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정송씨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아버지의 고민 털어 놓으세요”

아버지가 흔들리는 요즘이다. 직장에선 정리해고다 명예퇴직이다 해서 찬 바람이 불고, 집에선 대책 없이 불어나는 자식들 교육비며 생활비에 주눅 이 든다. 한 집안의 가장으로서 온당한 권위를 인정받지 못하고 상심하는 아버지들도 있다. 이런 때 아버지의 고민을 들어주는 ‘아버지의 전화’( 02-208-0660)가 생겨 눈길을 끈다.

“지금 우리 사회의 아버지들은 진로를 잃고 방황하고 있습니다. 집과 직 장 양쪽에서 협공받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는 사회의 위기를 부릅니다. 아버지가 서지 못하면 가정이 서지 못하고, 그러면 사회가 병들기 때문입 니다.”

‘아버지의 전화’ 설립위원회 공동대표 정송(44)씨는 “지금처럼 아버지 노릇하기가 어려운 때가 없었다”고 강조한다. “시시각각 변하는 사회는 아버지에게 생사를 건 적응을 요구합니다. 여기서 실패하면 끝이고, 성공 한다고 해도 다시 새로운 시험이 밀어닥치죠. 가정에서의 역할도 난처합 니다. 무작정 잘해주면 존경받지 못하고, 그렇다고 권위만 내세우면 시대 에 뒤떨어진 사람으로 낙인찍히는 게 현실 아닙니까?”

아버지의 전화는 이처럼 위기에 직면한 아버지들의 고민을 들어준다. 고 민이 심각할 경우 의사, 교수 등으로 구성된 자문단이 직접 면담에 나선 다. 가정불화로 상심한 아버지들을 작은 모임으로 묶어 서로 용기를 북돋 도록 주선하기도 한다.

“이제는 아버지의 기를 살려줘야 합니다. 명예퇴직으로 직장을 잃거나, 사업실패로 생계를 잃는 것보다 더욱 무서운 것은 아버지의 기가 꺾이는 것입니다. 아버지의 기는 가정의 혼이나 다름없습니다.”

아버지의 기를 살리는 방법은 무엇일까. 그는 역시 사랑밖에 없다고 한다 . “아버지에게 좀더 많은 사랑을 줘보세요. 그러면 아버지는 어깨를 펴 고 더 많은 사랑을 돌려줄 겁니다.”

김창석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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