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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2 |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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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고향으로 돌아가는 잠수함 승무원 유해. 북한은 `북한쪽 노력의 결과이자 한국쪽의 사죄표시'라고 논평. 관계개선까지 넘어야 할 장애물이 첩첩산중임을 증명했다.)
북한이 잠수함사건에 “깊은 유감”을 표명해 남북관계는 표면적으로 사 건이 일어나기 이전으로 복원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정작 잠수함 사건으로 일손을 잠시 놓고 있으면서 사건이 마무리되기를 기대해오던 정 부 관련부서, 기업들은 냉랭하다. 본격적인 교류·협력을 위해서 어디서 부터 손을 댈지 모를 정도로 장애물이 첩첩산중으로 놓여 있기 때문이라 는 분위기다.
우선 이들은 북한이 사과를 한 ‘노림수’가 따로 있을 뿐 아니라 한국 정부가 당장 취할 수 있는 정책수단이 별로 없다고 본다. 따라서 오는 1 월29일로 예정된 남북한, 미국 사이의 ‘3자 설명회’가 향후 남북관계를 예측하는 분수령이 될 것으로 전망하는 분위기다.
물꼬 튼 북-미관계만 제2도약기
관련 소식통들은 이번 잠수함사건의 타결을 ‘북-미·북-일관계 격상, 남 북한 관계 현상유지’로 규정했다. 그리고 이러한 구도는 북한이 남한에 대해 태도를 바꿀만한 중요변수가 생기지 않는 한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 고 전망했다. 실제로 남북한 관계는 잠수함사건 이전으로 원상복귀한 것 에 머물렀지만 북-미관계는 3자설명회를 받아들이는 조건으로 당장 경수 로건설사업이 본격적으로 착수될 전망이다. 나아가 50만t 규모(미국산 쌀 의 t당 시세 4백달러로 계산할 경우 전체가격은 2억달러)의 곡물이 북한 에 수출될 뿐 아니라 쌍방간 대화채널도 차관보급으로 격상된다.
북-미간의 잠수함사건 타결은 쌍방간의 관계개선에 머물지 않는다. 그동 안 동결됐던 국제기구의 대북 곡물지원이 재개될 뿐 아니라, 미국의 대북 접근 속도와 연동해서 북한 진출을 암중모색해 왔던 일본도 북한과의 관 계개선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일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북-미접촉을 지켜봐온 한 관측통은 “사실 북-미관계는 이번 잠수함사건 의 타결을 계기로 제2의 도약기를 맞고 있다”고 진단하면서 “오히려 앞 으로 있을 3자설명회와 4자회담 등을 주목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 관측 통은 “미국은 이미 북한과의 단계별 관계개선 스케줄을 충분히 논의한 것으로 안다”면서 “다만 남북대화를 어느 수준에서 재개하느냐가 문제 일 뿐”이라고 못박았다. 그는 또 “향후 북-미관계의 전망과 관련해 이 번 잠수함사건 타결을 클린턴 행정부가 북-미 제네바 기본합의 이행을 통 해 북한의 핵개발을 동결시킨다는 세계적 차원의 미국전략과 한-미우호관 계 유지라는 양자 차원의 지역전략 중 어느 쪽을 선택할 것인지 미국의 입장에서 냉정하게 판단해보면 알 것”이라고 지적해 눈길을 끈다. 이 관 측통은 “북한도 미국과의 많은 접촉을 통해 터득한 핵심사항 가운데 하 나가 미 행정부가 북한을 다룰 때 세계차원의 전략에 더 치중하고 있는 것 같다는 사실”이라면서 이러한 북-미간의 교감이 실질적인 남북관계 개선을 더욱 멀어지게 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전했다.
따라서 미국이 한국으로부터 공조압력을 심각하게 받지 않는 이상 제네바 합의이행을 위해 북-미관계를 공식적이든 비공식적이든 진전시킬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북미 핵합의 핵심사항 가운데 하나가 ‘남북대화의 재개 ’라고 못박고 있으나 이는 목표시기가 불명확할 뿐 아니라 어느 수준의 남북대화가 이뤄져야 하는지도 분명치 않다. 따라서 북-미간에 중유와 경 수로 제공 등 북한의 경수로 전환과 핵확산금지와 관련해 목표시기가 명 기된 사안들보다 우선 순위에서 뒤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잠수함 사건이 발생했음에도 불구하고 미국이 경수로 사업만은 첫삽을 뜨기 위해 집요하게 한국 정부를 설득했던 사실은 이를 좀더 설득력있게 설명해준다 . 그래서 잠수함사건과 같은 돌출변수가 없는 한 북-미관계는 쌍방이 94 년 10월에 체결한 북미합의문에 따라 진전될 것이라고 관계 전문가들은 전망한다.
북, 남북대화에 부정적 입장 대내외 천명
한편 북한이 잠수함사건에 대해 유감 및 재발방지 의사를 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남북관계에 어두운 그림자를 던지는 것은 사과성명 발표(96년 1 2월29일) 직후 북한으로부터 나온 반응에서 잘 읽을 수 있다. 한국 정부 가 무장공비 유해 24구를 지난해 12월30일 인도한 것과 관련해 이튿날인 31일 조국평화통일위원회, 조국통일 민주주의전선의 대변인 등을 통해 발 표한 성명은 인도조처를 ‘북한쪽 노력의 결과이자 한국쪽의 사죄표시’ 라고 규정했다. 이 성명은 관영 중앙통신과 평양방송을 통해 공개됐다. 또한 사실상의 김정일 신년사라 할 수 있는 당보·군보·청년보 공동사설 에서도 대남정책과 관련해 “남조선 당국은 털끝만한 통일의지도 북남문 제를 해결할 그 어떤 의사도 없다”고 규정함으로써 남북대화에 부정적임 을 대내외에 공언했다.
따라서 일부 전문가 사이에서는 남북대화의 유일한 통로로 볼 수 있는 3 자설명회나 4자회담에 북한이 참가할지라도 극히 제한된 의제만이 교환될 것이라는 시각이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더구나 활성화될 것으로 기대했던 남북경협도 그렇게 전망이 밝지 않은 것 같다. 이처럼 남북관계 전반이 부정적으로 전망되고 있는 것은 북한이 남한에 대해 기대할 게 별로 없다고 공공연히 밝히고 있다는 데서 잘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해 지난 9월 나진·선봉국제투자포럼에 참가했던 뉴욕 의 한 소식통은 “북한은 한마디로 남한기업의 투자를 희망하지만, 안 해 도 상관없다”는 말으로 북한의 정책당국자의 인식을 전했다. 북한 관계 자들은 “남한 하고는 무엇이든 서두르지 않겠다”면서 “모든 장사는 이 익이 있으면 모여들게 마련이므로 남한기업도 그럴 것이다”고 말했다고 이 소식통은 덧붙였다.
실제로 북한의 대외개방정책의 책임자 중 한 사람인 김정우 대외경제위원 회 부위원장은 포럼의 마지막날인 9월15일 포럼참석자 전원초청 만찬석상 에서 “이번 투자포럼은 대성공이다”면서 샴페인잔을 돌리면서 이방저방 을 다닐 정도로 성공을 자축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뉴욕의 이 소식통은 “북한이 당초 포럼 중 투자계약(합의포함) 목표인 3억달러를 훨씬 초과 한 11억달러를 기록한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한국에서는 이 액수를 투 자포럼이 실패한 것으로 평가하고 있으나 북한의 경제규모로 판단할 때 이는 결코 적은 액수가 아니라고 분석했다. 이때 김정우는 남한기업의 참 가 없이도 큰 성과를 올린 것에 대해 특히 기뻐하며 “한국기업을 배제하 지는 않겠지만 기대하지도 않겠다”고 몇번씩이나 공언한 것으로 이 소식 통은 전했다.
나아가 이러한 상황이 잠수함사건이 일어나기 이전 그나마 작은 물꼬를 터왔던 남북경협의 현실이었음을 감안할 때 남북관계의 획기적인 변화는 기대할 수 없음이 좀더 분명해진다. 따라서 설사 북한이 3자설명회 등에 서 한국의 대표와 자리를 같이한다 해도 그 노림수는 실질적인 남북교류 협력보다는 미국과의 관계개선 스케줄에 맞추기 위한 과정일 뿐이라고 관 련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다만 식량지원문제 등 특정문제를 위한 직접 대화는 가능할 것으로 전망했다.
대북지원 국제적·인도적 차원에서만 진행
이처럼 남북관계는 이달 말에 열릴 예정인 3자설명회가 있기 전에는 한국 정부도 이미 밝힌 바와 같이 “대북 경수로사업과 민간차원의 대북지원 재개 등 국제적인 차원에서 이뤄지는 일과 인도적인 차원에서 추진되는 일”에 한해 교류가 있을 전망이다. 만약 3자설명회에서 북한이 남한과의 대화에 전향적으로 나올 경우 김영삼 대통령이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경 축사에서 밝힌 바 있는 “한반도 평화와 협력을 실현하기 위한 구체적인 방안들”이 제시될 수도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이 방안들은 북한의 식량 난을 근본적으로 해소하기 위한 비료나 농약제공, 수해농지 복구를 위한 장비지원, 나진·선봉경제특구에의 기업투자 장려, 북한의 물자·외화난 극복을 위한 교역확대 및 관광객 방북허용조처 등이 포함될 것으로 예상 된다. 남북한이 참석한 3자회담 설명회가 곧바로 4자회담으로 연결돼 그 나마 남북대화가 재개된 뒤 그려지는 희망섞인 전망은 현재 이 정도 수준 이다.
임을출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