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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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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김씨 대좌 이후 김현철씨 문제가 사법적 심판의 대상에서 정치적인 해 법의 대상으로 변질되는 조짐이 구체화되고 있다.
현철씨에 대한 여권의 기류는 “엄청나다”는 표현이 적당할 정도로 큰 변화가 있다. 지난 3월13일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선출과 곧 이은 검찰 수사팀의 교체 때까지만 해도 현철씨의 사법 처리는 기정사실로 받아들이 는 분위기였다. 그러나 1일 영수회담 이후에는 “한보와 관련된 문제가 없는데 무슨 구속이냐, 다른 건으로 구속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정치보복이 다”라고 항변할 정도로 태도가 바뀌었다. 그를 무기로 삼아 ‘김 대통 령 길들이기’에 나서겠다는 이 대표의 태도도 크게 변했다.
여권은 왜 자신만만한가
박관용 신한국당 사무총장은 지난 4월4일 기자간담회에서 여권의 이러한 속마음을 비교적 솔직히 드러냈다. 그는 “현철씨 문제는 한보사건의 `‘ 몸통’이 아니냐는 의혹에서 시작된 것”이라면서 “따라서 다른 문제까 지 들춰내 무조건 김씨를 형사처벌해서는 안 된다는 견해도 없지 않다” 고 말했다. 그는 이어 “현철씨의 인사 개입 문제 등은 국민적인 지탄의 대상은 되지만 형사처벌 대상은 아니라는 의견이 나오고 있다”고도 말했 다.
이런 기류를 반영한듯 청와대 관계자도 “현철씨 처리에 대해서는 여권 내부의 분위기가 대체로 잡힌 것 같다”며 “한보 문제에 대한 검찰의 수 사 결과 혐의가 드러나지 않을 경우에는 구속하기가 어렵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무엇이 여권을 이렇게 `‘용기있고 자신만만하게’ 만들었을까.
물론 현철씨가 한보와 관련해서는 무관하다는 점을 검찰쪽으로부터 확인 했을 것이라고 짐작할 수 있다. 검찰 주변이나 여권 주위에서는 한보에 대한 재수사 이후 2천억 리베이트설 등이 사실무근이며, 현철씨의 관련성 이 확인되지 않는다는 얘기가 줄곧 흘러나왔다. 김기수 검찰총장도 한보 국정조사특위에서 “2천억원설은 근거가 없는 것으로 보인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현철씨 문제는 이미 한보 사건을 뛰어넘어 김 대통령의 임기말을 장식하고 있는 최대의 국정현안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여권의 사건 축소 움직임이 이러한`‘부분적인’ 실체 확인만으로 시도되기는 어렵다. 좀더 고차원의 환경 변화가 필요한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1일의 3당 영수회담을 그러한 고차원적인 환경 변화의 계기 로 꼽는 견해가 적지 않다. 영수회담 결과 합의문과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이 채택됐지만, 김현철씨 문제는 포괄적으로만 언급됐을 뿐 직접적 인 표현은 없었다. 합의문에는 “한보사태는 현재 국회 국정조사와 검찰 조사가 진행중이므로 모든 진상이 철저히 밝혀지도록 한다”고 돼있으며 ‘국민에게 드리는 말씀’에는 “한보사태를 비롯한 현안문제에 대한 국 민들의 의혹을 풀어주어야 한다”고만 표현됐다. 실제로 3인의 회담에서 도 현철씨 문제는 전혀 거론되지 않았다.
“야당도 구린 데가 있어 못 나선다”
이에 대해 당장 여권에서는 야당 총재들이 현철씨 처리에 대해 정치적으 로 양해한 것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는 등 바람을 잡고 나섰다. 신한국당 의 하순봉 대표비서실장은 “아무런 혐의도 확인되지 않을 경우 어떻게 구속할 수 있겠느냐”면서 “경제회복의 걸림돌을 제거하자고 합의한 영 수회담의 분위기가 살아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종웅 기조위원장도 “영수회담에서 현철씨 문제에 대해 포괄적으로 합의한 것 자체는 검찰 수사결과 특별한 것이 없는 것으로 드러날 경우 야당도 불필요한 정치공 세를 하지는 않겠다는 뜻이 아니겠느냐”고 밝혔다. 현철씨를 검찰이 사 법처리를 하지 않더라도 야당이 강하게 반발하지는 않을 것이라는 자신감 이 곳곳에 깔려있다.
여권의 이러한 분석의 바탕에는 야당 총재들 역시 자식 등의 문제에서 자 유롭지 못한 것 아니냐는 계산이 한자락 깔려 있다. 청와대 출신의 한 의 원은 “한보 문제에서 자유로운 정치지도자가 누가 있으며, 자식 문제에 서 자신있는 사람이 과연 있겠느냐”면서 “야당도 현철씨가 구속됐을 경 우 그것이 부메랑으로 자신들에게 돌아올 것을 우려하고 있는 것 아니겠 느냐”고 반문했다. 여권의 한 고위관계자는 “한보 재수사가 시작됐을 때 장기 외유에 나선 국민회의 장아무개 의원의 뒤를 캐보면 거기에 딸린 사람이 누구인지 금방 드러날 것이며, 자민련도 구린 데가 있기는 마찬가 지”라고 말했다. 야당도 캥기는 데가 있어 현철씨 문제를 끝까지 물고늘 어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주장이다.
여당의 이런 ‘흘리기 공세’는 한보사태가 터졌을 때 나왔던 ‘정치권 붕괴론’과 맥을 같이 하는 것으로 특별하달 것이 없다. 다만 그동안 잠 복했던 이 주장이 왜 새삼 힘을 얻게됐는지에 관심은 쏠릴 수 밖에 없다.
야당쪽은 물론 여권의 이러한 `무죄 방면 형식의 ‘현철 해법’에 펄쩍 뛰고 있다. 특히 여권이 야당 총재들의 묵인 가능성을 흘리고 있는 것에 대해 야당 음해공작이라고 발끈하고 있는 것이다.
정동영 국민회의 대변인은 지난 4일 공식 성명을 통해 “김씨를 `‘한보 외의 다른 사건으로 처리할 수 없다는 점을 야당도 양해한 것으로 안다’ 는 일부 보도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것”이라며 “어떠한 경우에도 김씨 행동에 대한 법적용에 예외는 있을 수 없다”고 강조했다. 김대중 총재도 미국 방문길에 앞서 “여야 영수회담을 한 것은 경제를 살리자는 애국 차 원이었는데 일부에서 나쁘게만 해석하는 것은 지나치다”며 불쾌감을 나 타냈다.
국민회의가 `‘예외없는 법적용’이라는 원론적인 입장을 편 데 비해 자 민련은‘의법조치’를 요구하는 등 반발의 세기가 훨씬 강하다. 안택수 대변인은 “김씨 문제는 검찰의 성역없는 철저한 재수사를 통해 의법조치 하는 길만이 국민의 정부불신과 민심이반을 치유할 수 있는 유일한 길” 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러한 표면적인 반발에도 현철씨 처리를 둘러싼 3김간의 정치적 인 묵계의혹은 가시지 않는다. 서로 명시적인 합의나 구체적인 거래를 하 지는 않더라도 정치 9단끼리 상호생존을 위해 남겨놓아야할 마지막 공간 을 남겨놓고 있는 것 아니냐는 것이다. 우선 국민회의 김 총재의 경우 그 가 왜 이 미묘한 시점에 자리를 비우는지 그리고 여권이 거론하는 ‘자식 ’의 문제에 대해 적극 해명을 않는지에 대해서는 여전히 의문이 남는다. 자민련 김 총재의 경우 ‘의법조처’ 주장에는 이에 선행하는 상호협력을 전제로 달고있어 이 주장의 무게를 의심케 한다.
‘수사 지연’의심받는 검찰
그러한 흔적이나 정황은 검찰 수사에 대한 야권의 태도에서 엿볼 수 있다 는 지적이다. 현철씨에 대한 재수사가 시작된 지 한달여 동안 검찰은 나 름대로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였다. ‘통제불능’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였다. 그러나 최근 들어 검찰 지도부의 움직임이 혼란스럽다. 김현철의 확실한 ‘꼬리’로 잡힌 박태중씨에 대한 태도나 당사자인 김씨 에 대한 입장이 분명치 않은 것이다.
특히 현철씨의 경우 검찰이 의도적으로 수사를 늦추고 있다는 의구심이 충분히 제기될 만하다. 검찰은 ‘청문회 결과를 보아가며 처리하겠다’는 듯 그에 대한 수사를 청문회 이후로 미룬 상태다. 국회 청문회 이후 동정 론이 기대되거나 ‘무혐의 주장’이 가능하다는 판단에 기대고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실제로 여권은 이러한 상황을 전제로 현철씨에게 청문회 대책을 지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처럼 산뜻하지 않는 검찰 수사에 대해 야권은 그 흔한 성명서 한장 제 대로 내지 않고 있다. 일반 국민의 선명해 보이는 여권 및 검찰의 의도가 그들 눈에만 보이지 않는걸까.
김종철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