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름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새해를 여는 눈부신 산길

새해가 밝았다. 신년인사로 바빴던 발길을 잠시 거두고 다가선 1997년을 어떻게 살 것인가를 가다듬어볼 만한 때다. 하얀 눈에 덮인 채 봄을 기다 리는 산을 찾아 97년을 계획해보는 것도 새해맞이로서는 의미있는 일이다 . 새해 분위기를 만끽하며 고요하게 한해를 설계하기 좋은 산행지를 소개 한다.


오대산-역사의 숨결 간직한 문화유산 즐비

오대산은 백두대간이 금강산, 설악산을 거칠게 일으키며 남으로 달리다 한계령과 대관령 사이에 솟구쳐 올린 부드럽고 품세 큰 산이다. 해발 1,5 63m의 주봉 비로봉을 비롯해 두로봉(1,422m), 동대산(1,434m), 호령봉(1, 560m), 상왕봉(1,493m) 등 높은 봉우리가 월정사 계곡을 감싸돌며 솟아 있다. 이 다섯 봉우리가 연꽃잎처럼 피어오르는 형상을 한 산 안자락은 예로부터 연화반개형의 명당으로 여겨져왔다.

오대산은 지혜의 보살 문수가 현신(現身)하는 산이라 일컬어져올 만큼 불 교와 인연이 깊은 산이다. 오대산이라는 산 이름도 월정사를 창건한 자장 율사가 중국서 수도하고 석가모니불의 정골사리와 치아사리를 얻어왔다는 중국 산서성의 우타이산(五臺山·3,058m)에서 따왔다. 오대산에만도 상원 사, 영감사, 미륵암, 사자암, 염불암, 지장암, 관음암 등의 사찰과 암자 를 거느리고 있다. 월정사 대웅전 앞에는 국보 48호 팔각구층석탑이 서 있다. 이 팔각탑 앞에 있는 보물139호 석조보살상은 섬세한 조각과 표정 이 감동적이다.

자장율사가 창건한 월정사에서 자동차가 다니는 길을 따라 9km쯤 더 가면 상원사가 있다. 상원사에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오래된 동종인 국보 36호 상원사동종과 국보 221호로 지정돼 있는 목조 문수동자 좌상이 있다.

상원사에서 비로봉을 향하다 보면 그 중간쯤에 적멸보궁이 자리잡고 있다 . 비로봉에서 남쪽으로 뻗어내린 능선 위에 자리잡고 있는데 풍수지리에 서 최고 명당으로 치는 곳이다. 이 보궁은 우리나라 5대 적멸보궁 중에서 유독 사리가 어디에 봉안됐는지 밝혀지지 않아 신비를 더하고 있다.

상원사에서 적멸보궁을 거쳐 비로봉까지는 3km의 거리로 눈 쌓인 겨울철 이라 해도 2시간30분이면 넉넉하게 오를 수 있다.

상원사에서 비로봉 등산을 하지 않고 북대령으로 이어지는 446번 지방도 로를 따라 걸어도 좋다. 특히 겨울산행 채비를 단단히 하지 않았거나 어 린이들을 동반한 경우에는 권할 만한 코스다. 겨울에는 통행하는 차량이 거의 없기 때문에 북대사 미륵암까지 걸어가며 산행과 다름없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는 길이다. 미륵암의 너와지붕도 이채로운 볼거리다.

오대산은 천년 고찰들을 둘러보며 그 역사를 피부로 느낄 수 있는 산이다 . 조선 세조의 등창 병을 낫게 한 문수보살에 얽힌 전설, 세조의 목숨을 구했다는 상원사의 석조 고양이상, 상원사를 한국전쟁의 전화에서 구한 방한암 선사의 일화, 몇해 전에 복원된 오대산 사고(史庫), 하늘 가린 전 나무 숲 속의 월정사 부도 등 역사의 숨결을 느낄 수 있는 문화가 곳곳에 살아 숨쉬는 곳인 것이다.

진부에서 6번 국도를 타고 진고개로 향하다 월정사 갈림길 못 미친 곳에 서 방아다리약수 푯말을 보고 좌회전해 들어선다. 여기서 12km를 더 가면 방아다리약수가 나온다. 전나무 무성한 숲 속에 있는 약수는 한번 찾아본 사람이면 그 맛과 숲의 운치를 잊지 못한다.

교통

진부에서 월정사행 시내버스가 하루 13회 다닌다. 이 버스는 상원사를 지 난다. 진부에서 방아다리약수까지 가는 버스는 하루 4회 있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영동고속도로 상진부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월정사 표지판을 따르면 된다.


태백산-눈꽃의 신비 연출하는 민족의 영산

백두대간이 내륙 중심부로 방향을 틀며 동해안가로는 낙동정맥을 갈래치 는 태백. 겹겹이 산으로 둘러싸인 이 도시의 어느 산을 찾아도 겨울산행 의 백미, 심설을 실컷 즐길 수 있다. 그중에 가장 유명한 곳이 태백산(1, 567m)이다.

태백산 등산로는 태백시 방면에서 당골, 백단사, 유일사를 거쳐 오르는 코스가 대표적이다. 이들 코스는 모두 정상까지 가는 데 2시간 남짓 걸린 다. 겨울철에는 태백시에서 가장 가까운 당골에서 산행을 시작하는 것이 좋다. 당골에서 망경사를 거쳐 정상까지 가는 데 1시간40분쯤 걸린다.

당골광장에서 단군성전을 지나 돌이 깔려 있는 넓은 길을 따라 산행을 시 작한다. 계곡을 오른쪽에 두고 15분쯤 가면 신선바위가 나온다. 이 바위 에서 계곡을 건너 10분이면 장군바위에 이른다. 조금 더 가면 왼쪽으로 등산로가 갈라지는 ‘당골쉼터’다. 왼쪽 등산로는 정가터를 거쳐 문수봉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지만 자연휴식년제를 실시, 출입을 막고 있다. 쉼터 에서 계곡을 건너면 급경사의 오르막이 시작된다. 10여분 뒤 반재에 올라 선다. 반재에서 성황당터를 지나 망경사까지는 30여분 거리다.

망경사 용정(龍井)에서 목을 축이고 단종비각을 지나 천제단이 있는 영봉 까지는 지척이다. 영봉에서 태백산 정상인 장군봉까지는 3백여m 거리다. 영봉에서 장군봉으로 가는 등산로에는 몇백년씩 된 주목이 무리를 지어 자라고 있는데, 눈꽃이 피면 장관을 연출한다.

하산은 올라간 길을 되돌아 내려오거나 백두대간을 타고 북쪽으로 가다 유일사 위 능선에서 유일사입구 매표소쪽으로 내려선다. 이 코스로 하산 하는 데는 1시간30분쯤 걸린다.

태백산 산행에 나서면 태백시 중심부에 자리잡은 황지를 둘러보기를 권한 다. 낙동강의 발원지인 이 연못은 지금은 인공연못처럼 조경되어 있지만, 예전에는 마당늪, 방깐(방앗간)늪, 통시(변소)늪 등 세 연못으로 되어 있 었다고 한다.

교통

서울 청량리역에서 태백까지 가는 기차가 하루 5회 있다. 4시간30분쯤 걸 린다. 직행버스는 동서울터미널에서 30분 간격으로 출발하며 5시간20분 걸린다. 태백역에서 당골입구까지는 시내버스가 하루 19회 운행된다. 30 분 소요.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강릉까지 간 다음 동해고 속도로로 바꿔 타고 삼척을 거쳐 가거나, 상진부-숙암-여량-임계-광동을 거쳐 간다.


주흘산-산책 즐기며 온천에 언몸 담근다

(사진/한적한 산행을 즐길 수 있는 주흘산 2관문 계곡의 너덜지대의 꽃받서들에 수많은 돌이 서 있다.)

문경의 진산 주흘산(1,075m) 산행과 온천을 연결한다고 하면 무슨 뚱딴지 같은 소리냐고 반박할 사람 없지 않을 것이다. 그도 그럴 것이 주흘산과 가까운 온천이라 해야 이화령 넘어 1시간 가까이 가야 하는 수안보 온천 이 고작이니 말이다. 하지만 최근 문경에 문경온천이 개발돼 주흘산과 온 천을 연결하는 산행을 할 수 있다.

도립공원이기도 한 주흘산은 인근의 월악산 국립공원의 유명세 때문에 한 적한 산행을 할 수 있는 산이다. 새재관문, 교구정터, 새재주막 등이 있 어 한양을 오르내리던 선비들의 자취를 더듬을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특히 사시사철 많은 사람들이 찾는 제1관문(주흘관)-혜국사-정상-제2관문 (조곡관)-제1관문을 잇는 원점회귀산행 코스는 낭떠러지 등 위험한 곳이 없어 겨울에 찾기에도 좋다.

1관문에서 혜국사에 이르는 길은 두개가 있다. 하나는 지프가 올라 다니 는 길을 따라가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계곡을 거슬러 여궁폭포를 감상하 며 오르는 것인데, 본격 산행을 할 사람들이라면 뒤의 코스를 따르는 게 좋겠다. 여궁폭포로 가려면 1관문을 지나자마자 오른쪽을 방향을 잡아 가 다 새로 지은 주흘산장 뒤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20여분 오르면 여궁폭포 다. 이름 그대로의 형상을 한 높이 20여m의 폭포다. 여기서 30여분이면 혜국사에 닿는다. 혜국사에서 40여분이면 대궐터샘에 이르고 여기서 잠시 오르막을 오르면 능선에 오른다. 샘에서 정상까지는 30여분 거리다.

하산은 정상 아래의 잘록이(안부)로 다시 내려온 뒤 오른쪽 내리막으로 시작한다. 경사가 완만한 사면을 20여분 내려서면 계곡이 시작되고 곧 너 덜지대에 수많은 돌이 서 있는 꽃받서들에 닿는다. 여기서 40여분이면 2 관문에 닿는다.

주흘산에는 산책을 즐길 수 있는 코스도 있는데 1관문에서 2관문을 거쳐 3관문(조령관)까지 넓은 길을 따라 걷는 것이다. 옛날 선비들이 한양 가 던 새재길로 지금은 청소년들을 위한 국토순례자연보도로 활용되고 있다. 가족끼리 연인끼리 얘기를 나누며 걷기에 최고다.

차량이 다닐 만한 비포장도로지만 관리사무소에서 차량통행을 전면 금지 시키고 있고 조령원터, 교구정터, 산불됴심비 등 유적이 있어 산책하기에 좋은 조건을 두루 갖추고 있다.

이 코스보다 조금 산길다운 코스를 걷고 싶은 사람들은 1관문을 지나 차 량 통제소가 있는 곳에서 혜국사로 난 오른쪽 콘크리트 포장길을 따라 오 른다. 오르막을 40분쯤 오르면 혜국사다. 이곳에서 정상쪽으로 향하지 말 고 곧장 계곡을 따라 내려오면 도중에 여궁폭포를 거쳐 1관문으로 내려설 수 있다.

문경읍에 있는 문경온천(0581-572-3333)은 지난해 11월20일 개장돼 아직 까지 널리 알려지지 않은, 관광도시로 탈바꿈하고 있는 문경의 새로운 명 소다. 칼슘과 중탄산이 함유되어 있다. 동시 수용인원 4백명이고 요금은 3천5백원이다.

교통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문경읍으로 가는 버스가 40여분 간격으로 운행된 다. 문경에서 새재까지는 시내버스가 07:15부터 18:50까지 18회 운행되며 10분쯤 걸린다. 자가용을 이용할 경우에는 중부고속도로 음성인터체인지 에서 빠져나와 금왕을 지나서 간다. 금왕 이후 샛길이 여럿 있으나 빙판 길에 주의해야 하는 겨울철에는 금왕-청주-수안보-이화령-새재로 가는 것 이 정석이다.


치악산-깊은 산속 오지마을에 들어간다

(사진/겨울산행은 갑작스런 기후변화를 예상해 치밀한 준비를 해야 안전하다. 치악산 비로봉 정상의 돌탑과 눈꽃, 구름이 장관을 이루고 있다.)

치악산(1,288m)은 국립공원치고는 그다지 큰 규모는 아니지만 수도권에 인접해 있고 철도와 도로 교통이 편리해 인기 있는 산행지로 꼽힌다. 특 히 영동고속도로의 호법-남원주 구간이 94년 말 왕복 4차선으로 확장되면 서 더욱 찾기 쉬워졌다.

산행 코스는 크게 산 남쪽의 상원사나 영원사 방면과 북쪽의 구룡사 방면 에서 발달했으며 원주 시내 방향인 서쪽에도 석경사, 관음사, 국향사 코 스가 있다.

치악산 산행은 보통 구룡사를 출발, 비로봉(시루봉)까지 다녀오는 것으로 마무리한다. 구룡사에서 출발해 입석사와 석경사가 있는 황골 코스로 하 산하는 코스를 응용하거나, 건각이라면 치악산 주릉을 타고 상원사나 영 원사로 하산할 수도 있지만 후자는 해가 짧은 겨울철 하루산행으로는 무 리다.

구룡사를 지나 사다리병창을 통해 정상에 이르는 산행길은 왕복 6시간이 면 가능하므로 겨울철 산행 코스로 알맞다. 이 코스는 구룡사 매표소를 통과하자마자 왼쪽에 있는 황장금표(黃腸禁標)를 보는 것으로 시작된다. 황장금표는 이 일대에 많은 황장목(춘양목, 금강소나무)의 벌채를 금한다 는 표석으로, 조그만 바위에 글씨가 음각되어 있다.

매표소에서 10여분이면 구룡사에 닿는다. 여기서 야영장과 입산통제소가 있는 곳까지 10여분이면 되고 30여분 더 걸으면 세렴폭포 아래 갈림길에 이른다. 이 부근에서 사다리병창 코스와 그 서쪽의 계곡 코스가 갈라진다 . 사다리병창 코스를 따르면 정상으로 바로 오르게 되고 계곡길을 따르면 정상 3백여m 서쪽, 공중전화 부스와 산불감시초소가 있는 능선에 오른 뒤 정상으로 간다. 정상까지 산행시간은 사다리병창이 2시간쯤 걸리고, 계곡 길은 이보다 20분쯤 더 걸린다. 둘 중 한 코스로 올라 다른 코스로 하산 하면 된다.

치악산의 색다른 코스를 원한다면 상원사와 영원사를 연결하는 것도 좋다 . 꿩과 관련된 치악산 이름의 유래가 담겨 있는 해발 1,090m의 상원사를 거쳐 남대봉(망경봉)에 오른 다음 영원사를 거쳐 금대리로 하산하는 이 코스는 산행시간이 4시간쯤 걸려 겨울철 산행 코스로 알맞다. 하지만 대 중교통을 이용할 경우에는 상원사 코스 들머리인 성남매표소까지 접근하 는 것이 까다롭고, 하산 뒤에도 일론매표소에서 금대리까지 40여분을 걸 어나와야 하므로 불편하다.

상원사쪽 버스종점인 성림초등학교에서 1.5km를 걸어가 성남매표소에서 산행을 시작한다. 넓은 길을 따라 15분쯤 걸어가면 집이 두어채 나오는데 이곳에서도 민박을 할 수 있다. 20여분 뒤 넓은 길은 끝이 나고 곧 철다 리를 지난다. 이후 40여분 동안 5개의 철다리를 더 지난다. 계곡이 끝나 면 급경사의 오르막이 30여분 계속되고 쌍룡수라는 샘에 이르며 곧 상원 사 일주문이다.

주릉에 오르려면 절을 구경하고 돌아나와 일주문 앞에서 오른쪽 등산로로 들어선다. 2백여m를 가면 남대봉으로 가는 길과 영원사로 가는 길이 갈린 다. 남대봉에 오른 뒤 영원사로 갈 수도 있는데 1시간쯤 시간을 더 잡으 면 된다. 영원사쪽으로 바로 방향을 잡으면 10여분 조릿대 숲길을 올라 주릉의 잘루목에 선다. 이곳에서 주릉을 타고 남대봉까지는 1.2km의 거리 다.

영원사로 하산하려면 안부를 넘어 급경사의 내리막길로 들어선다. 영원사 까지는 2.3km의 거리로 1시간10분쯤 걸리고, 영원사에서 일론매표소까지 는 넓은 길 2.4km로 40여분이면 내려갈 수 있다.

연초 가족과 함께 승용차로 치악산을 찾은 경우에 권하고 싶은 곳은 부곡 마을이다. 치악산 동쪽에 이루어진 넓은 분지에 자리잡고 있는 부곡마을 은 행정구역상으로는 횡성군 강림면 부곡리. 치악산 줄기가 마을을 빙둘 러쳐 산중분지를 이루는 이곳은 마을 이름 그대로 솥처럼 움푹 파인 지형 이다. 전형적인 강원도 사람들의 생활 모습을 볼 수 있는 오지이며, 아직 까지 교통이 불편해 찾는 사람이 드물다.

부곡마을을 찾기 위해서는 영동고속도로 새말인터체인지에서 42번 국도를 타고 여우재를 넘어 안흥에 이른 뒤 우회전해 강림쪽으로 들어간다. 강림 에 이르면 도로는 비포장으로 바뀌어 부곡마을까지 이어진다.

교통

원주까지는 청량리역에서 출발하는 중앙선 기차를 이용한다. 원주에서 구 룡사까지는 시내버스터미널에서 05:30부터 22:00까지 25분 간격으로 운행 하는 시내버스를 이용한다(1시간 걸림). 성남리까지는 07:20부터 18:55까 지 하루 5회 버스가 다닌다(1시간 걸림). 부곡리까지는 하루 4회 운행하 며 2시간10분 걸린다.

자가용을 이용해 구룡사 방면으로 갈 경우에는 영동고속도로를 타고 새말 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접근하거나, 문막 또는 원주인터체인지에서 나 온 다음, 42번 국도를 타고 간다. 주말 교통이 혼잡할 경우에는 문막에서 42번 국도를 타는 것이 훨씬 낫다. 상원사 방면으로 가는 경우에는 문막 인터체인지 또는 남원주인터체인지에서 빠져나와 5번 국도를 타고 신림을 거쳐간다.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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