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버스토리
1997년01월16일 제 141호 한겨레21

한국의 절망/ 끔찍한 환경대재앙!

(사진/숨막히는 서울. 2~3일에 한번 스모그가 발생한다.)

“이대로 가다가 환경 대재앙이 덮치는 것이 아닌가?”

환경전문가들 사이에 이런 끔찍한 예측이 계속되고 있다. 지난 6개월 동 안 환경정책의 파산징후와 대재앙을 알리는 듯한 환경참사가 끊이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서울시민 3만명이 암에 걸려 사망?

8년 동안 5천억원을 들여 만든 국내 최대의 담수호인 시화호는 완공 14개 월 만에 썩은 물을 바다로 흘려내고, 93년부터 5조원 이상의 돈을 쏟아부 은 ‘맑은물 공급대책’에도 4대 강의 수질은 이미 상수원으로는 부적합 한 3급수로 전락했다. 한탄강과 낙동강에서 물고기들이 허연 배를 하늘로 드러낸 채 떠오르고, 2천만 수도권 주민의 젖줄인 팔당 상수원에서까지 녹조현상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그나마 믿을 수 없는 수돗물조차 얼마나 안정되게 공급받을 수 있을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 된 것이다.

숨쉬기도 점점 불안해지고 있다. 청명한 서울 하늘은 이미 전설이 돼가고 있다. 가시거리가 15km 이상 되는 날이 81년 1백10일에서 93년 이미 60여 일로 떨어졌고, 지난 96년 6월부터는 평균 2~3일에 한번씩 스모그가 발생 하고 있다. 또 96년 6월부터 10 차례나 오존경보가 발령됐고 8월에는 3일 동안 계속됐다. 환경기술개발원 등 환경전문기관은 ‘서울 시민 1천만명 당 약 3만여명이 자동차 공해로 암에 걸려 사망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내놓고 있다.

아예 인간 생존의 한계를 넘어선 버림받은 땅까지 생겨나고 있다. 96년 7 월15일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의 조사결과 여천공단은 발암물질인 벤 젠이 외국 기준치 0.03ppb(1ppb=1천/ppm)의 1백70배가 넘는 5.3ppb, 마취 성 발암물질인 클로로포름도 미국 기준치보다 8배나 높은 0.58ppb로 측정 되는 등 대기와 하천, 지하수가 심각하게 오염돼 ‘생존이 불가능한 땅’ 으로 판명됐다. 암 발생률이 전국 평균보다 27.5%나 높다는 충격적인 결 과도 추가됐지만 정부는 정확한 진단을 내리지 못한 채 주민들을 위험 속 에 방치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최근 6개월 동안 이어지고 있는 이런 환경참사는 ‘개발과 성 장’만을 떠받들며 환경을 학살해온 우리에게 닥쳐올, 생존기반의 붕괴를 알리는 작은 경고일 뿐이라고 입을 모은다. 환경운동연합 정책실 양장일 차장은 “개발정책은 항상 환경정책을 압도하고, ‘검은 굴뚝 연기가 우 리 행복의 상징’이라고 미화하던 70년대 성장제일주의 신화에서 여전히 벗어나지 못한 채 살아가는 우리가 치러야 할 재앙의 시작일 뿐”이라고 말한다. 그는 “이런 경고를 무시한 채 환경파괴를 계속 방치하면 1만2천 명의 목숨을 앗아간 52년 런던 스모그와 같은 환경대참사가 현실로 닥칠 수 있다”는 경고도 빠뜨리지 않는다.

이미 암울한 미래와 생존기반의 붕괴를 구체적으로 전망하는 목소리까지 나오기 시작한다. “정수된 물을 마실 경우라도 확률적으로 연간 1백26명 이 암에 걸릴 수 있다 … 녹지감소로 산소공급량이 지금보다 약 3만t 줄 어, 현재 10.8%의 산소공급률이 8.3%로 줄어들 것이다 … 자동차 배기가 스가 1.9배 증가할 전망이고 먼지 오염은 24% 증가해 대기오염으로 연간 최대 5천2백92명이 암 발병으로 사망할 것이고 먼지오염으로 인한 가구당 손실액은 1천6백60만원으로 전망된다 …”.

지난 96년 11월29일 ‘서울환경 2000년 예측 대토론회’에서 환경운동연 합 최도영 지도위원(문화방송 PD)은 서울의 미래를 이렇게 암울하게 진단 했다.


경쟁력 논리에 짓밟히는 환경논리

하지만 환경전문가들은 이런 암울한 상황은 단순히 수도 서울의 미래가 아니라고 경고한다. “서울뿐 아니라 우리나라의 대기와 수질, 교통 등은 모두 이미 한계상황에 와 있다. 사람이 살기조차 고통스럽다.” 경제정의 시민실천연합 환경개발센터 서왕진 사무국장은 이미 전국적인 차원의 문 제라고 진단한다. 그는 “환경철학 없이 기업과 정부의 성장논리에 환경 논리가 무참히 무너지는 현실에서 좀처럼 그 고통이 개선될 가능성은 보 이지 않는다”며 “근본 대책 수립”을 촉구했다.

정부는 문제해결을 위해 나름대로 노력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96년 1월 환경부는 “2005년에는 공해가 사라진다”는 야심찬 ‘환경비전21’을 발 표했다. 3월21일 김영삼 대통령은 “개발 일변도의 국가정책을 환경을 우 선하는 쪽으로 전환하겠다”는 의지를 담은 ‘환경복지구상’을 소리 높 여 외쳤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구상을 “장밋빛 청사진은 있다. 하 지만 생존을 위한 진정한 대안은 없다”고 혹평하기를 주저하지 않는다.

그 희망찬 비전과 구상은 현실에 발을 들여놓자마자 정부를 관통하고 있 는 개발과 성장지향주의적 경제논리에 의해 무참히 짓밟히기 때문이다. ‘환경비전 21’과 ‘환경복지구상’을 구체화하기 위해 2005년까지 총 5 7조원의 예산을 확보한다는 계획을 담은 8월12일 환경부의 ‘녹색 환경나 라 건설을 위한 실천계획’은 재경원이 1/6로 예산을 삭감해 사실상 공염 불로 끝날 가능성이 높아졌다.

한편에서는 ‘국가경쟁력 10% 강화’ 논리에 힘을 얻은 통산부와 업계의 압력이 맹위를 떨치고 있다. 이 논리 앞에 “환경정책을 우선하겠다”는 대통령의 선언은 간곳이 없고 그나마의 환경친화적인 정책 시도도 힘없이 주저앉았다.

연일 오존경보가 발령되는 등 대기오염의 위험 징후가 계속되던 지난해 7 월13일 공장 매연의 주성분인 황함유량 규제를 ‘0.3%’로 강화해 오염물 질을 내뿜는 업체에 배출부담금을 물리려는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규제 안(대기환경보전법시행령 개정안)은 통산부와 관련 업계의 경제논리에 밀 려 변질됐다. “황산화물과 분진에 새로 부과되는 기본부과금으로 인해 기업의 고정비용이 급증한다”는 압력에 따라 황함유량 0.3%인 연료를 쓰 는 발전시설과 0.4~0.5%인 연료를 쓰는 산업시설에 대해서 기본 부과금을 면제해주기로 확정한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경쟁력 10% 강화논리’에 따라 각종 환경규제 완화 조 치가 잇따르고 있다. 수도권 안에 공장증설 규제가 대폭 완화됐고, 새로 운 기계나 설비를 도입할 때 환경영향평가를 거쳐 허가하던 수질환경보전 법과 대기환경보전법은 신고제로 바꿔었다. 역시 통산부와 관련업계의 이 해를 반영한 것이다. 지난해 12월16일 건설교통부는 국토이용관리법 시행 령을 개정해 전 국토의 15%에 이르는 지역을 ‘산업촉진지구’로 지정해 이 안에서는 기업들이 땅을 매입한 뒤 인·허가 없이 개별공장과 물류시 설을 건설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고 밝혔다. 결국 오는 3월부터 전 국토 의 15%에 이르는 준도시 지역에서 대규모 공장전용과 각종 유흥위락시설 이 손쉽게 들어설 수 있게 돼 대규모 환경파괴가 예견된다.

여기에 “거주민의 생활불편 해소”와 “지역개발”을 앞세운 국회의원들 의 정치논리가 가세해 필수적인 생존기반인 녹지와 수질보존정책 자체를 위협하고 있다. 12월24일 주민편의시설 건설을 대폭 허용하고 원 거주민 들에게 분가용 공동주택 건설을 허용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그린벨트 규 제완화책이 발표됐다. 또 수도권 주민의 식수원을 보호하기 위해 83년 이 천, 여주, 가평 등 3개 시 5개 군에 걸쳐 지정한 3,831km의 자연보존권역 을 대폭 축소하는 것을 내용으로 하는 ‘팔당-대청호 상수원 수질개선 및 지원 등에 관한 법률안’을 내놓았다.


생존공간 곳곳이 파헤쳐진다

경실련의 서왕진 사무국장은 “결국 이런 법률은 대규모 그린벨트 훼손으 로 이어질 것이며, 현재 녹조현상이 일어날 정도로 악화된 수도권 상수원 의 보존을 포기하면서 개발과 투기 바람에 생존공간을 내주는 꼴”이라고 비판한다. 특히 해당 시군의 45.4%에 이르는 구역에 대한 개발의 길을 터 주게 될 ‘수질개선 및 지원 법안’이 통과될 경우 “그동안의 국민적 합 의나 환경운동의 성과는 무참히 무너지고 환경단체의 존립과 유지 자체의 위기까지 닥칠 것”이라고 그는 덧붙였다. 여기에 지방자치정부의 지역개 발 논리까지 가세해 생존공간 곳곳이 파헤쳐지고 있다.

결국 “개발에서 환경 우선으로 국가정책을 전환한다”는 정책과 비전은 허공에 사라지고, 현실에서 더욱 강화된 것은 여전히 ‘개발과 성장’의 신화뿐이다. 한국환경사회정책연구소 이종산 사무국장은 “결국 통치철학 의 문제”라고 진단한다. “환경철학의 부재는 환경정책의 부재를 낳고, 결국 ‘환경대통령 선언’이나 ‘환경비전 21’ 등처럼 실현 기반이나 실 천 의지 없이 상황에 따라 과거 정책을 재탕삼탕해 발표하는 게 환경정책 의 현주소”라는 것이다.

지난 6개월 동안 이어진 환경참사가 전하는 경고는 무시한 채 눈앞에 보 이는 ‘성장과 개발의 단 과일’만을 따먹는 잘못을 반복하고 있는 것이 다. 환경운동연합 양장일 차장은 “2005년 공해는 없다는 허무맹랑한 정 책이나 발표하면서 실제적인 해결 노력을 게을리하며 경제논리만 고집할 경우, 서울을 비롯한 한국의 도시는 더이상 생명체가 살 수 있는 공간이 기를 포기하는 날이 올 것”이라고 경고한다.

경제논리의 세대를 마감하고 환경적으로 지탱가능한 방향으로 정부의 체 계와 삶의 양식, 기업의 생산방식이 바뀌어야 할 중요한 시점인 것이다. 현재의 환경참사가 더 큰 재앙으로 우리 앞에 닥쳐오기 전에.

신승근 기자 한겨레21

© 한겨레신문사 1997년01월16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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