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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5월15일 제 15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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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말 그른 데 없고, 어린아이 말 거짓 없다”는 속담이 있다. 경험 에서 나온 노인의 말은 옳은 데가 많고, 세상물정 모르는 어린 아이들의 말은 솔직하다는 얘기다. 그러나 이 말은 참말이 아니다. 아이들의 말이 어른들보다 솔직한 편에 속하긴 하지만, 그들이라고 거짓말을 전혀 안 하 거나 못하는 것은 아니다.
학자들은 아이가 기본적인 말을 배우고, 적정한 인지능력과 상황판단 능 력을 갖추게 되면 거짓말을 시작한다고 지적한다. 가정환경이나 성별, 성 격 등에 따라 개인차가 있긴 하지만, 대체로 만 3~4세 정도면 거짓말을 할 수 있는 능력이 생기는 것이다. 연구결과들은 이 또래의 거짓말이 결 코 실수나 혼동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고, 남을 속이기 위한 분명한 의도 에서 비롯한다는 것을 보여준다.
미국에서 이뤄진 한 실험에서 아이들은 자기가 좋아하는 사람을 처벌받지 않게 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 우선 아이들을 방안에서 놀게 하면서 “ 이 장난감을 절대로 만져서는 안 된다”고 주의를 준다. 그리고는 어른 한명을 들여보내, 그 어른이 일부러 장난감을 깨게 했다. 아이들은 어른 이 장난감을 깼다는 사실을 숨길까, 아니면 솔직하게 말할까.
아이들은 두 그룹으로 나뉘어 있었다. 한 그룹은 장난감을 망가뜨린 어른 을 좋아하는 아이들이었고, 다른 한 그룹은 그 어른을 처음 보는 아이들 이었다. 첫번째 그룹의 아이들은 거의 절반이 “누가 망가뜨렸는지 모르 겠다”“다른 사람이 망가뜨린 것 같다”며 사실을 숨겼다. 하지만 두번 째 그룹의 아이들은 모두 사실대로 말했다.
사람이 언제부터 거짓말을 시작하는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재미있는 연 구가 있다. 세살짜리 남녀 꼬마들을 대상으로 다음과 같은 실험이 이루어 졌다. 아이들을 방으로 데리고 간 뒤, 뒤쪽에 있는 테이블을 보지 못하도 록 의자에 앉힌다. 그리고는 나가면서 “테이블 위에 깜짝 놀랄 만한 장 난감을 두고 가겠다”며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한다. 지금은 장난감을 훔쳐 보아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족쇄와, 나중에 들어와 그 장난감을 갖 고 놀도록 해주겠다는 당근도 함께 제시한다.
실험자가 방을 나갔다가 5분 뒤에 들어와 장난감을 훔쳐봤는지 물어본다. 전체 33명의 어린이 중에서 장난감을 훔쳐본 아이는 29명이었다. 하지만 29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훔쳐본 사실을 부인하거나 응답을 거부했다. 물 론 실험자가 미리 아이들에게 정직하다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 또 거짓 말을 할 경우 어떤 불이익을 받는지 강조했더라면 거짓말을 한 아이들의 숫자는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어쨌든 이런 연구결과들은 이 또래의 아 이들이 어떤 상황에서든 거짓말을 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사회의 발전속도가 빨라지면서, 아이들의 거짓말도 그만큼 빨리 시작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상황판단을 할 수 있는 외부정보들을 그만큼 쉽게, 많이 접할 수 있기 때문이다. 20세기 초만 해도 학자들은 아이들이 7∼8 세가 돼야 거짓말을 한다고 보고했다. 그게 1백년도 채 안 돼 3~4세로 내 려간 것이다.
이용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5월15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