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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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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 민주주의 수레바퀴를 굴리자

미얀마 민주화운동이 이전과 다른 점… 한국은 국민통합정부를 유일한 정부로 인정해야
등록 2021-07-18 07:27 수정 2021-07-22 00:24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Stand_with_Myanmar]

2021년 봄, 미얀마 국민은 군부독재 정권의 총칼에 맞서 목숨을 건 민주화운동을 벌이고 있습니다. <한겨레21>은 민주주의를 열망하는 미얀마 국민과 연대하고 그들을 지지하는 한국 시민의 글을 제1358호부터 미얀마어로 번역해 함께 싣습니다. #Stand_with_Myanmar

미얀마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지 6개월이 다 돼갑니다. 쿠데타 집단은 무지막지한 폭력과 살인, 민가 약탈까지 저지르는 야만성을 거침없이 드러냈습니다. 저도 개인적으로 인연 있는 미얀마의 지인들이 혹시 체포되거나 살해당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과 안타까움으로 현지 상황을 소셜미디어 등으로 유심히 살펴보는 게 일과가 됐습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은 시민의 승리

저는 2007년 미얀마 승려들이 주도한 사프란혁명 당시 한국 불교계를 중심으로 전세계 불교도 단체들이 미얀마 민주화운동을 지지하고 군부 탄압에 반대하는 성명을 채택하도록 힘을 보탰습니다. 2008년에는 엄청난 태풍으로 수많은 인명과 재산 피해가 나자, 한국에 있는 미얀마인들과 피해 구제 캠페인을 벌여 의류와 생필품을 미얀마 현지에 보내기도 했습니다. 이런 인연으로 저와 제 지인들은 해마다 양곤의 빈민 지역인 흘라잉타야 등을 방문해 학교 도서관과 운동장 운영, 의료품, 생필품 등을 지원했습니다. 미얀마에 민주정부가 들어선 이후에는 한국이 경험한 민주화와 산업화 과정을 전해주고 한국 사회가 실패한 사례를 되풀이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양곤시와 제 고향 대전시의 결연 사업을 추진했습니다.

미얀마의 쿠데타 집단은 전세계인의 항의와 국민의 저항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기득권을 지키려 수많은 시민을 학살하는 범죄행위를 저지르고 있습니다. 그러나 미얀마 시민은 목숨을 걸고 군부에 저항하며 민주주의를 갈망합니다. 특히 MZ세대라고 부르는 10~20대 젊은이들은 분명 이전 세대와는 다른 점을 보여줍니다.

1988년 민주화운동(8888항쟁)과 2007년 사프란혁명은 불꽃처럼 일어났다가 압도적인 물리력에 사그라지면서 수많은 사람이 구금되거나 피신해 미완의 혁명으로 그쳤습니다. 하지만 지금의 민주화운동은 지속성·체계성·조직력 등에서 이전과 구별됩니다.

아시아 국가들의 민주주의는 19~20세기 제국주의 침략 세력과의 해방 투쟁에서 비롯됐지만, 주체적인 노력의 결과이기보다 제2차 세계대전의 종결에 따른 식민지 독립과 새 국가 건설에서 일어난 경우가 많습니다. 그래서 오랜 기간 군사독재가 독버섯처럼 기생하며 국민을 지배해왔습니다. 그들은 여기저기서 그럴싸한 이념과 명분을 빌려와 독재를 정당화하는 이데올로기로 사용했습니다. 이에 맞서는 민주화운동도 시민정신으로 깊이 뿌리내리지 못한 채 모래로 성을 쌓는 듯한 모습을 종종 목격했습니다. 이런 점에서 지금 싸우는 미얀마 청년들의 민주화운동은 그동안 일어났던 아시아 여러 나라의 민주화운동과 분명 결이 다를 뿐 아니라 아시아 민주주의 확산에 큰 파장이 될 것입니다.

아시아 동쪽의 한국, 남쪽의 미얀마

한국 사회의 미얀마 민주화운동 지원은 유례없을 정도로 전폭적입니다. 정부, 국회,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 종교계 등 전방위로 지지와 성원을 보내고 있습니다. 하지만 아쉬움도 있습니다. 미얀마 민주화운동 세력의 임시정부인 국민통합정부(NUG)를 미얀마 유일의 합법 정부로 인정하고 그에 합당한 지원과 협력을 하지 않는 점입니다. 미얀마의 민주주의 회복은 민주주의를 튼튼하게 다지고 확대하려 노력하는 한국에도 든든한 우군이 될 것입니다. 그 뿌리는 건강한 시민정신의 성숙과 상호 연대, 협력입니다. 아시아의 동쪽에서 한국이 민주주의를 이끌고 있다면 남쪽에서는 미얀마가 그 역할을 할 수 있기를 간절히 바랍니다.

이상근 문화유산회복재단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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