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이경재/서울시립대 교수·환경생태학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한국의 절망/ 21세기에도 살아남자

지난 96년은 팔당·대청호 자연보전권역의 대폭해제 발표, 미세먼지 증가 에 따른 폐질환 환자 증가, 여천공단 이주문제 등 환경파괴 논란을 일으 킨 굵직한 사건들이 많았다. 해가 갈수록 나아지는 게 아니라 오히려 악 화되어가는 게 우리 환경문제의 현실인 것이다.


토지투기꾼과 국회의원의 야합

그 원인은 무엇보다 잘못된 경제논리와 정치논리에서 찾을 수 있다. 신한 국당 의원 1백57명이 발의한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개선 및 지원 등 에 관한 법률’은 지역개발을 유도하여 표를 얻자는 국회의원들의 정치적 계산에서 비롯됐다. 만일 자연보존권역을 대폭 해제할 경우 한강 수질이 3급수로 악화되어 5년간 4조원을 투자해도 1급수로 되돌리는 일은 불가능 할 것이다. 결국 환경투자 비용은 개발에 따른 순수익 4조원을 상쇄하여 개발이득은 전혀 국민에게 되돌아오지 않는다. 오히려 땅값 상승으로 부 동산투기꾼들만 부자가 되고 수도권 2천만 주민에게는 썩은 물만 돌아가 게 될 것이다.

의원 발의로 통과된 ‘국제경기대회 유지 지원특별법’은 정치논리에 의 해 자연환경이 얼마나 손쉽게 파괴되는가를 보여주는 전형이다. 원시상태 의 덕유산과 발왕산에 국제 스키장 개발을 합법화시킨 이 법률은 공청회 와 입법예고도 없이 통과됐다. 결국 법률상 문제가 없어 토지투기꾼과 국 회의원들이 손만 잡으면 환경문제는 거론하지도 않은 채 언제든지 개발열 차를 쾌속으로 출발시킬 허점이 있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시화호 문 제도 수자원 확보라는 본래의 취지에 걸맞지 않은 수자원개발공사가 뛰어 들어, 이익만 생각하고 오염물질 배출원에 대한 대책을 세우지 않아 발생 한 재앙이다.

또 60년대부터 추구해온 중화학공업 중심의 산업구조는 다른 산업에 비해 에너지 사용량이 많고 대기, 수질, 폐기물 등의 오염물질을 많이 배출한 다. 이런 공해산업에 의존하여 1인당 국민소득을 50달러에서 1만달러로 올려놓았으니 각종 환경오염물질 처리가 사회문제로 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여기에 80년대 중반 소비를 부추긴 정부와 특히 토지 투기붐으로 한몫 잡 은 졸부가 가세하면서 사회 분위기를 완전히 과소비시대로 바꾸었다. 이 런 과소비는 중화학 공장의 증설에 따른 녹지훼손, 각종 오염물질 배출의 급격한 증가, 도시팽창과 자동차 증가라는 문제를 계속 확대재생산했다.

도시팽창과 인구집중으로 부족한 주택건설을 위해 녹지를 거의 훼손하고, 난방시설과 자동차에서 배출된 오염물질은 녹지의 정화능력을 초과하여 대기에 정체될 수밖에 없었다. 최근 서울의 대기중에 황산화물, 미세먼지 등이 다량 함유되어 각종 폐질환까지 앓는 사례가 급증하는 것은 이런 성 장 과정의 당연한 결과이다.

21세기를 앞둔 시점에서 더이상 이런 악순환을 반복해서는 안 된다. 좁은 땅에서 4천5백만명 이상의 인구가 살아가기 위해서는 토지를 효율적으로 이용해 생존 기반인 환경을 보존하는 지혜를 짜내야 한다. 그런데 이런 토지를 투기대상으로 삼아 얻은 이득으로 과소비를 즐기는 게 바로 우리 경제의 실상이다. 그리고 이런 환경파괴적인 경제발전 속도가 조금만 처 지면 각종 경기부양정책을 쏟아내 지속적으로 환경파괴를 부추기고 있는 것이다.


경제불황은 좋은 계기가 될 수 있다

그러나 다시 한번 곰곰이 생각할 때다. 과연 현재와 같은 자원낭비적이며 에너지 소비적이고 엄청난 오염물질을 배출하는 산업구조를 계속적으로 지탱하면서 경제발전을 추구하는 것이 진정 국민이 행복한 삶을 누릴 수 있는 방법인가를. 이미 80년대부터 선진국들은 경제발전 속도가 늦더라도 자원을 절약하고 에너지 사용과 오염물질 배출이 적은 산업으로 구조조정 을 시도하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 지속가능한 환경 속에서 경제발전을 유지하는 것이 21세기 생존기반이라는 것을 일찍부터 인식한 것이다.

이 길만이 우리가 21세기에 살아남는 방법이다. 현재 경제불황과 위기는 오히려 자원낭비형 산업구조를 환경을 지키면서 산업활동을 유지시킬 수 있는 산업구조로 전환할 수 있는 좋은 계기이다. 이런 기회를 잘 이용해 야만 21세기에서 환경적으로 지속가능한 경제발전을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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