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맛 기행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포항 과메기(貫目)

(사진/과메기철에 나는 김포어항의 복국. 산 복을 즉석에서 처리해 끓여주는데 담백하면서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겨울 동해안에는 색다른 별미들이 등장해 미각을 돋운다. 이제 귀물이 되 어 금태로 불리는 명태를 냉동하지 않은 채 두었다가 끓여주는 ‘생태찌 개’가 동해 북단 거진항의 별미로 등장하고, 속초와 주문진으로 내려가 면 생태 대신 ‘양미리’가 가는 곳마다 줄줄이 달려 제철임을 알려준다. 동해 남부 해안으로 쑥 내려오면 오징어를 꾸덕꾸덕하게 반쯤 말려 구워 주는 오징어‘피득이’라는 것을 비롯해 ‘꽁치 과메기’가 한참 나고 있 다. 영일만을 중심으로 나는 계절식이어서 일명 ‘포항 과메기’라고도 부르는데, 해안을 따라 내려가며 구룡포와 감포까지 과메기가 밥반찬이 되고, 웬만한 술상에도 안주로 오른다.

그만큼 이 지역에서는 흔하면서도 귀하게 여기는 특유의 겨울철 별미다. 심지어 이곳을 여행하면서 과메기를 모른 듯한 눈치를 보이면 당장 생선 에 대해 이러쿵저러쿵 이야기할 필요가 없다며 핀잔을 듣기 일쑤다.

구룡포 앞바다의 꽁치잡이는 이르면 11월 중순부터 시작된다. 좀 많이 잡 힌다고 생각이 들 정도면 주체할 수 없으리만큼 쌓인다. 그래서 구룡포항 과 감포항은 꽁치철로 접어드는 11월부터 다음해 1월까지는 어선들로 가 득 차, 그 활기찬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부둣가에서는 배에서 부려내는 꽁치 상자들이 산더미처럼 쌓여 또한 장관을 이룬다.

꽁치는 금방 잡았을 때는 회로도 먹고, 소금을 술술 뿌려가며 구워도 먹 는데 그렇게 맛있을 수가 없다. 그래서 꽁치, 갈치, 멸치 등 이름 끝자에 ‘치’자가 들어가는 생선을 회로 먹다가 다른 생선회는 맛이 나지 않아 못 먹는다고 한다.

과메기는 이 꽁치를 냉건한 것으로 정확하게는 ‘과메기회’라고 해야 한 다. 과메기의 유래를 들어보면 더욱 확실하게 이해가 간다. 고깃배가 겨 울바다에 나가 2~3일씩 조업을 하면서 그물에서 떼어낸 꽁치나 청어를 선 실 지붕이나 선수에 던져 놓으면, 얼었다 녹았다 반복하며 찬바람에 꾸덕 꾸덕 마른다. 신선도는 산 것이나 다름없고 껍질은 마치 군고구마처럼 쭈 글쭈글하게 일어난다.

이때 껍질을 훌훌 벗겨내고, 꾸덕꾸덕하게 마른 살을 북어살처럼 죽죽 찢 어내, 그냥 먹기도 하고, 고추장에 찍어 먹기도 한다. 이렇게 마른 것은 비린내가 없고, 손에 기름기도 별로 묻어나지 않으며, 독특한 맛이 난다. 고소한 생선맛과 부드러우면서도 쫀득하게 씹히는 질감이 좋아 배 안에서 반찬으로, 술안주로 그만인 것이다. 무엇보다도 초장이며 회접시가 따로 필요하지 않고, 손에 들고 고추장에 꾹꾹 찍어 먹는 분위기가 서민적이어 서 더욱 해안가 사람들의 직성에 맞는다.

이것을 구룡포 해안에서 덕장을 만들어 양산해낸다. 농촌에서 해가리개로 쓰는 검은 채양막을 쳐 그늘을 만들고, 그 속에 꽁치를 줄줄이 달아매어 찬바람에 말린다. 이때 햇볕이 직접 닿으면, 기름이 배어나와 비린내가 나서 못 먹는다. 또 날씨가 풀려 따뜻한 바람이 불어도, 손에 기름이 묻 어나고 비린내가 난다.

그래서 12월부터 다음해 2월까지 찬바람이 불 때만 먹는 확실한 계절식이 기도 하다. 또 과메기를 반찬이나 술안주로 낼 때는 반드시 배추잎, 우거 지, 김치가 따라 나온다. 죽죽 찢은 과메기살을 김장 배추잎에 싸서 먹으 면 맛이 한결 돋아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곳 특산물인 돌미역을 몇잎 썰어넣고 생미역에 싸먹는 맛이야말로 과메기맛의 정수인 것 같다. 강한 미역냄새와 함께 고소한 꽁치맛이 어우러져 그 강인한 맛이 과연 경상도 기질이 듬뿍 배어난 진짜 별미임을 실감하게 된다.

이 겨울철 경남 해안을 한번쯤 달려보고 이 맛을 경험해보도록 권하고 싶 다.


과메기 참맛 즐기러 가는 길

과메기 고장으로 가는 확실한 길은 구룡포와 감포 두 곳을 들 수 있다. 구룡포는 포항과 대구 등 경북지방에서 가깝게 이어지지만, 서울과 부산 등 다른 지방에서는 오히려 감포가 가깝다. 서울의 경우, 내친 김에 경주 여행을 겸할 수 있다. 경주-추령재-기림사 입구-감은사-감포로 이어지는 길이 정석이다.

승용차를 이용해도 좋고, 경주나 보문단지에 머무르면서 경주-감포행 버 스편을 이용해도 불편이 없다.

한편 감포항은 요즘이 복이 나는 철이기도 해 참복과 밀복이 산채로 들어 온다. 참복은 횟감으로 1kg당 15만원, 밀복은 탕을 끓여 1인분을 6천원에 내는데 복의 참맛을 확인하는 느낌이 들 정도로 별미답다.

감포항/ 은정복집(0561)-44-2644. 송도식당(과메기집)(0561)-44-3161.

김순경/여행칼럼니스트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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