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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 |
1997년04월17일 제 153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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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4월1일 청와대 영수회담. 3김은 어느 한쪽이 쓰러지면 다른쪽도 넘어지는 공동운명체다.)
“여권에 대한 통제력을 회복하라.”
“김 대통령에 대한 압박과 협력을 통해 제휴를 유도하라.”
“화전 양면전술을 통해 양김을 내각제로 견인하라.”
3김 진영에서 나오는 이런 논의는 다음과 같은 결론에 이른다. “이를 위 해선 3김의 주도권을 회복하고 발흥하는 3김청산 세력을 기세를 꺾어야 한다.”
정말 ‘경제를 위해’ 모였을까
“3김씨의 관계야 정말 질기고도 질긴 인연이 아니냐.”
야당의 중진 정치인이 최근 김영삼 대통령과 김대중 국민회의 총재, 김종 필 자민련 총재 사이의 끊으려야 끊을 수 없는 정치적 관계를 빗대 한 말 이다.
여당의 한 의원은 세발 가진 솥이 지탱하는 모양인 `‘정립’(鼎立)이란 말로 3김의 관계를 설명했다. 어느 한쪽이 쓰러지면 다른쪽도 넘어지는 공동운명체라는 것이다.
최근 3김의 움직임과 지난 4월1일 청와대 여야대표 회담은 바로 3김의 이 런 관계에서 설명된다. 청와대회담에는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도 참석했지 만 본질적으로는 3김회담에 다름 아니다.
사실 회담은 과거의 경우와 왠지 다른 느낌을 갖게 한다. 서로에게 얽혀 있는 특별한 정치적 현안도 없다. 과거 같으면 야당 입장에서 집요하게 물고늘어져 항복을 받아낼 사안이 있는데도 야당이 먼저 ‘휴전’을 제의 했다. 그리고 3김청산을 국정지표로까지 삼았던 김 대통령이 일거에 ‘3 김화해’로 돌아섰다.
만남의 주제도 `경제살리기다. 과거 이른바 영수회담의 의제가 될 수 없 는 것이었다. 순수한 ‘행정부 소관’이기 때문이다. 사실 정치 안보 분 야 이외에 ‘순수’ 경제문제만을 위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경제를 주제로 한 이번 만남은 그러나 국민적으로 절실한 요청을 반영한 것일 수 없다. 구체적인 경제회생책이 나오지 않는다 하더라도 3김의 만 남 자체만으로도 국민들에게 경제에 대한 관심을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국민회의 김충조 의원은 “3김의 만남으로 국민들 사이에 팽배한 경제에 대한 불안심리를 줄이게 한 효과가 있다”고 평가했다. 실제로 여야는 3 김 청와대회담 이후 후속조처로 `‘경제대책협의체’를 구성하는 등 경제 살리기에 초당적으로 협력하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런데도 3김의 주류쪽 이외의 다른 정치권은 이번 만남을 액면 그대로 ` ‘경제살리기’로만 보지 않는다. 고도의 정치적 계산이 깔려있는 것으로 보고 있는 것이다. 경제난이라는 명분보다 일정한 정치적인 목적이 우선 된 만남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이를 ‘누이 좋고 매부 좋은 담합’이라고 말한다.
우선 김 대통령의 이해가 있다. 그는 한보사태 이후 여권에 대한 통제력 을 완전히 상실해 가고 있다. 그를 포함해 3김에게 ‘호랑이’라 할 3김 청산 대권주자들에 업혀가는 형국이다. 일각에선 최고의 하극상이라할 ‘ 하야’ 문제를 거론한다. 최소한 벌거벗은 임금꼴의 ‘탈당’을 이야기하 기도 한다. 대통령을 고려장 시키고 그 자리를 새로운 차세대가 차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한때 노태우 대통령의 멱살을 잡고 대권을 쟁취한 그가 똑같은 상황에 처 해있는 것이다. 이 상황에서 그가 선택할 카드와 제휴대상은 누구일까. 신진세력들의 관심은 이 물음으로 그리고 그에 대한 손쉬운 답변으로 모 아진다.
문제는 이런 상황이 김 대통령에게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다. 입술과 이 의 관계인 다른 두김씨도 그런 파국적인 영향권안에 있는 것이다. 우선 여기저기서 터져나오는 경제와 한보, 김현철문제 등 각종 정치적 뇌관들 이 언제 어디서 폭발할지 예측하기 어렵다. 그 책임은 YS에게만 돌아가는 것이 아니다. 3김 공동책임론으로 귀착될 수 밖에 없다.
어느 한쪽이 완전히 망가지면 자신에게도 불통이 튀는 것이 3김 관계이다 . 한쪽이 비틀거리는 정도는 괜찮으나 쓰러질 정도가 되면 이를 부축해야 하는 것이 바로 3김의 운명인 것이다. 김 대통령이 쓰러지면 곧바로 ‘민 주화세력 무능론’과 함께 ‘세대교체론’에 따라 김대중총재에게 부담이 밀려온다. 김종필 총재 역시 양김 무력화의 영향권에서 벗어날 수 없다.
그러나, 오래 갈 수 없는 ‘악수’
청와대회담을 고비로 나타난 3김의 관계는 이에 따라 정국주도권을 잡아 가는 신진세력에 대한 일정 수준의 제동과 함과 주도권 회복, 그리고 각 자 최대한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기 위한 협력과 압박의 관계로 특징지워 진다는데 정치권의 의견은 대체로 일치한다. 그리고 여전히 각자의 지역 적 기반을 유지하고 있는 3김으로서는 충분히 가능한 ‘담합’일 수 있다 .
김대중 총재의 핵심측근도 청와대 경제회담을 제의한 배경에 `‘YS살리기 ’측면이 있음을 부인하지 않았다. 이 측근은 “지금은 물에 빠진 김영삼 대통령을 일단 건져내는 것이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김 대통령이 나중에 김 총재에게 은혜를 갚기보다 원기를 회복해 일격을 가할 가능성도 배제 하지 못하지만 그런 것을 따질 때가 아니다”고 말했다.
김 총재로서는 또한 YS의 몰락과 그로 인한 이회창 신한국당 대표의 득세 못지않게 YS와 김종필 총재 사이의 내각제 거래 가능성도 막아야 했다. 국민회의 한 의원은 “김대중 총재가 경제분야에 대한 관심을 통해 자신 의 이미지도 높이면서 신한국당과 자민련 내부 사정까지도 내다보고 청와 대회담을 제의한 것으로 봐야 하지 않느냐”고 반문했다.
일부에서는 김대중 총재가 한보사건과 김현철문제에 대한 담합을 통해 앞 으로 나타날 `‘황장엽파문’을 최소화하려 했던 것이 아니냐는 시각도 있다.
김종필 자민련 총재는 썩 마음에 드는 것은 아니나 3김구도에서 벗어날 수 있는 입장도 아니다. 김종필 총재는 청와대회담에서 김대중 총재가 경 제를 주요 메뉴로 다루려고 하자 내각제의 젓가락를 하나 더 얹는 것으로 위안을 삼고 있는 것처럼 비춰질 수 있다. 그러나 그 역시 협력과 압박의 메세지를 분명히 하고 현 정국의 3기둥 가운데 하나임을 분명히 한 점에 서는 일정 수준의 이해를 관철했던 것으로 평가된다.
폭발적 뇌관들 줄지어 서 있어
3김의 이처럼 애매한 연대를 불안하게 하는 요소는 여기저기 도사리고 있 다. 검찰의 수사방향과 대선자금문제, 김현철문제, 황장엽리스트 등 폭발 적인 뇌관들이 3김 앞에 줄지어 서 있다. 이들 사안들은 워낙 민감하고 폭발력이 있어 3김이 통제하기는 쉽지 않다는 점이다.
검찰이 한보와 관련된 여야 정치인들에 대한 무차별적인 수사를 진행하는 경우 정국은 급속히 냉각되면서 3김은 서로 살아남기 위해 혈투를 벌여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김현철이 구속되는 경우에도 김영삼 대통령 이 `‘이판사판’의 심정으로 갈 수도 있다. 대선자금은 김영삼 대통령뿐 아니라 김대중 총재 등 3김에게도 치명상을 줄 수 있다. JP는 내각제가 가능성이 엷어질 경우 YS에 대한 공격 강도를 높이게 될 것이다.
일단 일선검찰은 수뇌부의 지침과 무관하게 자신의 일정대로 수사를 진행 하는 듯하다. 3김회담 이후 급격히 유화국면으로 우회하는 정치권의 한보 및 김현철 수사에 대해 몹시 분개하기도 한다. 이런 담합을 깨기 위해서 도 ‘정태수리스트’를 공개해야 한다는 실무자들의 목소리도 높아진다.
담합을 통해 주도권을 유지하고 유리한 고지를 선점하느냐 아니면 정석으 로 신진들의 공세를 돌파하느냐 3김은 조만간 선택해야할 듯하다.
김성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4월17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