한다.
룸살롱과 집창촌의 차이
유승희: 개방형과 음성형을 얘기했는데, 무슨 차이가 있나.
김문희: 이용하는 남자들에게 큰 차이가 있다. 룸살롱은 주로 ‘사’자 들어간 사람들과 개인사업자가 많다. 기업체 관계자들이 접대용으로 이용하는 경우도 많다. 반면, 집창촌은 주로 못사는 사람들이 이용한다. 연령층도 20대부터 50, 60대까지 있다. 노인분들 중에는 발기용 기구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또 장애인도 있고, 휠체어 탄 지체장애인이나 시각장애인들…. 목발 짚고 환자복 입고 오는 사람도 있다. 심지어 스님, 목사님도 있다. 유부남들도 많다. 유부남들은 왜 오는가 하면, 새로운 것 시도해보고 싶은데 부인한테 함부로 못하니까 우리 상대로 시험해보고 싶어서 온다.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받고 나서 이를 변태적인 것으로 풀기 위해 오는 사람도 있다.
조진경: 음성형과 개방형을 나누고 음성형을 강하게 단속해야 한다는 강 대표 말은 옳다. 여러 변종 업체가 수두룩한데 이번 법은 집결지만 겨냥하고 있어서 업주들이 화낼 만도 하다. 나도 이해가 간다. 음성형과 개방형을 구분해서 각각 정확하게 단속해야 한다. 하지만 그럼에도 성매매는 반대한다. 우리 상담소를 찾는 여성들은 대부분 아프다. 어릴 때부터 성매매 시장으로 유입됐는데 오랜 시간 그 일을 하다 보니 몸이 망가졌다. 자궁염증은 물론 머리에서 발끝까지 성한 데가 없다. 이게 인권침해가 아니고 뭔가. 이런 현상이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데, 상대적으로 좋은 조건에서 집창촌을 운영하는 업주들이 있다고 해서 이를 단속하지 말아야 한다는 말인가. 음성형을 강력하게 단속해서 이곳 종사자들의 개방형 유입을 막아야 한다고 강 대표가 말씀하셨는데, 옳은 얘기다. 그렇게 하면 장기적으로 개방형도 줄어들 것이다. 그러나 개방형도 업종을 빨리 전환해야 한다. 선량한 업주는 업종 전환한다. 아까 문희씨는 ‘엄마처럼 자상한 포주가 있다’고 했는데, 어떻게 엄마가 딸에게 성매매를 시키는가. 성매매는 전혀 유익하지 않다. 마약하는 사람이 스스로 좋아서 했다고 해서 그걸 놔둬야 하는가. 성매매는 합법화해서는 안 된다.
강현준: 업주들에게 빨리 업종 전환을 하라고 하셨는데 그게 만만치 않다. 상당수의 업주들이 지난 추석 때 아가씨들한테 집에 가라고 했는데, 대부분의 아가씨들이 다시 돌아왔다. 그런 상황에서 업종 전환을 해버리면 그 아가씨들 생계는 어떻게 할 것인가. 여성단체들에 이런 아가씨들을 위한 대책이 있나. 아가씨들한테 3천만원씩 창업자금을 지원해준다고 하는데, 이런 불경기에 뭘 창업하란 말인가. 미아리에 있는 어떤 아가씨가 117에 전화해서 물어봤더니 꽃꽂이 같은 교육을 시켜준다고 했단다. 그런데 취업 전까지는 한달에 생활비로 10만원을 준다고 했다. 이걸로 어떻게 사나. 또 취업시켜주는지를 물었더니 그건 본인이 알아서 할 일이라고 답변했다고 한다. 도대체 뭘 어쩌자는 건가. 그래서 아가씨들이 정부를 못 믿는다.
보호시설도 문제다. 80∼90년대 강남구 일원동에 보호시설이 있었는데, 여기서 인권침해 논란이 있었다. 그 뒤 사용하지 않다가 최근 이곳에 보수공사가 진행 중이다. 전에는 철조망으로 둘러쳐져 있었는데, 지금은 빨간 벽돌로 벽을 높게 쌓아놓았다. 인권침해의 비난을 받았던 곳을 다시 쓰겠다는 것 아닌가. 재활대책이나 보호시설은 장기적으로 연구해서 마련해야 하는데, 지금은 졸속으로 추진되고 있다.
성매매, 등록제를 허하라?
유승희: 보호시설을 마치 삼청교육대처럼 운영해서는 안 될 것이다. 정부에서 더 많은 예산을 배정해서 상황을 개선하도록 요구하겠다.
강현준: 지금과 같은 단속은 문제가 많다. 적발된 업주들의 재산을 전액 환수한다고 했는데, 이는 위헌적 발상이다. 업주들도 노동력을 제공했다. 빨래 같은 것 말이다. 최근 퇴임한 높은 판사님께 상담해봤더니 위헌소송을 낼 수 있다고 하더라. 또 아가씨들이 단속을 피해 음성적인 곳으로 숨어버리는 것도 문제다. 그 아가씨들 건강검진은 어떻게 하나. 국민 건강이 크게 위협을 받는다. 정부는 2007년에 완전 폐쇄한다고 해놓고 왜 지금 강하게 단속하는가. 단속을 유예해서 3년 동안 검증할 시간을 갖고 사회적 토론을 거쳐 성매매 산업의 존폐 여부를 가릴 수 있다. 지금처럼 성급하게 추진하면 많은 부작용이 발생한다.
유승희: 강 대표는 업종 전환을 할 생각이 있나.
강현준: 솔직히 합법화를 바라고 있다. 철저한 유지·관리를 하면 문제가 해결된다. 그렇다고 공창제를 주장하는 것은 아니다. 무리하게 단속하지 말고, 정상적·자율적으로 일하는 곳은 합법화해달라는 것이다. 그래야 업주나 아가씨들이 살길을 찾아간다. 등록제를 실시해서 음성형은 강하게 단속하고 개방형은 합법화해달라. 그것을 심사하는 역할을 여성단체가 하면 되는 것 아닌가.
성매매 여성들의 생계대책 보완해야
조진경: 여성단체들이 그렇게 한가한 곳이 아니다(웃음). 등록제는 반대한다. 우리는 기본적으로 성매매 자체가 인권침해라고 보고 있다. 돈을 벌기 위해 자기 몸을 파는 것 자체가 인권에 부합하지 않다. 개방형을 인정하면 음성형도 번창할 수밖에 없다. 등록제 하면 아무래도 자본이 더 필요할 텐데 자본이 안 되는 업주들은 음성형으로 가지 않겠나. 물론 여성들에 대한 지원책이 현실성이 떨어지는 부분은 인정한다. 하루아침에 여성들이 새로운 직업에 정착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지원 시스템에 대한 믿음이 형성돼야 되는데, 이는 여성단체와 종사자들이 함께 싸워야 할 문제다. 하루아침에 해결될 문제는 분명 아니다. 지속적으로 추진해야 한다.
김문희: 정부에서 직업훈련 과정을 이수하는 동안 한달에 10만원을 지원한다고 하는데, 이게 바로 성급하게 법을 추진했다는 증거다. 10만원 갖고 한달을 생활해봤나. 못한다. 혹 모르겠다. 많은 빚을 져서 구원의 손길이 필요한 여성들은 이런 시스템이 필요할지 모르겠다. 그러나 자발적으로 성매매 시장에 진출한 여성들은 전혀 그렇지 않다. 한달에 300만원 이상 버는 아가씨들도 많다. 그들이 새로운 직업을 찾기로 맘을 먹었는데, 갑자기 수입이 줄어들었다. 그럼 어떻게 하나? 자신의 목표를 세워놓고 그동안 열심히 일했는데, 이제 와서 그 꿈이 깨질 판이다. 정부는 아가씨뿐만 아니라 그에게 딸린 식구들도 책임져야 한다.
조진경: 이 법이 성급하게 추진됐다는 지적에 공감한다. 하지만 단속은 잘하고 있다고 본다. 이 법이 윤방법과 큰 차이가 없음에도 이렇게 업주들의 저항을 받는 것은 강력한 단속 때문이다. 업주들은 집창촌이 문을 닫게 되면 우리 사회에 성폭력 범죄가 늘어날 것이라고 주장하는데, 이는 전혀 근거 없는 소리다. 그동안 성매매가 만연돼 있었지만, 성폭력 사건 발생률이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중 1위다.
김문희: 우리의 직업은 사적인 영역이다. 왜 하지 말라고만 하나. 우리에게도 준비할 시간을 달라. 보호시설은 절대 못 간다. 평소 담배 피우고 술 마시며 자유롭게 살던 여성들이 교도소 같은 곳에서 어떻게 지내나. 보호기간이 끝나면 사회에 나와서 무엇을 할 수 있겠나. 나는 자신없다. 원하는 여성들만 그런 시스템으로 보호하라. 다른 아가씨들은 제발 가만히 놔두라.
강현준: 성매매 근절? 그건 도덕적으로 환상적인 사회다. 여성단체들의 편의적인 생각이다. ‘우리와 뜻이 맞지 않으면 거부하겠다’는 극단적인 행위다. 개인의 의사에 따라 하고 있는 것을 금지하는 것은 자유민주주의 사회에서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그래서 이 법이 근본적으로 잘못됐다는 것이다.
유승희: 성매매 시장이 우리 경제에서 상당 부분을 차지한 정도로 성장한 상황에서 이를 그대로 방치할 수는 없다. 얼마나 심하면 20대 여성 5명 중 1명꼴로 성매매 관련 산업에 종사하고 있다는 자료가 나오겠는가. 이건 국가적으로 큰 낭비다. 정부가 이렇게 강하게 나선 배경에는 이런 점을 고려했기 때문이다. 이번 기회에 성매매 문제를 공론화해볼 필요가 있다. 사회적 공감대를 마련해 성매매 산업 관련자의 생계 대책을 보완할 필요가 있다. 이런 게 안 되면 결국 피해자는 성매매 종사자들이다. 성매매를 어쩔 수 없는 것으로, 필요악으로 보는 인식도 이번 기회에 바꿔야 한다. 업주들과 종사자들은 성매매를 부정적으로 보는 시각이 있다는 것을 바로 인식해야 한다. 또 여성단체들이 이 문제에 대해 애정을 갖고 꾸준히 활동해온 것을 이해해야 한다.
조진경: 성매매 종사자들이 여성단체들을 마치 적으로 보고 있는 것 같아 안타깝다.
김문희: 우리도 여성단체들의 공로를 인정한다. 하지만 우리의 처지를 좀 이해해달라는 것이다.
유승희: 종사자분들이나 업주들 모두 여성단체들의 활동에 믿음을 갖고 지켜보기를 바란다. 우리 정치인들도 하루빨리 성매매특별법을 둘러싼 갈등이 해소되도록 최선을 다하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