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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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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안토니아스 라인)
지난해 가능성을 보여줬던 예술영화들이 신년 벽두 할리우드영화의 강풍 속에서도 새해 출정을 준비하고 있다. ‘예술영화’라는 개념 자체가 모 호하긴 하지만 ‘예술영화’ 문패를 붙인 영화들을 미리 한번 시사해 보 자.
1월11일 개봉하는 <안토니아스 라인>(Antonia’s Line)은 보기 드문 네덜 란드 영화로 96년 아카데미 최우수 외국어작품상을 수상한 작품이다. 제2 차 세계대전이 끝난 뒤의 네덜란드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딸들로 이어 지는 안토니아 가문 여인들의 이야기다. 여장부 안토니아가 농장을 꾸려 나가고 자식을 키우면서 겪는 삶의 여정들이 북구의 목가적 풍경을 배경 으로 이어진다. 여성의 시각으로 세상을 바라본 영화이긴 하나 ‘남성에 피해를 당하는 여성’이라는 2분법적인 기존 페미니즘영화의 도식을 따르 진 않는다. 바가지를 긁어대는 것 같은 천박한 페미니즘영화와는 달리 성 숙한 작품의식이 돋보인다. 영화는 안토니아 가문과 대비되는 단의 가문 을 통해 남자들이 만든 세상의 종말을 예고한다. 그리고 더 넓은 가슴으 로 세상을 보듬어 안는 여성다움이 조율하는 세상에 대한 기대를 담고 있 다. 영화에서 여성은 조화로운 지적 인간이며 남성은 그들 인생에서 하나 의 옵션일 뿐이다.
아이를 갖기 위해 모녀가 씨내리(?)감을 찾아 나서고 여성 동성애를 통해 새로운 사랑방식을 찾고 생명력에 대한 희열로 사제복을 벗어던지고 열명 이 넘는 아이를 낳는 신부 등 생명의 탄생과 사랑, 삶, 죽음에 걸친 인생 이야기로 깊이 있는 철학 에세이처럼 관객을 골똘하게 만든다. 하지만 때 론 만화 같고 때론 동화 같은 유쾌한 영화다.
인생과 사랑에 대해 또하나의 영화적 재미를 던져주는 작품으로 1월25일 개봉하는 61년 프랑스 흑백영화 <쥴 앤 짐>(Jules and Jim)이 있다. 프랑 스 누벨바그를 이끈 프랑수아 트뤼포 감독의 작품 중 처음으로 국내에 소 개되는 영화다(누벨바그: 50년대 후반 프랑스에서 나타난 일련의 새로운 영화들. 사르트르의 실존주의 철학 영향을 받았으며 기존의 획일적 영화 방식을 부정하고 문학이나 음악처럼 자유로운 표현양식을 주장했다).
제1차 세계대전 직전부터 20여년간을 시대배경으로 한 이 영화는 사랑과 우정, 인생에 대한 하나의 예시를 들고 있다. 한 여자, 독일인과 프랑스 인 두 남자, 우정과 사랑, 여기에 전쟁. 자못 신파조 같을 법한 이야기가 작가의 무한한 상상력과 인생을 보는 독특하고 깊이 있는 시각 때문에 영 화미학적 극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을 받고 있다. 그리스 여신처럼 아름 답고 불꽃 같은 정열을 지닌 카트린과 감성적이고 고독한 쥴과 짐 등 젊 은 청년 3명이 1920년대의 파리에서 함께 어우러지는 장면을 보다 보면 관객은 저도 모르게 “사랑이란 뭘까”하는 유치한(?) 젊은 날의 상념과 낭만 속으로 던져진다. 남자들보다 여자들이 보면 더욱 즐거운 영화다(?) .
예술영화에 애니메이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 영화도 이들 뒤에 서 있다. 오는 2월1일 개봉예정인 영국영화 <월레스 앤 그로밋>(Wallace & Gromit) 은 아카데미 최우수 애니메이션 부문 수상작(94, 96년)으로 90, 94, 96년 각각 만들어진 3부작을 하나로 묶었다. 클레이(점토) 애니메이터 닉 파크 가 감독한 3차원 애니메이션 걸작으로 전세계적 흥행에도 대성공을 거뒀 다. 엉성한 대머리 발명가 월레스와 충직하고 사랑스런 애견 그로밋이 펼 쳐가는 모험과 액션의 판타지를 그린 가족영화로 따뜻한 감동이 있다.
이외에도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로 국내관객들로 하여금 “영화란 이 럴 수도 있구나”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했던 이란의 키아로스타미가 5월 께 <올리브 나무 사이로>(Through the Olive Trees, 90년)로 국내관객들 을 다시 찾을 예정이다. 한편의 다큐멘터리와도 같은 이 영화는 영화를 촬영하는 배우들간에 싹트는 사랑을 잔잔하게 담은 영화로 그의 작품 중 에서도 가장 서정적이라는 평가를 받았다. 그리고 <내 친구의…>의 아마 드와 네마자데가 사춘기 청소년이 되어 모습을 드러낸다.
개봉박두 예술영화의 선전을 기대한다.
권태호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