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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시대 |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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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 관계자들의 오랜 숙원인 ‘문화재관리청’ 신설은 이루어질 것인 가.
문체부가 97년 문화유산의 해를 맞아 문화재관리국의 청 승격을 본격적으 로 추진할 계획이어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김영수 문체부 장관은 최근 “정부의 기구 확대 억제 방침으로 인해 어려움이 예상되지만 청으로의 승격을 반드시 관철시키도록 하겠다”고 말해 강한 의지를 내보였다.
문체부는 이미 지난해 말부터 기획관리실을 중심으로 다른 13개 청의 조 직과 정원, 예산 현황을 파악하는 등 구체적인 준비작업에 들어갔으며 관 련 자료를 모두 확보해놓고 있다. 문제는 어느 시점에서 어떤 방식으로 이를 여론화시킬 것인가 하는 것이다. 문체부는 이달 중순 갖게 될 신년 업무계획 발표 때 정식으로 거론할지 아니면 좀더 적절한 계기를 잡아 공 론화할지를 신중히 검토하고 있다.
업무 특성상 기구 독립 불가피 여론
문체부와 문화재관리국은 올해가 문화유산의 해인 데다 대통령선거가 예 정돼 있어 청 승격을 위한 절호의 기회로 파악하고 있다. 문화유산에 대 한 국민의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있어 이를 적절히 활용할 경우 여건 조 성이 충분히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문체부는 올해 문화유산의 해 관련 행 사도 이러한 방향으로 마련해 문화재관리청 신설에 공감하는 국민 여론을 조성한다는 구상을 갖고 있다.
문화재관리국이 98년 다른 청 단위 정부 기구들과 함께 대전 제3청사로 이전하는 것도 기구 독립를 서두르게 된 이유 가운데 하나다. 다른 국에 비해 업무가 특화돼 있는 데다 사무실까지 대전으로 옮길 경우 어차피 기 구 독립이 불가피하다는 것이다. 문체부는 문화재관리국이 대전으로 이전 하기 전에 청으로 독립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판단하고 올해 안에 이를 관철시키려 하고 있다.
사실 문화재관리국은 문체부 안에서 독자적인 위상을 갖고 있다. 직원 6 백3명에 예산도 1천2백42억원에 달하고 있다. 국장이 2급 이사관이면서도 3급 부이사관이 3명이나 된다. 지방문화재를 포함해 관리해야 할 문화재 도 7천여점에 달한다. 여기에 비지정 문화재와 매장 문화재까지 합하면 관리 대상은 엄청난 수에 이른다. 2급 국장 한명이 처리하기에는 너무 광 범한 업무라는 것이 문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문화재 업무가 갖는 특수성이다. 아무리 행정 경 험이 풍부해도 전문지식 없이는 업무를 처리하기 힘든 곳이 바로 문화재 관리국이다. 문화재관리국 박명규 기획관은 “다른 어느 분야보다 전문성 과 특수성을 절대적으로 요구한다”고 말했다. 또 자문기구지만 문화재위 원회를 거치지 않고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수 없다. 그만큼 모든 업무에 전문가의 판단과 조언이 요구되는 것이다.
청 승격을 추진하는 이유는 이 밖에도 여러 가지가 있다. 지난 96년 지자 제 시행 이후 지자체와 문화재관리국간의 잦은 마찰이 그 가운데 하나다. 문체부 관계자는 “개발을 원하는 지자체와 보존을 추구하는 관리국은 곳 곳에서 충돌할 수밖에 없고 광역단체장들과 대등한 차원에서 업무를 수행 하기 위해서는 차관급 청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경찰청을 비롯해 지 난 30여년 동안 정부 부처 외국으로 있던 조직 가운데 독립하지 못한 곳 은 문화재관리국 밖에 없다는 사실도 중요한 논거가 되고 있다. 정덕용 문체부 기획관리실장은 “문화재관리국의 특성을 고려할 때 통계청이나 중소기업청에 비해 훨씬 먼저 청으로 독립했어야 마땅하다”고 말했다. 문화재관리청 신설은 그러나 필연적으로 조직 확대를 수반한다. 우선 청 장이 차관급으로 격상되고 과 단위 조직이 국 체제로 바뀌게 된다. 조직 과 예산을 담당할 기획조정 및 총무 부서의 보강도 불가피하다.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적으로 지방 사무소가 갖춰져야 한다. 지자체가 수행할 수 없는 전문적인 분야에서는 어차피 관리청이 직접 나서야 하기 때문이다.
해묵은 비리 해결의 시금석 되려나
문화재관리청 신설의 가장 큰 난관은 이러한 조직 확대에 반대하는 총무 처와 재경원을 어떻게 설득하느냐 하는 것이다. 총무처는 기본적으로 현 상태에서 정부 조직과 정원을 늘리지 않는다는 기본 방침을 세워놓고 있 다. 재경원도 마찬가지다. 기구 확대로 인한 예산 증액을 최대한 억제하 려는 입장이다. 다른 조직을 축소하지 않으면 문화재관리청 신설이 어려 운 상황이다. 따라서 문체부 관계자들은 김영수 장관과 신임 김종민 차관 의 정치적 구실에 기대를 걸고 있다. 청와대의 정치적 결단이 수반되지 않으면 실현되기 어려운 사안이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조직법 개정도 필요하다. 이 법 제35조는 “문체부 장관 소속하 에 문화재관리국을 둔다”고 명시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문화재관리 청 신설에 대해서는 여야 모두 찬성하는 입장이어서 정부 방침만 결정되 면 국회 통과는 어렵지 않을 전망이다.
문화재관리국이 청으로 승격된다고 해서 현재 문화재 관리상의 문제들이 해결될 수 있느냐는 의문도 제기된다. 어차피 문화재 관리의 일선 업무를 지자체들이 담당하고 있기 때문에 충분한 전문인력과 예산이 확보되지 않 는 한 청으로 승격된다 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다는 지적이다. 공연히 공 무원들의 자리만 늘리는 것이 아니냐는 비판이 나오기 십상이다. 특히 전 문인력 확보는 단기간 안에 이뤄내기 어려운 일이라 문화재관리청이 등장 한다 해도 여전히 과제로 남게 될 전망이다.
해묵은 문화재 관련 부정과 비리도 시급히 해결해야 할 과제다. 지난해 터졌던 귀함별황자총통 인양조작 사건과 무형문화재 사기장 지정을 둘러 싼 금품수수 사건은 그 대표적인 사례다. 뿐만 아니다. 문화재관리국에는 한달에도 몇 차례씩 투서가 날아든다. 주로 새로 발굴된 유물의 국보나 보물 지정, 무형문화재 지정을 둘러싼 로비 의혹 등이 그것이다. 무형문 화재 기능보유자로부터 배운 사람이 전수자로 인정되는 과정에서도 금품 이 오간다는 말이 공공연히 나돌고 있다.
따라서 문화재관리청 신설은 단순한 기구 독립에 그치지 않고 그동안 쌓 여온 여러 문제를 해소할 수 있는 계기가 돼야 한다는 것이 문화재 관계 자들의 한결같은 지적이다.
이러한 난관에도 문화재관리청 신설이 설득력을 갖는 것은 전문가에 의한 문화재 관리가 절실하기 때문이다. 일선 지자체 공무원들은 “손 대지 않 고 그냥 놔두는 것이 최선”이라는 식의 안이한 태도로 문화재를 관리하 고 있다. 관리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섣불리 손 대려 하지 않는 것이다.
문화재관리국도 마찬가지다. 행정직 공무원들의 잦은 인사 교류로 인해 업무의 연속성과 전문성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독립 청 으로의 승격은 업무 전문화와 문화재 관리를 내실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우선 조직이 세분화하고 예산 편성과 지출을 독립적으로 수행할 수 있다. 나아가 문체부와의 인사 교류가 줄어들면서 일반 공무원들도 오 랜 기간 동안 문화재 관리에만 전념할 수 있게 된다.
정치·경제 논리의 희생양 될 가능성도
이런 이유로 인해 문화재관리청 신설은 관련 업무를 다뤄온 사람들에게는 숙원 사업이었다. 문제는 관리청 신설이 정치논리와 경제논리에 밀려 여 러 차례 좌절됐다는 점이다. 올 연말에도 대통령선거가 있다. 선거전의 초점은 경제회생이 될 것이 확실하다. 올해 문화재 분야의 숙원 사업이 실현될지, 또다시 경제논리에 밀려 좌절될지는 아직 알 수 없다. 다만 내 년이면 물러갈 김영삼 정부의 문화정책을 평가하는 중요한 근거가 될 것 임은 분명하다.
정남기 기자/ 한겨레 문화부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