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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대선 재검표 논란, 31건 중 뒤집힌 건 3차례

20년 새 5778번 투표 중… 득표가 적어도 당선되는 선거인단 제도 논란도
등록 2020-11-14 01:25 수정 2020-11-14 02:52
2016년 미국 대선을 치르고 한 달 가까이 지난 12월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선거구에서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검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2016년 미국 대선을 치르고 한 달 가까이 지난 12월6일, 미시간주 디트로이트의 한 선거구에서 참관인들이 지켜보는 가운데 재검표를 하고 있다. AP 연합뉴스

“투표 재검표가 좀처럼 선거 결과를 바꾸지는 못한다.”

2020 미국 대선 다음날인 11월4일(현지시각), 미국의 독립적인 민간 선거감시 시민단체 ‘페어보트’(FairVote·공정한 선거)가 최근 20년 새 미국 주요 선거들의 재검표 사례를 분석해 발표한 결론이다. 페어보트에 따르면, 2000~2019년 미국 전역 주 단위 이상에서 치른 선거 5778건 중 재검표한 사례는 31건(0.54%)이었다. 그중 선거 결과가 뒤바뀐 경우는 단 3건뿐이었다. 셋 모두 첫 개표 결과 0.05% 이내의 초박빙 표차로 승부가 갈린 곳이었다.

0.01% 차이 났지만 연방대법원 ‘재검표 중단’

같은 기간에 치른 다섯 차례 대선에선 2000년과 2016년 두 차례나 재검표를 했지만 결과는 달라지지 않았다. 2016년 선거에선 도널드 트럼프 공화당 후보와 힐러리 클린턴 민주당 후보가 박빙으로 맞붙었는데, 정작 재검표는 제3자인 질 스타인 녹색당 후보가 요구해 이뤄졌다. 경합 지역인 위스콘신주에서 클린턴은 트럼프에 0.7%라는 근소한 표차로 뒤지자 선거 부정 의혹을 제기했으나, 재검표 요구는 망설였다. 그러자 스타인 후보가 막대한 비용을 대신 내며 재검표를 추진했다.

앞서 2000년 대선에서 앨 고어 민주당 후보가 조지 부시 공화당 후보에게 석패한 결과는, 모든 유권자가 직접 투표하고도 대통령을 간접선거 방식으로 뽑는 선거인단 제도를 두고 다시 한번 회의와 논란이 일었다. 당시 여론조사와 출구조사는 모두 고어 후보의 승리를 점쳤다. 실제 유권자 투표도 고어 후보의 득표가 부시 후보보다 많았다. 그러나 선거인단 29명이 걸린 플로리다주의 개표가 두 후보와 미국의 운명을 갈랐다. 플로리다 유권자 투표 약 583만 표에서 조지 부시 후보가 불과 537표(0.01%) 차이로 앞선 것.

민주당은 재검표 소송을 냈고 플로리다주 대법원이 이를 받아들였다. 이후 6주 동안 엎치락뒤치락 재검표와 이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던 중, 연방대법원이 전격적인 ‘재검표 중단’을 결정(5 대 4)해 선거가 공식 종료됐다. 고어 후보는 전체 유권자 투표에서 부시 후보보다 54만여 표를 더 얻고도 전체 선거인단 538명의 과반(270명) 확보 경쟁에서 ‘271 대 266’ 간발의 차이로 뒤져, 이기고도 진 희비극의 주인공이 됐다.

미국의 선거 재검표 규정은 주마다 다르다. 16개 주와 수도 워싱턴은 당락을 가른 득표 차이가 0.5% 미만일 경우 자동 재검표 대상이 된다. 또 42개 주에선 후보자뿐 아니라 유권자도 재검표를 요구할 수 있다. 대다수 주에서 많게는 100만달러(약 12억원) 넘게 드는 재검표 비용은 청구자 부담 원칙이다. 그러나 막대한 비용을 들인 재검표가 승부를 뒤집은 결과로 이어진 사례는 손에 꼽을 정도다. 페어보트는 “지난 선거들의 재검표 결과를 볼 때 당락 표차가 최대 0.1% 미만이 아닌 경우 결과의 반전을 기대해선 안 된다”고 밝혔다. 일부 주에서 재검표와 선거일 이후 개표 무효화에 사활을 건 트럼프 현 대통령에게는 실망스러운 소식이다.

재검표 비용은 청구자 부담

한편 이번 대선의 공식 일정대로라면, 각 주는 12월8일까지 선거인단을 확정하고 12월14일 선거인단이 유권자 의향을 반영해 차기 대통령을 뽑는 투표를 해야 한다. 이어 2021년 1월6일 새로 선출된 연방의회 상·하원 합동회의에서 선거인단 투표를 개표해 새 대통령 당선자를 선포하는 것으로 대선이 공식 종료된다. 제46대 미국 대통령은 1월20일부터 임기 4년의 직무를 시작한다.

조일준 기자 iljun@hani.co.kr

*표지이야기-미 바이든 대통령 시대로
http://h21.hani.co.kr/arti/SERIES/23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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