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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커스 |
1997년05월29일 제 159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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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국혼란의 진원이었던 김현철씨의 구속로 정국은 수습의 계기를 잡을 것 인가 아니면 오히려 정국혼란의 새로운 시작이 될 것인가. 정치권은 여전 히 짙은 안개 속이다.
정부여당은 김씨를 구속했으니 캄캄하고 기나긴 한보터널에서 벗어나 새 로운 출발을 할 것으로 잔뜩 기대하고 있다. 이제는 약간 불만이 있더라 도 국민들도 이 정도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한다며 하소연하고 있다.
“한보 몸통은 김 대통령, 받은 돈 공개해야”
이를 위해 신한국당은 대선경선일정을 조기에 확정함으로써 국민들의 관 심을 김현철파문에서 대선국면으로 돌리기 위해 안간힘 쓰고 있다. 이회 창 신한국당 대표도 김씨 구속직후 “정치일정을 제시해 예측가능한 정치 를 보이겠다”며 미로 탈출을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야당은 야속하게도 정부여당의 기대와 반대 방향으로 가고 있다. `‘여당 마음대로 되지는 않을 것’이라는 게 야당의 응답이다. 심지어 야당 일각에서는 김씨의 국정농단과 92년 대선자금 문제를 걸어 김 대통 령 하야론을 제기할 태세다. 물론 당장 하야론이 전면에 등장할 가능성은 적다. 그러나 정국 상황에 따라 언제든 터질 수 있도록 안전핀이 풀려있 는 상태다.
야당의 이런 공세적 입장에는 대선전략과 밀접하게 맞물려 있지만 그것을 순전히 당리당략으로 밀쳐버릴 수 없는 몇가지 이유가 있다. 검찰이 나름 의 한계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고는 하지만 대선자금 잔여분이나 한보의 몸통 문제 따위에 대해서는 아직 선명한 윤곽을 그려내지 못했다. 김현철 파문을 오로지 김씨 문제로 국한시키고 정권 차원의 뇌관은 회피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힘든 것이다.
‘김씨 구속 이후’에 대한 여야의 현격한 시각차는 각 당의 논평에서 그 대로 드러났다. 신한국당은 “우리가 과거에만 매달리는 동안 세계는 성 큼 앞서가고 있다”며 파문의 종결을 호소했다. 더이상 소모적인 정쟁을 하지 말자는 뜻이다.
그러나 국민회의와 자민련은 `김씨의 구속은 ‘끝이 아니라 시작’이라며 김씨 문제에 대한 공세를 늦추지 않을 것임을 분명히 했다. 김영삼 대통 령의 절절한 사죄와 퇴임후 책임지겠다는 약속 역시 미흡하기 짝이 없다. 때문에 이제부터 주타겟을 김영삼 대통령으로 바꿔 대공세를 펼치겠다는 의지만 다지고 있다.
국민회의는 지난 5월17일 간부간담회에서 “현철씨를 구속한다고 해서 김 영삼 대통령이 한보의 몸통이라는 사실을 피해갈 수는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김 대통령을 한보 몸통으로 지목한 것은 야권의 앞으로 공세 방 향을 잘 보여준다. 야당 일각에서는 심지어 현철씨를 김 대통령을 위한 ‘희생양’이라고까지 말하기도 한다. 김 대통령이 아들을 희생양 삼아 정치적 위기에서 벗어나려 한다는 것이다.
진상요구와 함께 대통령의 책임있는 실천적 조처를 주장하는 야당의 요구 에는 그것이 원칙이라는 차원을 넘어 정략의 냄새가 다분하다.
국민회의는 현재 정국수습의 전제조건으로 최소한 대선자금 중 노태우씨 로부터 받은 돈과 한보로부터 받은 돈은 공개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김 대통령이 이 부분에 대한 진실을 밝힌 뒤 국민 앞에 사죄하는 절차를 밟아야 야당으로서도 국민들에게 이를 수용하도록 설득할 명분이 있다는 논리다. 김 대통령이 취해야 할 사죄의 실천적 조처는 바로 신한국당 탈 당과 거국중립내각 수용이다. 국민회의 박지원 기획조정실장은 “김 대통 령이 정권재창출 기도를 포기하고 대선을 공정하게 치르겠다는 구체적인 움직임을 보여주지 않는 한 정국수습은 기대할 수 없다”고 말했다.
김 대통령 하야 주장도 꿈틀
자민련 역시 대선자금의 전모를 공개하지 않은 상황에서는 정부여당의 정 국운영방식에 절대 협조할 수 없다는 강경자세를 굽히지 않고 있다. 김용 환 사무총장은 “연내 내각제 개헌만이 정국수습의 올바른 길이라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고 말했다. 내각제 개헌 이외에는 달리 탈출구가 없어 보 이는 자민련은 자신의 정략을 드러내는데 주저하지 않을 정도로 절박한 셈이다. 실제로 자민련 공세의 강도는 국민회의쪽보다 강하다. 일부 지도 부를 제외하고는 당장 김 대통령 하야 운동에 나서야 되지 않겠느냐는 것 이다.
사실 김 대통령은 김현철씨에 대한 검찰의 수사과정에서 드러난 대선자금 잔여금으로 단단히 발목이 잡혀 있는 상황이다. 김씨는 특히 지난해 4월 총선때 여당후보들을 지원한 사실도 밝혀져 새로운 불씨를 제공했다. 현 실적으로 야당의 협조없이 자력으로 김현철 터널에서 빠져나올 힘이 김 대통령에게는 없어 보인다.
그렇다고 마지막 결전을 앞두고 야당의 두김 총재가 아무런 반대급부도 없이 밑져봤자 본전인 현재의 판을 걷을 리는 만무다. 김 대통령의 신한 국당 탈당과 거국내각구성, 그리고 내각제 개헌 문제 등에 대한 일정한 양보를 받지않는 한 공세는 더욱 강화될 수 밖에 없는 셈이다. 그렇다고 김 대통령이 이들 요구를 수용할만큼 입장이 자유롭지도 않다. 퇴임후의 안전을 위해서도 그는 누군가에게 모든 정치적 ‘판돈’을 걸어야 한다. 그런데 각종 조사 결과는 신한국당의 재집권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
결국 정치권은 지금부터 새로운 싸움으로 치달을 가능성이 큰 것이다. 야 당의 입장에서 대선자금과 김현철 문제에는 정치적 시효가 없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29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