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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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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김현철과 한보, 대선자금의 수렁에서 벗어날 깜짝카드는 과연 존재할까? 아들이 검찰에 소환되던 5월15일 세종대왕 탄신 6백돌 행사에 참석한 김 대통령.)
김현철씨가 구속된 5월17일 청와대는 결연했다.
“부정부패를 단죄하는 데 성역이 있을 수 없다는 평소 김 대통령의 굳은 의지가 반영된 것이며 김 대통령은 앞으로도 부정과 비리에 대해서는 관 련자의 신분과 지위를 막론하고 법에 따라 엄격하고 단호하게 처단할 것 이다.” 윤여준 청와대 대변인의 이날 논평은 부정부패에 대한 선전포고 문 같았다.
서슬퍼런 성명 뒤의 비참함
그러나 문맥이 칼날을 바짝 세우고 있다해도 현실의 `비참함'을 덮을 수 는 없었다. 특히 김 대통령과 차남 현철씨의 `특수관계'를 너무나 잘 아 는 청와대 관계자들의 표정에는 무력감이 짙게 배어났다. 김 대통령 일가 의 부자간 정이 남다르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아들 구속을 바라보는 아버 지의 심정을 느낄 수 있었기 때문일 것이다.
이제 김 대통령이 나아갈 길은 무엇일까. 그는 일단 김현철씨와 대선자금 으로 인한 궁지에서 벗어나기 위해 또 다른 ‘사죄’와 ‘퇴임후 책임 약 속’을 내놨다. 이런 읍소가 과연 자신의 어깨를 짓누르던 멍에를 벗겨줄 지는 미지수다. 야당쪽은 이미 ‘미흡’과 함께 보다 강화된 공세를 다짐 했다. 그로서도 보다 강도 높은 대응 조처가 필요한 것이다.
이와 관련해 일부에서는 일정한 시점에 ‘신한국당 탈당과 중립내각 구성 ’에 전격적으로 나설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야당으로부터의 공격을 차 단하고 남은 임기를 편안하게 보내기 위해서는 노태우 전 대통령의 전철 을 밟을 수 밖에 없으리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당장 내놓을 수 있는 카 드는 아니다. 차기 후보에 대한 문제가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는 ‘무책 임하다’는 비판 때문이다. 따라서 전당대회에서 신한국당 후보가 선출 된 뒤에나 가능해 보인다. 극소수이긴 하지만 전당대회 자리에서 총재직 사퇴와 함께 탈당을 선언할 지도 모른다는 관측도 있긴 하다.
이밖에 다른 `깜짝 카드'는 더이상 남아있지도 않다. 신한국당의 한 초 선의원은 “김 대통령이 힘이 빠져 반전을 꾀할 여력이 없는 상태”라며 “국민들이 대통령의 존재를 제발 잊어주기만을 바랄 것”이라고 말했다. 깜짝 카드도 힘이 있을 때 사용하는 것이지 지금처럼 `식물인간' 상태 에서는 더이상 무엇을 추진할 수 없다는 것이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도 “지금은 형해화된 권력만 남은 상태”라고 표현했다.
때문에 그는 당분간 고비용 정치구조의 개편 등 일정한 의제를 주도하고 금융개혁 등 일부 개혁과제 등에 대한 마무리하는데 힘을 쏟을 것이라는 게 일반적인 관측이다. 아울러 정치적으로는 여당의 정치일정을 조기에 확정하므로써 국면을 대선정국으로 전환시켜 국민들의 시선이 옮겨가길 기대할 것으로 보인다.
“평범한 일상 챙기기 나설 것”
박범진 총재비서실장은 “현철씨 구속 이후 야당의 전당대회 개최와 여당 의 본격적인 경선전 돌입으로 이제 한보 정국이 정상적인 일상 정국으로 바뀌지 않겠느냐”면서 “김 대통령은 현재 남은 임기의 원활한 마무리 작업과 경제회생에만 관심이 있을 뿐”이라고 말했다. 김용태 비서실장과 강인섭 정무수석 등 대통령을 보좌하는 청와대 비서진들도 마찬가지의 시 각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이들 조처는 김현철, 한보, 대선자금의 수렁에서 그를 빼내지는 못하리라는 것은 자명하다. 야당은 대선 자금의 총액과 출처를 밝히지 않 는 한 그에게 쳐놓은 그물을 벗겨내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하고 있다 .
이에따라 김 대통령이 당장 현실적으로 취할 수 있는 방안은 각종 개혁조 처를 강력히 주도하므로써 야당의 정치적 공세를 비껴가는 수 밖에 없어 보인다. 이와 함께 정치자금법이나 통합선거법 등의 개정작업에 야당의 입장을 적극 반영해 야당의 공세를 희석시키는 방안도 여기에 포함될 전 망이다.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