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야기/조영욱씨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축제같은 영화제 다가온다

10편의 해외 화제작을 모은 작은 영화제가 소리소문없이 새해 벽두를 스 쳐 지나갔다. 예술의 전당이 개원 이래 처음으로 개최한 영화제‘어나더 뷰’(Another View)가 조용히 막을 올렸다 조용히 막을 내린 것이다. 그 러나 관객의 반응은 뜨거웠다. 마지막 작품이 상영된 1월4일 극장은 계단 까지 관객들로 북적댔다.

애초 ‘우면산 겨울난장’이란 행사의 구색맞추기용이었던 영화제가 이처 럼 성황을 이룬 데는 프로그래머 조영욱(35)씨의 `공이 컸다. 음반사의 팝 프로듀서, 영화음악 제작가, 방송작가 등 다채로운 이력을 지닌 그는 이번 영화제를 처음부터 끝까지 지켜봤다.

“지난 96년 한햇동안 세계에서 각광받았거나 찬반양론을 일으켰던 작품 을 위주로 선택했습니다. 특히 책에서나 보던 명감독 중심의 지루한 영화 제가 아니라 미래의 거장이 될 신인들의 현주소를 점검하고, 이들을 미래 를 점칠 수 있는 영화제로 꾸몄습니다.”

마치 게릴라전 같이 열린 이 영화제는, 다양한 개성의 영화를 선보였다. 관객은 레즈비언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작품에서 스탈린 시대의 인간성 파괴를 비판하는 작품까지 다채로운 화제작을 즐길 수 있었다. “작품들 이 논쟁의 대상이 되길 원했다”는 조씨의 소망이 투영된 것이다.

그러나 조씨에게 영화제는 ‘절반의 만족’이었다. 한달이 채 못된 짧은 준비기간 때문에 애초 잡았던 상영목록의 절반 가까이를 포기해야 했다. “미국 B급 영화의 거장 아벨 페라라의 <피너럴>과 <애딕션>을 들여오지 못한 게 가장 아쉽습니다.”

그는 이번에 못이룬 ‘절반의 만족’을 올 연말에 채울 계획이다. 예술의 전당이 올 연말에 다시 영화제를 열기로 했기 때문이다. “그때는 축제같 은 영화제를 만들겠습니다.”

이성욱 기자/한겨레신문 문화부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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