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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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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지난 1월3일 인천항을 방문해 노동자와 점심식사를 나누고 있다. 정부안보다 더 개악이라는 평가를 받는 노동법안도 이 대표는 자신의 소신이라고 밝혔다.)
올 1월1일 국회 의원회관에서 열린 신한국당 단배식에서는 작은 해프닝이 있었다. 이홍구 대표가 신년사를 할 차례인데 서로 인사를 나누는 참석자 들이 너무 소란스러워 말을 꺼내기가 어려웠던 것이다. 이 대표는 “좀 조용히 해달라”는 당부를 먼저 하고 연설을 시작했는데, 분위기는 여전 히 시끄러웠다. 이를 보다 못한 서청원 총무가 사회자를 시켜 다시 “조 용히 해달라”는 부탁을 했다. 그러나 대표의 연설이 이어진 약 3분 동안 식장은 조금도 조용해지지 않았다. 이날 장면을 두고 신한국당 관계자는 “이 대표의 당 장악력을 보여주었다”고 촌평했다. 지난해 5월 당 대표 에 취임한 이후 당안팎에서는 이 대표의 정치적 리더십을 둘러싸고 논란 이 그치지 않았다.
자기의 의견을 고집하지 않는다
그는 아무리 화가 나도 소리를 지르는 법이 없다. 남의 주장과 자신의 생 각이 다를 때 강요하기보다는 설득을 통해 절충을 시도하며 끝내 설득이 불가능하더라도자기 의견을 반드시 관철하려고 하지 않는다. 이 정도는 스타일의 차이로 설명할 수 있다. 하지만 이질적인 세력의 집합체인 집권 여당의 대표이자 대선예비주자로 불리는 정치인의 경우 정치적 리더십은 국가경영과 직결된다는 점에서 반드시 갖추어야 하는 덕목으로 지적된다 .
그의 정치적 리더십에 대한 논란은 지난해 8월 위천공단 문제 처리과정에 서 불거져나왔다. 그는 지구당 개편대회차 대구를 방문하기 직전에 위천 공단을 용인하는 듯한 태도를 표명했다가 부산·경남의 강력한 반발이 터 져나오자 ‘선 수질개선 후 공단조성’으로 후퇴해 대구시민들로부터 거 센 비난에 시달렸다. 그는 10월부터 다시 대구·경북과 부산·경남 의원 들을 만나 위천공단에 대한 해법을 모색해 보려 했으나 별 뚜렷한 방안을 제시하지 못한 채 해를 넘기고 말았다. 일부 의원들은 이 대표의 이런 태 도에 대해 “자신이 없으면 아예 달려들지를 말거나 일단 손을 댔으면 끝 까지 해결해야 하는 것 아니냐”고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리더십 논란은 지극히 `비정치적인 그의 연설 솜씨와도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10월22일 정기국회 대표연설을 했는데, 같은날 국민회의 박상규 부총재의 연설에 비해 힘이 없고 내용도 너무 평이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는 대학강의식으로 연설의 내용에 신경을 썼는데 정작 정치지도자로서 필요한 메시지 전달에 실패했다는 혹평을 받은 것이다. 더구나 이 대표는 중소기업의 성공사례를 제시하면서 이날 의료기기 벤쳐기업인 `메디슨과 이민화 회장의 이름까지 거론했다가 야당에서 특혜금융의혹을 제기하는 바람에 곤욕을 치렀다. 이는 특정기업에 대한 거론이 금기시되는 국회연 설의 관행에 대한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하지만 그의 정치적 리더십과 관련해 가장 심각한 사건은 지난해 말 정기 국회 막바지에 일어났다. 노동관계법 개정안의 회기 내 처리가 현안으로 걸려 있던 12월11일 신한국당 의원총회에서 그는 “자유롭게 토론해 보라 ”고 의원들의 발언을 유도했다. 발언에 나선 6명의 의원 전원이 정부의 노동관계법 개정안에 대해 강한 비판을 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가타부타 결론이 내려지지 않은 채 의원총회는 끝났다.
문제는 다음날 아침에 터졌다. 강삼재 총장이 고위당직자회의에서 ‘의원 들의 작태’라는 용어를 동원해가며 발언의원들을 비난하고 나섰으나 이 대표는 한마디도 하지 않은 것이다. 의원들 사이에서 당장 “이 대표는 무엇 하는 사람이냐”는 비판이 일었다. 자유롭게 토론을 하라고 해놓고 다음날 발언내용을 문제삼아 당에서 공개경고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다. 한 의원은 “나중에 날치기라도 해서 통과시켰으니 망정이지 정당 대표를 도저히 할 수 없는 사람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야당과 부딪히기 싫어 날치기 했다”
12월26일의 안기부법 및 노동법 개정안의 날치기 처리도 이 대표의 스타 일과 관련이 있다. 그는 며칠 뒤 “야당의원들과 부딪치는 것을 피하기 위해 이런 방법을 선택했다”고 `고백했다. `한 의원은 “왠지 비겁했다 는 생각이 든다”며 “충돌이 싫다고 새벽에 의원들을 불러내 기습처리하 는 것은 떳떳하지 못하다”고 말했다. 그는 “한국의 정치 현실에서는 좀 더 확고한 정치적 리더십과 대국민 설득력, 야당에 대한 돌파력이 요구된 다”고 덧붙였다.
신한국당 안에 이 대표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사람만 있는 것은 아니다. 익명을 요구한 한 대선주자는 “이 대표는 처음부터 강력한 리더십보다는 대선주자들에 대한 원만한 관리를 위해 발탁한 사람이므로 지금 정도면 무난한 것 아니냐”고 평했다. 당초 임무가 당의 원만한 관리인데 지금까 지 당이 그런 대로 분란없이 굴러왔으니 소임을 다하고 있다는 뜻이다. 이 점에 대해서는 많은 당직자들도 공감을 하는 분위기다.
그러나 이 대표 자신은 전혀 다른 차원에서 자신을 변호하고 있다. 그는 `조직력에 대해 “자기가 관리책임을 맡은 조직 전체를 어떻게 활성화시 키고 능률적으로 운영하느냐 하는 문제”라고 밝힌 바 있다. 이 대표의 정치참모인 전성철 특보도 같은 논리로 리더십 회의론을 반박했다.
“6공에서 처음 통일원 장관을 맡았을 때 통일원은 연구부서 비슷한 위상 에 불과했다. 장관 취임 뒤 4천명 정도를 접촉하며 한민족공동체 통일방 안을 만들었는데 당시 여소야대 상황에서 야당을 설득해 국회에서 만장일 치로 통과시켰다. 통일원은 이를 계기로 확고한 정책부서로 위상이 높아 졌으며 통일문제를 주도하고 있다.”
“차관회의를 기획원 차관 대신 총리실 행정조정실장이 주재함으로써 총 리실이 막강한 업무조정권을 행사하게 된 것도 이홍구 국무총리 시절부터 였다.”
“신한국당 대표로 취임한 뒤 당정협의가 그전 같은 기간에 비해 4배 이 상 늘어났고 당정회의에서 실제로 협의가 이루어지고 있다. 지금 신한국 당은 역대 어느 시절보다 정부에 대해 막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
전 특보는 당이 막강해졌다는 `증거로 “정부가 확정한 노동관계법 개정 안을 당에서 손질한 것은 전 같으면 생각도 못할 일”이라고 말했다.
리더쉽 판단하기엔 짧은 정치경력
결국 이 대표가 생각하는 진정한 의미의 `‘정치적 리더십’은 조직에 대 한 설득과 합의과정을 통해 아래로부터 인정받는 권위를 바탕으로 해야 하며, 지도자 개인이 부각되는 것보다는 지도자가 이끄는 조직 전체가 얼 마나 강력해지는가에 따라 판단할 문제라는 것이다.
대선주자 이홍구 대표가 정치적 리더십을 갖춘 사람인지 여부에 대해 결 론을 내리기 어려운 것은 그의 정치역정이 아직 너무 짧기 때문인지도 모 른다.
성한용 기자/ 한겨레 정치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