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리재에서/오귀환 한겨레21 편집장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파업, 참된 용기

“공장에는 냄새가 있다. 기름 같기도 하고 먼지나 쇳가루, 플라스틱가루 같기도 하고… 그 모든 것이 쌓이고, 작업중엔 다시 피어 올랐다가 조금 씩 자리를 옮겨 날아다니다가 결국 환기장치가 안 된 그 거대한 작업장 속에 갇혀 버린다. 야간작업이 적은 밤에 ‘이것’들은 다시 바닥에, 기 계에, 선반 위에 내려앉는다. 쌓인다. 그 속에서 매일매일 살고, 들고, 나고, 웃고, 울고… 숱한 사람의 숱한 생활이 일고 지고… 그 세월 속에 서 화학반응을 일으킨 것만 같은 냄새가 모든 공장에는 있다.”

사람들은 파업을 한다는 게 쉬운 줄로만 안다. 막강한 장비를 갖춘 경찰 의 위력 시위와 마주쳐야 하는 세상에서, 고소·고발로 수억원의 ‘피해 배상’ 요구와 사법적 처벌의 위험을 강요받는 사회에서, 파업에 참가한 사원은 성과급을 주는 데서 아예 빼버린다는 시대에서 개인적으로 파업의 결단을 내리는 길이 얼마나 고통스럽고 힘든지 잘 이해하지 못한다.

“작은 성과마저 기약되지 않는 싸움. 그러나 그 하나로서 절대인 투쟁. 한 사람의 부당한 해고에 항의하는 작업. 네 바지는 헤지고 점퍼는 네 몸 이 회사쪽 사람들에게 들려 내던져졌을 때 흙탕으로 범벅됐다. … 그때 너는 울고 싶은 순간이 있었다고 했다. 너의 목은 쉬어 있었다. 그래서 너는 공장의 굴뚝 위로 올라갔겠지….”

‘노동법 파업’이 전국을 뒤흔들고 있다. 수십만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그 가족까지 포함하면 수백만을 헤아리는 사람들이 지금 노동법과 파업에 온 신경과 관심을 쏟고 있다.

저 사람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텔레비전만을 봐서는 알 수 없다. 신문을 본들 충분히 이해할 수 없다. 그 수백만 사람들이 차가운 겨울추위를 떨치고 집회와 시위를 하는 심정 을. 화면에 비친 집회장의 집단으로서가 아니라 한 인간으로서 가장으로 서 생활인으로서 그들이 느끼는 절망과 분노, 좌절과 자존심… 그리고 살 떨리는 연약함과 참된 용기를.

취재기자들이 말한다. “노총에서도 밑에서 올라오는 파업 열기와 요구가 옛날과 달리 아주 강력하답니다. 그게 노총 지도부를 압박하고 있는 거지 요.” “전경들도 말해요. 사실 ‘저 사람들 얘기가 맞지요’라고. 위에 서 명령하니까 따르지만 누가 옳은지 다 알고 있는 분위기입니다. 그래서 노동자들의 파업 시위를 막기가 제일 어렵답니다.”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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