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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이야기] 조중동 저항, 불신 키우네 세무조사를 언론장악 음모로 여기는 족벌언론… 색깔논쟁 들먹이며 언론개혁에 찬물
족벌언론이 한 목소리를 내는 까닭
<동아일보>는 9일치 1면에서 “국세청-공정위 동시에 기업 조사한 선례 있나”라는 야당 의원의 국회 발언을 제목으로 뽑고 “이번 조사는 정권차원의 언론 길들이기 의도로 보인다”는 음모론을 자세히 보도했다. 동아는 7일치에 이회창 총재의 국회 대표연설을 1면에 다루면서 “언론 압박용 세무조사 부당”이란 제목을 부각시킨 데 이어 8일치 2면에서도 “공정위까지 가세 전방위압박 의혹”이란 제목을 달고 공정위의 신문시장 불공정거래 조사 착수를 맹비난했다. <조선일보> 역시 10일치 1면 머릿기사로 “몇사(社) 손보려 언론 세무조사”란 제목를 뽑아 야당의 대정부질문 발언을 대대적으로 보도하고, 9일치 1면에서도 야당의원의 발언을 인용해 “공정위까지 언론조사, 사전 시나리오 의혹”이란 제목을 달았다. 6일치에서는 “특정 언론 겨냥하기 위해 나머지 언론 들러리 조사”, “세무조사는 언론사주를 협박하기 위한 것”이라는 제목을 달아 조선일보가 정치적 탄압을 받고 있는 것처럼 집중공세를 폈다. 특히 지난 6일에는 일본의 총련기관지 <조선신보>가 “언론개혁 표적은 조선일보로 대표되는 반공·파쇼언론이며 전근대적인 족벌체질을 유지하는 보수언론”이라고 보도했다는 내용까지 크게 다뤄 세무조사를 색깔논쟁으로 끌고가려는 움직임까지 보이고 있다. <중앙일보>는 6일치 가판까지는 “언론사 세무조사 공방”으로 비교적 중립적인 태도를 보였으나 서울시내 배달판부터 느닷없이 야당쪽의 입을 빌려 “세무조사 언론장악용”이라는 제목을 뽑아 올렸다. 9일에는 1면에 “공정위 가세 언론탄압”을 제목으로 달고 세무조사는 언론장악용이라는 야당 의원들의 주장을 크게 다뤘다. 이렇듯 자사에 유리한 부분만 골라 보도하는 ‘편파적 제목달기’를 동원해 언론개혁 흐름을 좌절시키려는 조선, 동아, 중앙 등 이른바 ‘신문 빅3’의 세무조사 저항은 한나라당과의 유착속에서 조직적으로 전개되는 양상을 띠고 있다. 눈길을 끄는 대목은 거대 족벌신문들이 정작 사설 등을 통해서는 세무조사에 대해 아직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은 “국민 대다수가 원하는 언론사 세무조사를 드러내놓고 반대할 명분과 논리가 없자 3개 신문이 야당을 앞세워 언론개혁에 찬물을 끼얹고 있다”며 “차기집권을 고려한 한나라당이 적법한 세무조사를 거부하는 언론사들의 편을 들어주면서 유착을 시도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야당쪽 주장만을 부각시키는 편집기술을 통해 여론조작을 꾀하면서 자사의 입장을 드러내고 있다는 것이다. 한나라당의 입장은 지난 6일 이회창 총재가 국회 연설에서 “언론사 세무조사는 정당성을 결여한 언론탄압”이라고 규정하고 “한나라당은 압박받는 언론이 있다면 항상 같이 싸울 것”이라고 밝힌 데서 명백히 드러난다. 이에 대해 언론개혁시민연대는 “정당한 세무조사를 정쟁의 도구로 삼는 한나라당의 태도는 언론자유를 위한 충정이 아니라 특정언론사를 비호하려는 정략적 성격이 짙다”고 지적했다. 세무조사 당사자인 족벌신문들은 기득권 유지를 위해 정치권의 발언을 정략적으로 이용하고, 한나라당 또한 신문시장에서 70% 가까이 점유하고 있는 일부 족벌언론과 손잡고 언론개혁을 후퇴시키고 있다는 것이다. 양쪽의 정략적 이해관계가 맞아떨어지는 지점에서 언론개혁에 대한 조직적 반발이 일고 있는 셈이다.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성유보 이사장은 “세무조사는 그동안 국세청이 언론을 치외법권화시켜주면서 직무 유기한 부분을 뒤늦게나마 바로잡는 것에 불과하다”며 “언론개혁의 의지가 없다면 언론사가 탈세를 일삼아도 내버려둬야 한다는 것이냐”고 반박했다. 족벌언론들이 코에 걸면 코걸이, 귀에 걸면 귀걸이 식으로 엉뚱한 논리를 펴고 있다는 것이다. 언개련 김영호 신문특위위원장도 “언론개혁의 시기는 따로 있을 수 없다”며 “언론개혁은 ‘격동적인 계기’가 있지 않으면 제대로 될 수 없으며 지금은 개혁의 출발점”이라고 말했다.
언론사 탈세까지도 내버려두란 말인가
조세정의를 주장해온 신문사들이 합법적인 세무조사를 언론통제 음모라고 주장하는 것은 이율배반이라는 지적도 나온다. <동아일보>는 지난 99년 10월 홍석현 중앙일보 사장 탈세사건 당시 사설에서 “진정 ‘언론개혁’을 위해서라도 차제에 일괄 세무조사를 실시해 들춰낼 것이 있으면 들춰내고 책임을 물을 것이 있다면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는 이번 세무조사에 대한 동아일보의 논조를 볼 때 이해하기 어렵다. 이를 두고 김서중 교수(성공회대)는 “신문사별 이해관계 때문”이라며 “경쟁사가 당하는 건 좋은데, 지금은 조중동이 다같이 언론개혁을 방어하겠다는 것”이라고 풀이했다. 조선, 동아, 중앙 등 3사는 공정위가 불공정거래행위를 조사하겠다고 발표한 지난 7일 이후 비난의 강도를 더욱 높이고 있다. 이는 세무조사보다 신문판매시장에서의 불공정거래행위 단속이 조중동 3사의 여론독과점체제에 대한 더욱 직접적인 칼날로 받아들여지기 때문이란 시각이 지배적이다. 이와 관련해 한 중앙일간지 기자는 “조중동은 세무조사보다 공정위 조사에 더 신경을 쓸 것”이라며 “공정위 조사에서 그동안 조중동의 무가지 살포와 경품제공 등 자본력을 앞세운 독과점 실상이 적나라하게 드러날 공산이 크다”고 내다봤다. 신문지면을 통해 조중동 3사가 언론개혁을 발목잡고 있는 가운데, 언론사 조사를 둘러싼 조중동 내부 경영진과 평기자들의 인식은 서로 겹치기도 하고 다소 엇갈리기도 하는 등 복잡한 모습을 띠고 있다. 조선일보 사장실 관계자는 “국세청 판단으로 세무조사를 하는 것이고 우리는 조사를 받는 상황이란 사실 외에는 더 말할 게 없다”며 “조선일보의 입장은 신문지면을 통해 다 나오고 있지 않느냐”고 잘라 말했다. 조선일보 노조 역시 “이번 세무조사가 이름 그대로 진정한 세무조사인지 의문”이라며 “여러 가지 정치적으로 얽힌 게 많기 때문에 행정적 차원의 세무조사와는 많은 차이가 있다고 생각한다”며 음모론을 옹호하는 논리를 폈다. 그러나 동아일보 노조 관계자는 “세무조사가 법적으로는 문제없다고 보지만, 정치적 의도가 반영된 것은 경계해야 한다”며 “신문사가 탈세의 온상으로 비쳐지고 있는데 이번 조사가 그런 오해를 불식시키는 계기가 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와 달리 또다른 동아일보 관계자는 “동아일보가 세무조사를 안 받겠다거나 받기 싫다고 말한 적도 없다”며 “형식은 전 언론사를 대상으로 하지만 조사기관의 주체적인 의지가 결과에 큰 차이를 가져올 수 있다”고 말했다. 특정 언론사를 겨냥하고 조사가 이뤄지고 있다는 인식을 내비친 셈이다. 중앙일보쪽은 “특별히 언급할 필요를 느끼지 않는다”며 “진행되는 것을 우리는 지켜볼 뿐”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중앙일보 한 기자는 “중앙일보는 과거 홍 사장의 구속을 한번 겪어서 그런지 이번에 또 당하겠느냐는 생각들을 갖고 있다”며 “홍 사장 구속 이후 나름대로 세무를 투명하게 처리하고 대비해온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들은 지금 국민의 공분을 바라는가
김 대통령의 언론개혁 발언에 이은 국세청, 공정위의 언론사 조사로 달궈지고 있는 언론개혁국면은 조중동 3사의 반격으로 새로운 양상을 맞고 있다. 하지만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의 성명은 조중동의 언론개혁 저항이 ‘되로 주고 말로 받는’ 결과를 낳을 수 있음을 보여준다. “언론 자유는 ‘언론사의 특별한 자유’가 아니다. 일부 족벌신문들은 자신에게 유리한 기사는 크게 확대하고, 불리한 기사는 축소하거나 아예 빼버리는 등 편파적 태도를 보여왔다. 언론사 조사를 보는 지금의 논조도 그렇다. 그러나 이것이 결국엔 국민들로부터 더 큰 불신을 초래할 것임을 자각해야 한다.” 조계완 기자 kyewa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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