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집 I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한겨레21

외국 광신집단들 UFO 신앙 수용

(사진/라엘리언무브먼트의 창시자. 프랑스인 클로드 보리롱.)

“2001년 마이톤 행성에서 UFO가 온다. 도착지역은 카리브해. 이때 UFO를 타고온 1천명의 마이톤 주민 ‘무온스’는 ‘워 타워’를 건설한다. 이들 은 또 사라진 대륙 아틀란티스의 부활을 도울 것이다. 이때 선택받은 이 들은 무온스의 UFO를 타고 행성 사이를 날아다닐 것이다.”


정치·사회적으로 민감한 지역에 출몰

이것은 미국 샌디에이고에 본부를 둔 ‘우나리우스 아카데미’의 ‘교리 ’다. 이 단체는 자신들이 믿음을 종교가 아니라 과학이라고 말한다. 또 ‘구원’에 이르는 수단으로 ‘육체를 버릴 것’을 강조하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나리우스 아카데미는 지난 3월26일 신도들이 집단자살한 채 발 견된 ‘천국의 문’과 닮았다. 이 둘은 다소의 차이에도 ‘미래의 한 시 기에 인류보다 뛰어난 생물체가 UFO를 타고 와서 인류를 구원할 것’이라 고 주장한다.

전세계적으로 UFO가 구원을 가져다 줄 것이라는 믿음을 설파하는 단체는 이들만이 아니다. <크리스천사이언스모니터> 최근호에 따르면 현재 미국 만 해도 5천개의 광신집단이 있으며 최근 들어 이들 중 상당수가 UFO 신 앙의 양상을 띤다고 보도했다. 시카고의 도로시 마틴을 추종하는 일단의 사람들도 그 한 예다. 마틴은 우주선장 ‘사난다’와 교신을 하는 ‘채널 러’였다. 채널러 마틴은 이미 사망했지만 그 추종자들은 여전히 “사난 다 우주선장이 UFO를 타고와 자신들을 구원해줄 것”이라는 마틴의 주장 을 믿고 있다.

이 밖에 프랑스에서는 4광년 떨어진 한 행성을 다녀온 ‘라엘’의 계시를 따르는 라엘리언무브먼트가 적잖은 추종자들을 거느리고 있다. 라엘리언 무브먼트 회원들은 인간이 고도로 문명이 발달한 우주인들의 유전공학술 로 창조되었다고 주장한다. 이들은 또 UFO는 지구에 낙원을 건설할 우주 인이 타고온 것이라고 한다. 회원들은 우주인을 ‘엘로힘’이라 부르는데 , ‘엘로힘’은 원래 기독교계에서 말하는 하나님의 다른 이름이라고 주 장하고 있다.

또 비록 ‘종교 교리’로까지 발전한 것은 아니지만 UFO가 원초적인 신앙 의 대상이 되고 있는 사례도 여러 곳에서 확인된다. 지난 83년에는 국제 주술가협회에서 멕시코 마법사 안토니오 바스케스는 UFO를 타고올 외계인 을 위해 멕시코에 UFO 착륙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힌 바도 있다. 또 지난 92년 이집트 카이로에서 열린 국제 UFO회의에 모인 사람들은 ‘U FO를 부르는’ 의식을 진행했다. 당시 UFO신봉자들이 이곳을 회의장소로 택한 것은 피라미드의 뛰어난 건축상태로 볼 때 이것이 외계에서 온 우주 인의 솜씨로 만들어진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이렇게 UFO가 점차 종교화하거나 혹은 종교현상화하는 원인으로 전문가들 은 무엇보다 현대사회의 불확실성을 꼽고 있다. 이들 UFO 신앙은 사회가 불안할 때 현대인들이 무속인을 찾는 것과 비슷한 심리현상이라는 것이다 . 실제로 UFO의 발견 횟수 등을 분석한 자료는 이런 가설을 잘 뒷받침해 주고 있다.

UFO 전문가들에 따르면 UFO는 특히 정치 사회적으로 혼란스럽거나 큰 변 동이 있는 지역에 자주 출몰한다. 2차 세계대전 당시에는 독일과 일본 상 공에서 종종 전투기 조종사들에 의해 목격되었으며 전후에는 한창 많은 변화가 일어났던 미국에 집중적으로 출현했다고 한다. 또 지난 80년대 말 에는 옛 소련지역의 UFO 출몰보고가 급격히 늘었다. 당시 소련은 개혁 개 방과 연방해체로 사회적 불안이 높았던 때였다. 이 밖에 90년대 들어와서 는 통합 움직임이 활발한 서유럽지역에 자주 출몰하고 있다는 것이다.


예수의 부활 이야기 표절도

이밖에 이들 UFO 신봉자들의 주장을 가만히 뜯어보면 UFO에 대한 계시가 통상적인 ‘인간의 상상’ 영역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한 것이라는 지적도 있다. 우선 지난 3월말 발생한 ‘천국의 문’도 UFO라는 ‘공상과학소설 적’ 주제에 기독교 교리 등 기존의 다양한 종교적 요소들을 끌어모은 것 이라는 지적이 높다. ‘천국의 문’ 의 지도자 애플화이트는 자신들이 지 구에서 죽임을 당하고 죽은 지 3일만에 빛의 구름인 UFO를 타고 승천할 것이라고 설파했다. UFO가 부활의 매개로 등장하고 있지만 이는 예수 부 활이야기의 ‘표절’로 이해될 수 있다.

외계인과 만나 사람들이나 외계인과 통신을 하는 사람들이 전하는 외계인 메시지의 주류가 가공할 과학기술, 핵전쟁 등 지구의 위험 경고 등 바로 ‘인류의 고민’이라는 점도 역으로 이들이 외계인을 통해 무엇을 얻고자 하는지 엿보게 해주는 대목이다.

한마디로 최근의 UFO신앙은 인간의 창조자로서 신에 대한 믿음이 옅어지 는 데 따른 대체물의 성격이 강하다고 할 수 있다. 즉 ‘미지의 외계인’ 이 신의 자리를 메우고 불안한 인류를 구원할 자로 등장하고 있는 것이다 . 오스트레일리아의 물리학자 폴 데이비스는 이런 관점에서 “UFO숭배는 첨단과학과 미신이 결합한 새로운 신비주의의 한 형태”로 규정하고 있다 .

이런 성격이 가장 잘 드러나는 부분 중 하나가 ‘인터넷에 진출한 UFO신 앙’이다. 지난 3월 집단자살사건을 일으킨 ‘천국의 문’도 인터넷(http ://www.heavensgate.com)을 통해 자신들의 ‘교리’를 전달한 바 있지만, 인터넷의 대표적 검색도구 ‘야후’에서 ‘UFO’를 찾으면 이 밖에도 5백 건 이상의 UFO 사이트를 발견할 수 있다. 그리고 이들 UFO 사이트 중에는 신비주의와 연계돼 있는 곳도 많다. 신비주의는 UFO·부활 등을 매개로 사람들을 끌어들이고 있기 때문이다.

김보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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