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커스
1997년06월05일 제 160호 한겨레21

이동통신 전쟁, 소비자는 즐겁다

(사진/이동전화 대중화 시대. 고객을 붙잡기 위한 업계의 경쟁이 춘추시대에서 전국시대로 넘어가고 있다. )

 “지금까지가 춘추시대였다면, 이제부터는 전국시대다.” 휴대폰, 시티 폰, 개인휴대통신(PCS)으로 크게 삼분된 이동전화업계의 치열한 시장쟁탈 전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가 던지는 관전평은 이렇다.


휴대폰업계 “가입자를 선점하라”

엘지텔레콤, 한솔PCS, 한통프리텔 등 PCS 3사는 최근 휴대폰에 비해 PCS 의 장점을 부각시키는 공동광고를 일간지에 일제히 내면서 이동통신시장 전쟁에 다시 불을 당겼다. 한솔PCS가 5월초 독자적인 광고를 내면서 한때 삐긋하는 듯했던 연합전선을 재가동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들 업체는 특 히 5월 중순, 휴대폰의 통화완료율을 슬쩍 언론에 흘린 한솔의 돌출행동 으로 서로 감정싸움까지 벌이던 것에서 태도를 싹 바꿔 상호비방도 일절 자제하고 있다. 휴대폰업계에 맞서 잠재고객을 붙잡아놓아야 한다는 데서 는 어차피 한배를 타고 있는 까닭이다.

먼저 선전포고를 하고 나선 쪽은 물론 휴대폰업계였다. SK텔레콤과 신세 기통신이 지난 4월부터 단말기가격을 최저 18만5천원까지 대폭 낮추고, 단말기가격은 물론 가입보증금도 분할납부토록 하는 파격적인 조건으로 대대적인 판촉활동에 나선 것이다. 이런 할인전략에 힘입어 SK텔레콤은 올 들어 5월23일까지 46만명의 가입자를 새로 확보해, 누적가입자수를 3 백45만9천여명으로 크게 늘리는 성과를 거뒀다. SK텔레콤은 특히 5월에만 23일까지 9만2천명의 신규가입자를 확보해 이동전화업계의 패자(覇者)임 을 과시했다. 신세기통신도 4월 한달 동안만 5만5천여명, 5월에도 21일까 지 6만6천여명의 신규가입자를 확보했다. 신세기통신은 이로써 지난 연말 까지 29만여명에 불과하던 가입자수를 5월21일 현재 52만5천명으로 두배 가까이 늘렸다며 행복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휴대폰업계가 단말기가격의 일부를 보조하는 출혈을 감수하면서까지 이같 은 할인전략을 쓰는 것은 지금 가입자를 선점하는 것이 나중에 어떤 전략 을 쓰는 것보다 더 유리하다고 판단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휴대폰에 가입한 사람들은 1년 동안의 의무사용 기간을 둔 데다, PCS가 품질이나 가격면에서 조금 뛰어나더라도 새로 단말기를 구입하는 데 드는 비용과 전화번호 변경에 따른 불편을 감안하면 서비스를 쉽게 바꾸지는 못할 것 이라는 계산이다. 신세기통신 관계자는 “여론조사 결과 소비자들은 통화 요금이 17~20% 정도의 차이는 나야 기존의 서비스를 바꾸게 될 것으로 나 타났다”며 “휴대폰에 비해 10초당 4원 정도 쌀 것으로 전망되는 PCS가 요금경쟁에서 우위에 서지는 못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 3월20일부터 뒤늦게 서비스에 들어간 시티폰업계도 발걸음이 분주하 기는 마찬가지다. 기존의 휴대폰과 싸워야 하는데다, PCS가 선을 보이기 전에 최대한 가입자를 확보해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시티폰업계는 처음부 터 대폭적인 할인판매를 단행하는 등 판촉에 열을 올리면서, 한편으로 ` ‘시티폰’을 알리는 공동광고도 계속 내보내고 있다. 이런 전략으로, 서 울과 수도권 등 일부지역에서만 서비스가 가능한 한계에도 시티폰업계는 서비스개시 두달 만에 수도권에서만 2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확보했다. 시티폰업계는 5월부터 부산, 대구, 인천과 수도권 위성도시에서도 서비스 에 들어간 데 이어, 6월과 7월 다른 중소도시로 잇따라 서비스지역이 확 대되면 올해 목표 60만명을 넘어 1백만 가입자 돌파도 무난할 것으로 낙 관하고 있다. 그러나 비용이 매우 적게 든다는 이점에도 불구하고 빠른 속도로 이동할 때는 통화가 않되고, 아직은 통화완료율이 크게 떨어지는 점 때문에 시티폰업계는 앞으로 얼마나 더 지속적인 성장이 가능할지 불 안해 하고 있다.


PCS업계 “품질에선 우리가 최고”

그러나 누구보다 초조해하고 있는 쪽은 역시 PCS사업자들이다. 휴대폰업 계에 빠른 속도로 잠재고객을 빼앗기고 있기 때문이다. PCS업계는 이에 따라 우선 서비스시기를 앞당기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엘지텔레 콤과 한솔PCS는 당초 10~11월로 계획했던 시범서비스를 이르면 8월 초로 앞당기고, 7월부터 예약도 받을 방침이다. 한통프리텔도 9~10월을 목표로 삼고 있지만, 다른 업체가 시범서비스를 먼저 시작할 경우 결코 뒤처질 수는 없다고 밝히고 있다.

이와 함께 PCS업체들은 기존의 휴대폰보다는 통화품질이 크게 뛰어날 것 이라는 점을 집중홍보하며 잠재고객들에게 “기다려달라”는 설득전략에 나서고 있다. 주파수가 8백MHz대역인 휴대폰에 비해 1.7~1.8GHz대인 PCS 가 전파의 직진성이 높아 도심지에서 깨끗한 통화품질 유지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휴대폰의 통화품질이 떨어지는 약점을 찌르는 것이다. 휴대폰업 계는 이에 대해 PCS의 통화품질이 이론적으로는 더 나을 수 있다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8백MHz가 이동전화에는 오히려 최적의 주파수대역이라며 맞대응하고 있다. 고주파전파의 직진성 때문에 PCS는 기지국을 많이 세워 야 하고, 이로 인해 셀반경이 좁아져 통화단절률이 더 높으리라는 것이다 . PCS업체들은 휴대폰업계의 이런 주장에 코웃음을 치면서 “품질면에서 는 우리를 따라올 수 없다. 상용서비스를 시작하면 잠재고객은 우리편이 될 것”이라고 장담한다.

PCS업체들은 그러나 어차피 후발주자인만큼 서비스 체제를 완벽하게 갖춘 뒤 상용서비스를 시작해야 할 형편인데도, 본격적인 상용서비스개시 시기 가 언제가 될지는 섣불리 장담하지 못하고 있다. 더욱이 한통프리텔과 한 솔PCS의 경우는 지난 4월 파워앰프용 반도체칩을 생산하는 모토롤라의 말 레이시아 공장에 불이 나는 바람에 지방 기지국에 필요한 파워앰프 공급 에도 부분적인 차질을 빚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휴대폰업계는 “PCS업 체들이 이르면 11월이나 내년 초부터 상용서비스에 들어간다는 계획이지 만, 전국적인 서비스는 앞으로도 1년 이상 걸릴 것”이라며 은근히 이를 즐기는 분위기다.


‘할인판매’싸고 SK텔레콤·신세기 이견

그러나 이런 시장쟁탈전도 아직까지는 서곡에 불과했다는 게 업계의 대체 적인 관측이다. 지금까지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체들이 공동이익을 지키기 위해 연합전선을 펴왔지만, 앞으로는 같은 서비스를 제공하는 업 체들 사이에도 경쟁이 더욱 치열해질 것이기 때문이다. 당장 휴대폰업계 는 할인판매를 계속할 것인가를 놓고 의견이 서로 엇갈리고 있다. SK텔레 콤은 “진입장벽을 크게 낮춰 신규가입자는 늘렸지만 그만큼 불량가입자 도 늘어날 우려가 크다”며 “5월 말로 끝나는 할인판매를 더 연장할 계 획은 없다”고 밝혔다. 그러나 후발주자인 신세기통신은 연말까지 누적가 입자 1백30만명을 목표로 형태를 조금 바꾸더라도 앞으로도 할인판매를 계속할 방침이다. 한편 시티폰업계는 올 5월 말로 공동광고를 끝내기로 했고 PCS업계도 7월부터는 각자 독자적인 광고를 낼 예정이다. 이제 본격 적인 각개약진을 시작하는 것이다. 경쟁이 치열할수록 손해볼 게 없는 소 비자들로서는 이들의 싸움을 좀더 구경해보는 것도 재미있을 것 같다.

정남구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6월05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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