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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홍콩 보안법 7개월] 고립되지 않도록, 부디 함께해주길

2월2일까지 최소 97명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돼,
한국 연대 활동가들은 새로운 전략 모색 중

제1350호
등록 : 2021-02-13 00:04 수정 : 2021-02-15 17: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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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 12월31일에서 2020년 1월1일로 넘어가는 밤, 한국에 체류하는 홍콩인들과 한국의 연대 활동가들이 서울 보신각에서 새해맞이 카운트다운에 맞춰 ‘FREE Hong Kong’(자유 홍콩)이라고 쓴 불빛을 밝히고 있다. 상현 제공

홍콩의 역사는 기구하다. 1842년 중국의 마지막 왕조국가인 청나라가 영국이 벌인 아편전쟁에 패배하면서, ‘동방의 진주’로 불리던 홍콩은 영국령 식민지로 전락(난징조약)했다. 1997년 중국에 반환돼 홍콩특별행정구로 재편입되기까지 155년 동안 홍콩은 자본주의 대국 영국의 통치를 받으며, 중국 본토의 사회주의 국가와는 전혀 다른 길을 걸었다. 긴 세월이었다. 너무 많은 게 바뀌었다.

중국은 본디 자국의 영토를 되찾은 것일 뿐이지만, 홍콩 시민의 정체성은 중화인민공화국의 공민보다는 독립된 도시국가 성격의 홍콩인, 또는 세계시민에 더 가깝다. 중국 중앙정부가 홍콩에 대한 정치적 장악력을 높이려 고삐를 죌수록, 홍콩의 많은 시민은 불안감과 자유에 대한 갈망이 커진다. 2020년 7월부터 중국 정부가 홍콩에 국가보안법을 발효하고 홍콩 시민사회가 이에 반발하면서 갈등과 대립은 정점으로 치닫고 있다. 홍콩 보안법이 시행된 지 7개월. <한겨레21>은 현지 상황을 3개의 시선-전문가, 홍콩 시민, 한국의 연대 활동가-으로 짚어본다.
“Hong Kong in Revolt”(홍콩은 저항 중).

홍콩의 ‘송환법’(범죄 혐의자를 중국 본토로 송환하는 범죄인 인도법) 반대 시위 소식을 전하는 텔레그램 채널에는 지금도 매일 홍콩 상황을 알리는 카드뉴스와 선전물이 빼곡하게 뜬다. 홍콩 시민들은 세계인에게, 저항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메시지를 계속 발신하고 있다.

중국 정부여 죽어도 같이 죽자
암울한 소식도 끊이지 않는다. 민주화 인사, 활동가, 학생들의 체포가 이어진다. 2020년 7월 국가보안법 발효 이후 2021년 2월2일까지 최소 97명이 보안법 위반 혐의로 체포됐다. 시위에 참여했던 홍콩 시민들은 공안당국의 탄압을 피해 대만, 영국, 미국 등으로 정치적 망명을 떠날 계획을 한다. 대규모 시위가 어려워진 상황에서 홍콩인들은 ‘노란 경제’(Yellow Economy)로 불리는 ‘정치적 소비’ 운동에 주력한다. 홍콩 민주화 운동의 상징인 ‘노란 우산’과 연결 지어, 홍콩 시위에 우호적인 ‘노란 상점’에서 소비하고, 중국 자본이 투자됐거나 홍콩 정부와 경찰을 지지하는 ‘파란 상점’에 대해선 불매운동을 벌이는 것이다. 모바일 앱과 소셜미디어 등에선 노란 상점과 파란 상점을 구별하는 정보를 공유한다. 더 과격하게는 중국 정부를 향해 “죽어도 같이 죽자”는 의미인 “람차우”(攬炒, crash together)라는 구호로 이어지기도 한다. 홍콩 경제를 침체시킴으로써 중국 경제, 나아가 중국공산당을 붕괴시키겠다는 것이다. 시민을 탄압하는 국가에 맞설 ‘강력한 힘’을 찾아, 미-중 긴장과 갈등 상태가 홍콩 정세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줄 것이라 기대하는 분위기도 있다.

홍콩에서 코로나19 방역은 권위주의적 통제를 강화해 시민들을 사회적으로 고립시키는 구실을 한다. 홍콩 민주화라는 단일 의제 투쟁이 오래 이어진 탓에 경제 불평등, 기후 위기, 주거권 등 다른 중요한 사회적 의제가 공론장에서 사라졌다는 우려도 나온다.

빈부격차가 심각한 홍콩 사회에서 저임금과 열악한 주거환경에 신음하는 많은 평범한 청년의 꿈은 ‘건물주’이다. 한국 사정과 비슷하다. 물가와 월세가 끊임없이 오르는 홍콩에서 부동산을 사려면 수십 년간 돈을 모아야 한다. 이런 상황에서 중국 자본의 침투와 홍콩 토지의 상업화는 청년들의 삶의 질을 더욱 떨어뜨리며 불만을 가중해왔다.

그러잖아도 앞 세대와 견줘 중국에 뿌리를 두고 있다는 인식이 엷은 홍콩 청년에게 중국식 국민교육과 사회경제적 침투, 정치적 탄압은 격렬한 거부반응을 일으켰다. 홍콩의 많은 청년은 ‘중국인’ 정체성을 거부하고 ‘홍콩인’(Hong Konger)이라는 단일한 정체성을 지향한다. ‘우산 운동’과 송환법 반대 시위를 통해 홍콩 청년들은 불합리한 정치제도에 저항했고, 대정부 투쟁을 학습했다. ‘홍콩의 정치는 홍콩인의 문제를 우선시해야 한다’는 비타협적 ‘홍콩 본토주의’(localism)가 지지를 얻고, 홍콩 독립에 대한 열망도 높아졌다. 그러나 지금은 홍콩 보안법 탓에 그런 생각을 공개 발언하는 것이 극도로 조심스러운 상황이며, 절망한 나머지 이민을 꿈꾸는 청년도 많다.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잡은 손
2019년 홍콩 시위에 100만 명, 200만 명이 결집하고 경찰 진압이 거세지던 때, 서울에서도 “떨어지는(추락하는) 홍콩의 손을 잡아달라”는 호소가 있었다. 재한 홍콩인들이 서울 동대문디자인플라자에서 자국의 국가폭력 문제를 알리고 연대 서명을 모은 것을 시작으로, 홍대입구역 연대집회, 홍콩 민주화운동 사진전 등이 이어졌다. 대학가에 줄지어 레넌월(연대 메시지를 담은 포스트잇을 붙인 벽)이 만들어졌고, 청년학생 연대집회가 열렸다. 대학 캠퍼스에 최루탄이 터져 연기가 자욱한 모습, 내전을 방불케 하는 현장 상황을 미디어를 통해 생생히 목격하며, 한국 시민들은 1980년 광주 민주화운동과 1987년 민주화운동을 떠올렸다.

나 또한, 경찰이 비무장 시민을 마구 폭행해 피투성이로 만드는 장면, 경찰이 쏜 ‘총’에 맞아 시위 참가자가 실명에 이르는 사건 등 충격적 실태를 미디어로 실시간 접하면서, 내가 한국 사회에서 경험한 공권력 폭력의 기억이 생생히 떠올랐다. 해고노동자들과 연대하는 시민을 경찰이 무참하게 짓밟던 현장, 재개발과 시세차익 투기에 밀려 사람이 멀쩡히 살고 장사하던 공간이 ‘합법적’ 강제집행을 당하던 날,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요구 시위에 나섰다 경찰에 체포되던 청년들의 얼굴…. 이건 정말 남의 문제가 아니다 싶었다.

그래서 홍콩 문제를 알리고 연대하는 행사를 조직했다. 홍콩에 연대하는 시민사회단체들과 함께 얀 호 라이 홍콩 민간인권전선 부의장의 방한 행사를 주최해 연대 방안을 논의했고, 홍콩에 연대하려는 시민단체와 커뮤니티를 도우려 ‘찾아가는 간담회’를 열었다. 유엔 인권이사국으로서 전세계인의 인권과 민주주의를 보호할 책임이 있는 대한민국 국회의원들에게는 연대를 요청하는 이메일을 보냈다. 청와대 시민사회수석 편에 ‘대한민국 대통령 문재인 귀하’의 입장 표명을 촉구하는 서한도 전달했다. 주한 중국대사관 우체통에 ‘중화인민공화국 시진핑 귀하’에게 보내는 항의 서한을 여러 번 넣었다.

홍콩인의 끈질긴 투쟁과 전세계적 연대에도 중국과 홍콩 정부는 국가주의를 강화하는 강경 대응으로 일관하고 있다. 홍콩 사회와 시민 공동체는 긴장 속에서 대응 방향을 놓고 의견이 갈린다. 홍콩의 운동은 앞으로 어떻게 될까. 홍콩 바깥에선 지금까지 많은 한국 시민의 연대에도 불구하고 한국 정부와 국회는 이렇다 할 목소리를 내지 않는다. 우리는 무엇을 할 수 있을까.

극심한 탄압과 코로나19 감염 위험에도 홍콩 시민들은 끊임없이 돌파구를 모색한다. 2020년 10월, 정치적 망명을 하려다 중국 정부에 붙잡힌 홍콩 청년 12명의 석방을 요청하는 공동 행동이 전세계 32개 도시에서 이어졌다. 홍콩의 온라인 집회에서는 세계 각국에서 전송된 응원 영상이 상영됐다. 타이·대만·홍콩의 청년운동가들은 ‘밀크티 동맹’(세 나라 국민이 즐겨 마시는 밀크티에서 이름을 따왔다)을 맺어 상호 교류하며 서로 힘을 불어넣는다. 홍콩의 사회운동가들은 1980년대 한국에서 독재와 권위주의 정권에 맞선 저항의 불꽃이 어떻게 살아남아 결국 혁명을 이루었는지, 노동운동과 시민사회의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물으며 자신들의 운동에 응용하려 한다.

국제인권 기준 국내 법제화 촉구
지금도 홍콩에 연대하는 한국의 시민, 활동가들은 새로운 ‘전략’을 준비하고 있다. 국제인권 기준의 국내 법제화를 촉구해 정치적 난민과 이주민, 무기 거래 문제 등 국내외에서 발생하는 정부와 기업의 인권침해를 규제하고 예방할 방법을 모색한다. 국가 단위를 넘은 시민적 협력과 부문별 국제 연대 네트워크 구축으로 우리는 혐오와 폭력의 해결을 위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내는 힘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새로운 정치공동체의 가능성은 연대로부터 시작된다.

홍콩인의 저항은 끝나지 않았다. 그들이 고립된 채 싸우지 않도록 부디 함께해주시기 바란다. 이것은 우리의 화두이기도 하다. 관심, 또 관심이 필요하다.

상현 한-홍 민주동행 공동대표

*홍콩 문제에 관심 있는 분들은 페이스북 ‘한-홍 민주동행’(www.facebook.com/hongminju2020)에서 더 많은 정보를 얻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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