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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급진단1 |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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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세계노동자들의 분노를 부른 `날치기'. 세계노동계의 거센 반발은 김영삼 정권의 `세계화'정책에도 먹구름을 드리웠다.)
날치기노동법에 대한 비난 여론은 나라 밖에서도 거세다. 국제노동운동조 직은 물론 다른 나라의 노조에서도 비난 성명이 잇따르고 있다. 정초부터 한국정부의 비민주적인 날치기 관행과 후진적인 노사관계가 국제여론의 도마 위에 올라 있는 셈이다.
한국 정부는 OECD에 한 약속 지켜라
가장 먼저 문제제기를 한 곳은 지난해 우리나라가 가입한 경제협력개발기 구(OECD)의 노동조합자문위원회(TUAC)다. 위원회는 날치기가 이뤄진 바로 다음날인 지난해 12월27일 발표한 성명서에서 “새 노동법은 국제노동기 구(ILO)가 규탄해온 군사독재시대의 노동조합의 자유에 대한 근본적인 제 약을 유지하고 있을 뿐만 아니라 한국노동자에 대한 주요 보호장치마저 제거해버렸다”고 전제한 뒤 “한국 정부는 한국의 노동자들뿐만 아니라 국제여론의 뺨을 때린 것”이라며 강한 어조로 비난했다. 위원회는 또 제 3자 개입금지, 복수노조 금지, 공무원·교원의 노동조합 가입 자유 등 노 동법의 주요핵심사안을 ILO가 제시하는 ‘결사의 자유’의 규범에 맞게 개정하여 한국 정부가 OECD에 제시한 약속을 지킬 것을 촉구했다. 위원회 는 성명서의 내용을 김영삼 대통령과 존스턴 OECD 사무총장에게 전달했다 . 김 대통령에게는 “국회에서 통과된 법안을 공포하지 말 것”을 촉구하 기도 했다. 이에 대해 우리 정부는 “위원회가 OECD의 공식기관이 아니고 협조단체이며 따라서 OECD의 공식입장이 아니다”는 궁색한 변명을 늘어 놓는 데 바빴다.
보수적인 이념적 지향을 내세우고 있는 국제자유노동조합총연맹(ICFTU) 또한 지난해 12월28일 한국 정부를 ILO 산하 ‘결사자유위원회’에 제소 했다. 국제자유노련은 이 제소에서 “한국 정부가 복수노조 허용을 2000 년(단위노조는 2002년)까지 유예한 것과 공무원·교원의 노동기본권을 허 용하지 않은 것은 ILO 협약 87호 및 89호 협약을 명백하게 위반하는 것” 이라고 밝혔다. 국제자유노련은 또 “파업시 대체근로 허용, 제3자 개입 금지 단서 조항, 공익사업장 확대 적용, 무노동 무임금 원칙, 노조전임자 임금지급 금지 조항도 문제가 있다”며 이의를 제기했다. 벨기에 브뤼셀 에 본부를 두고 있는 국제자유노련은 현재 세계 1백36개국의 1백95개 노 총, 1억3천만명의 조합원이 가입해 있으며 우리나라의 한국노총은 1949년 창립 가맹국이다. 이 조직은 창립 당시 사회주의진영의 국제노동조직인 세계노조연맹(WFTU)에 대항할 목적으로 별도로 만들어진 것으로 창립 당 시 반공주의와 노사협조주의를 내세웠다. 이런 조직조차 이번 조처를 비 난하는 것을 보면 날치기노동법이 국제사회에서 어떤 평가를 받고 있는지 를 알 수 있다.
미국에서도 한국 정부를 비난하는 목소리가 터져나왔다. 미국 최대 노조 조직인 미국노동총동맹-산업별조합회의(AFL-CIO)의 존 스위니 위원장은 성명을 내 “집권 신한국당은 과거 군사정권이 사용했던 방법을 방불케 하는 완전히 비민주적인 방법으로 민주개혁을 후퇴시키고 노동자의 권리 를 원천적으로 잠식하는 새로운 노동법을 통과시켰다”며 “한국지도자들 은 노동법의 날치기 통과를 OECD 회원국들의 관행을 비롯한 국제노동관행 에 맞추기 위한 조치였다고 정당화했지만 이는 노동법을 개정하겠다는 엄 중한 약속에 관해 세계를 속이려는 냉소적이고 속이 빤히 들여다보이는 논리이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우리는 한국 대통령에게 국제노동규범 을 준수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한국의 근로대중을 존중하지 않는 졸속법 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을 촉구한다”고 밝혔다.
국제적 비난여론 ‘세계화’에도 역행
국제공공노련(PSI) 일본 가맹조합협의회도 김영삼 대통령과 김수한 국회 의장 앞으로 보낸 전문에서 “우리 1백20만 공공부문 노동자는 노동법을 일방적으로 개악하려는 한국 정부의 수법에 강한 분노를 느낀다”고 밝히 고 “노동조합의 파괴로 이어질 법안 내용을 번복해 ILO 기준에 기초한 공정한 노사관계를 확립할 수 있도록 법개정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국제사회의 이같은 일관된 비난 여론에 대해 민주노총 김유선 정책국장은 남아공을 예로 들었다. “인종차별을 한다는 이유로 국제사회에서 인권후 진국으로 알려져 있는 남아공에서조차 만델라 대통령이 들어서 민주개혁 을 실시한 결과, 실질적인 노동개혁이 이뤄졌다. 예를 들어 군대와 정보 부를 제외하고 모든 공무원이 노조결성권을 가지고 있다. 2백만명에 가까 운 노동자들이 우리나라의 민주노총에 해당하는 전국단위 상급조직인 코 사투(COSATU)에 가입해 있다. 문민정부의 간판 아래서 날치기노동법을 시 행하려는 것은 국제사회의 추세를 정면으로 역행하는 일이다.”
우리 정부가 날치기노동법을 철회하거나 수정하지 않으면 국제사회에서 한국은 노동후진국이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또 이런 국제여론은 정부가 금과옥조처럼 섬기고 있는 ‘국가경쟁력’에도 별 도 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김창석 기자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