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선택’에 쏟아진 집중포화

<선택>에서 직접 거명되다시피 비난의 대상이 되었던 이경자·공지영씨가 문학 외적인 대응을 삼가고 있는 반면, 다른 여성들과, 남성을 포함한 평 론가들은 이 작품에 대해 집중포화식의 공격을 퍼붓고 있다. 간행물윤리 위원회라는 단체에서, 아마도 소설이 찬미하는 현모양처 이데올로기를 산 탓이겠지만, 이 작품을 청소년권장도서로 선정했고, 교보문고의 5월 셋째 주 베스트셀러 집계에서 이 소설이 종합 4위를 차지하고 있는 사실(<선택 >보다 한달여 뒤에 나온 <착한 여자>는 종합 10위로 맹추격중이어서 두 작가·소설 사이의 싸움은 서점가로 옮겨간 느낌이다)을 상기한다면, 이 같은 일방적 비판은 놀라울 정도이다.

우선, 문단 내의 반응을 살펴보자. <선택>에 대한 거의 유일하게 긍정적 인 언급은 이 책을 출판한 민음사에서 내는 계간 <세계의 문학> 여름호에 서 찾을 수 있다. 서울대 권영민 교수(국문학)는 ‘개인적 운명 또는 삶 의 선택’이라는 제목의 이 평론에서 이 작품이 “혼돈상태에 빠져버린 우리 문화에 대한 자기 비판적인 성찰을 제기하고 있”다고 평가한다.

이에 반해, 같은 민음사에서 나오는 계간 <포에티카>에 실린 인하대 최원 식 교수(국문학)의 글은 좀더 신랄하다. ‘중세와 자본의 제휴’라는 제 목의 글에서 최 교수는 <선택>의 주인공인 장씨 부인의 삶을 페미니즘의 관점에서 적극 평가하면서 작가 이문열씨가 그 삶을 의도적으로 왜곡했다 는 독특한 관점을 내비친다. 최 교수에 따르면 <선택>은 “영남 남인의 양반 남성 당파성을 철저하게 관철한 작품”이며, 여성들로 하여금 집으 로 돌아가라고 외치는 이 작품의 메시지는 “불황기 자본의 요구를 대변 ”하는 것이다.

젊은 남성 평론가 김경수씨 역시 계간 <동서문학>에 실린 서평에서 “작 가 자신의 이데올로기가 이전의 몇 작품에서보다 더욱 과도하게 생소재로 서의 이야기에 간섭했다”지적하고 있으며, 심지어는 같은 영남 출신의 보수적 평론가 이동하 교수(서울시립대·국문학)조차도 시론집 <한 문학 평론가의 역사 읽기>에서 같은 취지의 비판을 제기하고 있다.

&l일본은 없다>의 저자 전여옥씨는 <선택>의 주인공 장씨 부인을 ‘매춘부 ’라 지칭하며 작가의 이데올로기에 맞섰다. 이에 대해 작가는 고인에 대 한 명예훼손이라며 발끈하고 있지만, 여성의 섹스와 노동을 남성의 경제 와 교환하는 전통적인 방식의 결혼생활이 합법적인 매춘이라 다름없다는 것은 18세기 이래 여성운동계의‘상식’이었다.

최근에는 페미니즘 문화 계간지를 표방하고 나선 <IF>에서 편집위원인 류 숙렬(<문화일보> 기자)씨가 송기원씨의 소설 <여자에 관한 명상>과 김원 우씨의 소설 <모노가미의 새 얼굴> 등과 함께 <선택>을 강도높게 비판하 고 있다. 류씨의 비판의 요지는 <선택>이 어머니로서의 여성만을 인정할 뿐 독립적 인격체로서의 여성은 부정한다는 것이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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